발란과 코스트코
네고왕에 출연해 17% 할인 이벤트를 하겠다던 발란이 이벤트 기간 동안 할인 비율은 유지한 체 제품의 가격을 인상해 화제다. 공정가격거래 위원회는 이와 같은 꼼수 가격 인상에 대해 발란 본사를 찾아 현장조사를 벌였다고 한다. 공격적인 전략으로 명품 플랫폼의 선두주자를 노리던 발란의 네고왕 출연은 오히려 브레이크로 작용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번에 발란이 네고왕에서 약속한 이벤트에 꼼수 가격에 관해 알아보던 중 이보다 그들의 환불 정책에 더 관심이 갔다. 기존 소비자들은 발란의 불투명한 환불 규정으로 인해 몇십만 원을 부담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고 이야기한다. 단순 변심이 아닌 사이즈나 색상 심지어 다른 제품이 오배송되었을 경우에도 반품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했다. 게다가 하자의 경우에는 소비자가 스스로 입증하기 어려워 반품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기쁠 때 보다 슬플 때 함께 있어주는 사람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는 말이 있다. 브랜드와 소비자의 관계도 이와 같다. 브랜딩적 면에서 보면 이런 꼼수 가격 논란보다는 환불 규정이 더 아쉽다.
이번 발란 사태를 보면 코스트코 홀세일이 생각난다. 코스트코의 환불 규정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해주는 식이다. 물건을 사용했든 뭘 했든 무조건 환불을 해준다. 물건과 회원권만 있으면 가능하다. 코스트코는 회원제를 통해 운영된다. 물론 연회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코스트코 홀세일이 주는 소비자 경험은 연회비를 기꺼이 지불하게 만든다. 물건을 구입할 때나 환불할 때 고객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해주는 환불 규정을 무조건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코스트코 홀세일이 제공하는 저렴한 가격과 편리한 환불의 이면에는 어떤 모습이 있을지 알 수 없다. 모든 일에는 인과성이 있기에 표면적인 것만 보고 브랜드를 치켜세울 순 없는 이유다. 게다가 브랜드를 운영함에 있어 서비스 정책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서 기획해야 한다. 한 번 시작한 서비스는 끝까지 가야 한다. 소비자와 한 약속은 끝까지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단골들에게 계란 프라이를 서비스로 주던 백반집에서 달걀값 폭등으로 더 이상 무료로 제공하지 못하자 손님들의 발길이 끊어졌다는 일화가 있다. 이처럼 브랜드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끝까지 지속 가능해야만 한다. 발란이 코스트코 홀세일과 같은 수준의 환불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계란 프라이 같은 서비스는 애초에 시작도 하지 않는 게 좋다. 다만, 무언가를 더 주려고 하기보다는 소비자가 불편해하는 것을 해소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네고왕 출연 이후 발란은 브랜드를 어떻게 이끌어나갈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