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개포동 술쟁이 Aug 10. 2017

Day 43. 똥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아는 사람

여행하면서 객기는 금물


남자는 유치하기 때문에

별것도 아닌 거에 부심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 많다.


라면 끓이기

술 많이 마시기

고기 굽기

그리고 자동차


운전 부심은 면허가 있는 남자라면 어지간하면 가지고 있을 것이다.

주차를 한 번에 못하면 창피해한다거나 하면서...


오늘 난 이 유치한 부심을 부리다 여행이 종료될 뻔했다.


렌터카를 알아보러 갔을 때 수동은 하루에 60유로 오토는 75유로였다.

3일을 렌트할 예정이었기 때문에 난 45유로를 아끼겠다고 수동으로 예약을 했었다.

수동을 운전해 본건 10년도 지난 옛날 운전면허학원에서 몰아본 트럭이 다였음에도 불구하고...


안전하게 오토를 빌리자는 누라의 말에도

몸이 기억한다며 굳이 수동을 예약했다.

예약한 차를 받는 그 순간까지도 난 자신감에 차있었다.

하지만 그 자신감이 후회로 바뀌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차를 빌리고 나선 후 첫 번째 신호대기 후


'덜컹'


출발하려던 차의 시동이 꺼졌다.


"아 쪽팔려 시동 꺼먹는 거 겁나 창피한 건데"


이때만 해도 여유를 부리던 나는 다시 시동을 걸고 출발을 하려 했다.


'덜컹'


오토를 빌릴껄 하는 생각이 참 빨리도 들었다. 미련하게도...

뒤에서 상황을 모르는 차들은 경적을 울려대고,

속 모르는 동네 양아치들은 차를 둘러싸고 키득거리기 시작했다.

급기야 자동차 창문에 비아냥거리는 욕설까지 적으며...

(그때는 정신이 없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화나네...)


등 뒤로 식은땀은 흐르고, 머리는 하얗게 변하고...

누라에겐 미안하고...


집으로 가는 길

어색한 수동기어와 유럽 특유의 복잡한 도로는

우리를 지옥문으로 인도하기 충분했다.


어찌어찌 점점 익숙해져서 집까지 오긴 했지만 문제는 앞으로 였다.

누라의 나에 대한 신뢰는 바닥을 쳤다.

나는 이제 자신감이 붙었지만 누라는 계속 힘들어할 것이 분명했다.


"그냥 오토로 바꾸자"


누라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아니 반박하고 말고 할 것이 없었다.


그 길로 우린 렌터카 회사로 돌아가 페널티를 물고

오토메틱 자동차로 바꾸어 빌렸다.

풀 옵션 보험과 함께...


45유로를 아끼려다 80유로를 날렸다.


안녕 80유로~

매거진의 이전글 Day 42. 여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