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자그레브
오늘은 오랜만에 일찍 일어나 아침도 먹었다. 숙소 요금에 조식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삶은 달걀을 기대하고 식당으로 내려갔지만 아쉽게도 없었다. 그나마 있는 스크램블도 '여기가 스크램블이 있던 곳이구나...'를 알 수 있을 정도로만 남아있었다. 남은 음식을 모아 모아 아침을 해결한 우리는 다시 방구석에서 뒹굴거렸다. 아침 먹은 게 소화되고 다시 허기가 질 때쯤, 우리는 기차역으로 엉금엉금 기어나갔다. 다음 목적지인 잘츠부르크(Salzburg)로 가는 기차를 예약하기 위해서였다. 원래는 온라인으로 예매를 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우리가 타고자 하는 오스트리아 국적을 가진 기차의 웹사이트는 크로아티아에 있는 나에게 꼭 오스트리아에서 티켓으로 교환하거나 발급받을 것을 요구했다. 찾아보니 이와 같은 이유로 티켓을 날린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그래서 갔다. 역시 뭐든 얼굴 보고하는 게 가장 마음이 편하니까.
잘츠부르크까지는 대략 7시간, 직행은 야간열차뿐이었다. 다른 선택지가 있을까? 야간열차 당첨. 야간 이동을 싫어하는 누라도 동의하는 걸 보니 환승이 싫긴 싫은 모양이다. 기차표를 예매하고 나니 배가 고파졌다. 자그레브에선 친구를 사귀지 못해서 맛집에 대한 정보가 없다. 이럴 땐 구글맵이 그나마 믿을만하다. 구글맵을 켜고 평이 좋은 식당 한 곳에 들어갔다. 평이 좋은 음식을 시키고 시식!
별 다른 칭찬 없이 우리 둘은 음식만 먹었다. 누라는 먹다 남겼다. 부다페스트까진 생선 피자 말고는 어딜 가든 맛있었는데, 자그레브는 먹는 족족 실패다. 운이 없는 건지 정말 자그레브 음식이 별로인 건지는 모르겠다. 운이 없는 것이면 좋겠다. 음식이 맛없는 도시라고 생각하고 떠나기엔 자그레브는 너무 좋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