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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포동 술쟁이 Aug 24. 2017

Day 55. 유럽에서 영화보기

루마니아 브라쇼브

브라쇼브를 떠나 부다페스트로 가는 날 아침, 하늘에는 구름이 잔뜩껴 있었다. 여느 때 같으면 도시가 해어지기 아쉬워서 흐린 것이라는 둥의 농담을 누라에게 건넬 만한 날씨였다. 하지만 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부다페스트까지는 기차로 13시간, 우리가 선택한 기차는 밤 8시가 넘어서 출발하는 슬리핑 열차였다. 체크아웃 후 열차시간이 남아 우리는 역 근처에 있는 대형 쇼핑몰을 방문하기로 했다. 서울 근교에 있는 대형 아웃렛을 연상시키는 쇼핑몰은 우리가 본 루마니아에서 가장 최신식 시설이었다. 다양한 매장, 깔끔한 대리석 바닥 그리고 영화관까지 오랜만에 보는 익숙한 시설에 누라와 나는 신이 났다.


"우리 영화나 한 편 볼까?"

"응? 갑자기 무슨 영화?"

"스파이더 맨 보자 스파이더 맨!"


루마니아에서 영화를 보자는 누라...하지만 싫지 않았다. 간만에 현대문명을 느껴보고 싶은 나는 바로 티켓팅에 들어갔다.


"루마니아에서 영화를 다 보다니 이것도 희귀한 경험이라면 경험이겠다."


티켓을 받아들며 내가 누라에게 말했다.



제법 그럴사한 영화관에는 우리를 포함한 10~15명 정도의 관람객이 전부였다. 영화가 시작되기 전까지 열려 있던 뒷문은 관객 중 한 명이 일어나 닫았다. 그렇게 우리의 스파이더 맨은 시작이 되었다.


영화가 끝나고 우리는 알게모르게 신나있었다. 오랜만에 본 영화 덕분인지 유럽에서 영화를 보는 경험을 해서인지는 모르겠다. 완벽히 알아듣지도 못한 영화이지만 그래도 재미있었다.


영화가 끝나고 돌아온 기차역은 여전히 어두침침했다. 하지만 그 풍경이 운치있어 보이기 시작했다. 조용하고 안락한 밤기차, 부다페스트가 기대된다.


브라쇼브 기차역 내부
브라쇼브에서 기차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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