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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개포동 술쟁이 Jul 20. 2017

003-01. 우린 어떤 여행을 하게 될까?

여행하는 방법엔 정답이 없다.

태국에 온 지 5일 차 어느 날과 다름없이 우린 늑장을 부리고 배가 고프면 먹고 밖이 궁금하면 나가서 구경하는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방콕에 가면 꼭 가야 한다는 카오산로드 근처도 가지 않은 채 우리는 방콕의 가로수길이라 불리는 '랑수언 로드'어딘가를 걷고 있었다.


"이쪽으로 가면 좋은 카페가 있데"


구글맵을 보여주며 와이프가 나에게 말했다.


"그래? 그럼 거기로 가볼까?"


누라의 핸드폰을 받아 들고는 앞장서서 카페로 걸음을 옮겼다. 한 10분쯤 걸었을까? 땀은 비 오듯 쏟아지고 슬슬 체력의 한계를 느낄 무렵 목적지가 나타났다.


"근데 여긴 뭐가 유명한 곳이야?"


시원함과 독특한 카페의 인테리어에 감탄하며 누라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냥 방콕에서 요즘 뜨는 카페라던데?"

"엄청 비싸 보인다."

"응 비싸"


순간 멈짓... '전혀 태국스럽지 않은 이런 카페에 비싼 경비를 투자해가며 올 필요가 있나?'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피자나 햄버거 혹은 한식이 당기긴 했지만 지금 머물고 있는 나라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에 현지 음식을 고집하던 나였다. 그랬기에 지금 들어가는 카페는 영 탐탁지 않았다. 그런 마음이 들어서일까? 누라에게 건네는 말투가 조금은 사나워졌다.


"이런 곳을 뭐하러 오냐? 돈 아깝게"

"그럼 돌아갈까?"


사나워진 말투를 직감했는지 와이프도 빈정이 상한 듯 나에게 되물었다.


"뭘 돌아가 여기까지 왔으니 좀 쉬었다가 움직이지 뭐. 딱히 어디 갈 곳도 없잖아?"


난 퉁명스럽게 답하고는 직원이 안내해주는 자리에 앉았다. 메뉴판이 나오고 가격을 확인한 내 표정은 더 굳어졌다. 많은 메뉴들 중에서 적당히 저렴한 커피를 시킨 나는 핸드폰만 만지작거렸다.


사실 나도 태국을 방문하기 전부터 블로그를 보며 하고 싶은 것은 많았다. 하루 한 번 마사지받기, 하루 세끼 맛집 탐방, 망고 배 터지게 먹기 그리고 다양한 투어들... 하지만 이런 것들을 마음껏 누리지 못하는 이유는 단 하나, 경비의 문제였다. 단기여행이었다면 물가가 저렴한 태국에서 이 모든 것을 원 없이 하고 한국으로 돌아가 열심히 돈을 벌면 되지만 지금 우리는 최소한의 예산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장기 여행자다. 원하는 것을 다 하다가는 조기 귀국을 할지도 모른다. 다른 나라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는 것이다. 어떤 여행 방법이 정답인지 아무리 생각을 해 보아도 아직 여행에 서툰 나는 그 정답을 찾을 수 없었다.


'힘들지만 아끼면서 여행을 하는게 옳은 것일까?

아니면 여정이 짧아지더라도 즐길 것 다 즐기는 여행이 옳은 것일까?'


어쩌면 여행이 끝날 때까지 찾지 못할 수도 있겠다. 아마도 그건



'여행에 정해진 정답 따위는 없으니까.'

일 것이다. 다만 언젠가 이 여행이 우리에게만 어울리는 답을 주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여행은 항상 나에게 어울리는 정답을 줘 왔으니까. 다른이의 여행을 보며 그들의 여행 방식을 따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지금 이 여행은 우리가 하는 여행이고 우리가 행복하면 되는 우리의 여행이니까.


아직 우리 여행의 정답을 모르는 나이지만 한 가지 확실한 정답은 알고 있다. 바로 우리의 어색해진 분위기를 풀어야 한다는 것. 그동안 음식점 선정이나 관광지를 조사하는 것은 항상 아내의 몫이었다. 난 동영상을 편집한다거나 글을 쓴다거나 하면서 일정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경비를 기록하면서 돈을 많이 썼다고 투덜거리기만 할 뿐.


오늘도 더운 날씨 속에 와이프가 나름 선정해서 추천한 카페였을 것이다. 그것을 난 마음에 안 든다며 투정 부린 것이다. 미안한 감정이든 나는 일부러 오버하며 말을 건넸다.


"아 근데 이 크레페 정말 맛있네?? 크레페가 이렇게 맛있는 거였어??"


평소보다 오버하며 음식을 칭찬하는 모습에 누라가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보며 말했다.


"언제는 오지 말자더니? 돈 아깝다더니?"

"이런 맛일 줄 몰랐지 안 왔으면 후회할 뻔했어"

"그만 먹어 나 먹을 것도 없어"


미안한 감정을 눈치채었는지 누라가 농담을 건넸다. 평범한 부부의 흔한 화해 과정...


"근데 우리 이거 먹고 뭐하지?"

"글쎄 이 근처에는 딱히 뭐가 없네?"

"뭐든 하지 뭐. 뭘 하든 그게 여행이잖아"


문제의 카페 이 와중에 사진은 또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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