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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포동 술쟁이 Aug 06. 2017

Day 39. 데살로니키로 가는 길

: 밤 비행기


난 어수선하고 분주한 공항의 분위기를 좋아한다.

야경이 주는 차분한 설렘도 좋다.

이런 나에게 밤 비행기를 타는 것은 언제나 신난다.


내가 처음으로 비행기를 탄 것은 아주 꼬마일 때

지금 타고 있는 것과 같이 작은 크기의 제주를 가는 비행기였다.


창가 자리에 앉지 못한 것이 못마땅해하던 나를 보고는

창가에 앉아 있던 다른 승객분이 바꾸어 주셨었다.

'창가 자리를 선호하면 촌스러운 것이라고, 

비행기를 많이 타보면 통로 쪽이 편해질 것이라고 하시면서.'


처음 타는 비행기에서 그런 말을 들어서였을까?

그 이후부터 창가 쪽을 선호하면 촌스러운 것이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하면서도

난 창가 자리를 선호했다. 특히 밤 비행기는!

아무리 비행기를 많이 타도 이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


그때가 해외여행이 자유롭게 된 지 10년이 채 되지 않았던 때이니까

그때 만났던 분보다 더 많이, 장기간 비행기를 탔을 나지만

그 생각이 변하지 않는 걸 보니 창가 자리를 선호하는 게 마냥 촌스러운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아마 그분도 비행기를 처음 타는 꼬마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창가 자리를 양보했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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