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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포동 술쟁이 Aug 19. 2017

Day 51. 그놈의 담당 서버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한국에 방문한 적이 있는 유럽 친구는 우리의 서빙 문화를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한 기억이 난다. 오히려 너희의 여유로운 문화가 부럽다는 나의 말에 그 친구는 자신들도 좋아서 여유로운 게 아니라고 답했다. 자신들도 답답하다 했다. 


그놈의 담당 서버 문화. 그동안 이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나 역시 여유를 가지고 기다리며 지냈다. 덕분에 좋은 점도 많았다. 식사를 천천히 해도 눈치를 안 받는다 거나, 식사 후에 소화를 시키고 천천히 일어난다거나 하는 건 확실히 좋다. 


하지만 오늘은 심해도 너무 심했다.


내가 추가로 주문한 맥주는 10분이 지나도 오지 않았다. 지나가는 서버를 불러 주문이 잘 들어갔는지 확인을 부탁했지만 그 서버 또한 나타나지 않았다. 참다못해 점장으로 보이는 남자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는 담당 서버가 좀 바쁜 거 같으니 기다려보라는 말을 남겼다. 10분이 지났다. 맥주는 오지 않고 밥은 다 먹어가고 목은 막혀온다. 그때 최초에 맥주를 주문한 서버가 우리 테이블을 지나갔다.


“실례합니다. 아까 내가 당신에게 맥주 주문한 거 기억해요?”

“그럼요. 맥주 아직 안 나왔어요? 담당 서버에게 말했는데… 확인해 볼게요.”

‘그냥 네가 좀 가져다주면 안 되겠니…’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애써 알았다고 하고는 참았다.


5분 후 맥주가 나왔고, 난 바로 계산을 하겠다 했다. 현금과 카드 중 어떤 걸로 하겠냐는 질문에, 현금으로 하면 영수증을 가지고 오는데 한나절 그리고 거스름돈을 가지고 오는데 한나절일 것이 분명했다.


“카드요.”


내가 말했다. 알았다고 하고 떠난 직원… 이번에도 역시나 한참이 지나도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 화가 났다. 해도 해도 너무한 거 아닌가 싶었다. 이쯤 되니 인종차별이 의심되었다. 하지만 다른 테이블의 손님들도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식당을 다녀간 사람들의 후기에는 서비스와 가격의 불합리에 대한 악플들이 어마어마했다. 참다못해 난 레스토랑 입구에 있는 서버에게 갔다.


“저 여기서 계산하면 안 될까요?”

“손님 죄송하지만 여기선 계산을 하실 수 없습니다. 자리에 계시는 담당 서버…”


담당 서버라는 말에 더 말을 듣지도 않고 내가 말을 자르며 말했다.


“담당 서버는 20분을 기다려도 오지 않아요. 나 집에 갈 수는 있는 거예요?”

“제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사항입니다.”


그래 담당 서버가 아니면 뭐 어쩔 수 없는 거겠지. 참 엄청난 시스템이다.

그놈의 담당 서버!

우리는 결국 한참이 더 지나서야 계산을 하고 식당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한 곳의 여행지에 10명의 여행자가 다녀가면 10가지 인상으로 기억된다 했던가? 아마 우리에게 이 도시는 다신 오지 않을 도시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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