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자그레브 ->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오늘도 어김없이 돌아온 체크아웃 후 야간열차 기다리는 시간. 체크아웃은 아침 11시 열차는 밤 9시. 근교를 다녀와도 충분한 시간이지만, 우리는 큰 짐만 락커에 보관하고 역 근처에서 책이나 보며 뒹굴거리기로 했다. 또 영화를 볼까 했지만 더빙만 있다고 해서 포기했다. 역 앞의 경치 좋은 공원에 자리를 잡고 본격적인 멍 때리기에 들어갔다. 따사로운 햇살과 선선한 바람 그리고 넘치는 시간은 멍 때리기 최고의 환경이었다.
우리는 한 참을 멍 때리다가 이야기를 하고, 그러다 다시 멍 때리고, 그러다 좀 걷고, 다리가 아프면 다시 앉아서 멍 때리다가 이야기를 나누고, 할 말이 없어지면 다시 멍 때리고, 그러다 배가 고파지면 무언가를 먹고, 다시 걷다 앉아 멍 때리고, 다시 이야기하고, 할 이야기가 없어지면 다시 멍 때리며 시간을 보냈다.
굉장히 게을러 보이고 시간을 허비하는 것 같을 수 있겠지만, 가끔은 이렇게 보내는 시간도 좋다. 평소 여행을 할 때면 매일 집으로 돌아가는 날을 의식하며 조금이라도 더 보려고 이곳저곳을 샅샅이 구경 다녔겠지만, 이번엔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 말이다.
아 그리고 자그레브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크로아티아 남부까지 가보려 했으나. 다음으로 미뤘다. 그곳은 한국에 계신 어머니의 버킷리스트인 곳이니까. 아껴뒀다 다음에 모시고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