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브뤼셀
일요일. 성당을 가는 것 말고는 집 밖을 나가지 않았다. 하루 종일 누워서 유튜브를 보다가 밥을 먹고 다시 웹사이트를 들락날락하는 걸 반복했다. 여행 초기에는 아무리 피곤해도 억지로 나가 무엇이든 했다. 그래야 마음이 편했다. 하지만 이젠 여유가 생긴 건지 게을러진 건지 피곤하면 하루 종일 집에서 쉰다. 그래서 이번 벨기에는 체코에서부터 쌓인 여독을 푸는 쉬는 시간으로 삼았다. 사실 여독을 풀기 위해 찾은 체코의 민박집은 심적인 휴식을 취하기엔 그만이었지만 몸은 그렇게 편하지 않았다. 보통 10시는 넘어야 일어나는 우리에게 8시 반 조식은 소화하기 힘든 스케줄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 맛있는 조식을 포기할 순 없었다. 게다가 밤에는 삼겹살 파티에 맥주 파티를 제공해주시는 사장님 덕분에 마음은 편했지만 몸은 힘들었다. 그런 행복한 고생 덕분에 여기선 좀 쉬어야 했다. 음... 노느라 힘들어서 쉬어야 한다는 글을 쓰고 있자니 새삼 행복해진다. 실컷 놀기 위해 나온 목표를 잘 이루고 있는 것 같아서 뿌듯하기도 하다.
그래서 우린 1주일가량을 머물면서 다들 간다는 근교도 안 가기로 했다. 이 좁아터진 브뤼셀에서 1주일 동안 안 심심하냐고 묻는 사람도 있지만, 안 심심하다. 맥주도 많고 홍합도 많다. 와플도 많고 초콜릿도 많다. 충분히 바쁘고 힘들다. 내일도 딱히 뭘 할지는 생각 안 해봤다. 아마도 집 앞 마트를 가는 것 말고는 나갈 일이 없을 듯하다. 아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