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91. 파리, 야 인마! feat. 화이트에펠탑

벨기에, 브뤼셀 -> 프랑스, 파리

by 개포동 술쟁이

며칠 전의 이야기다.


호갱이 어디 갈까? 얼마 전 난 누라에게 브뤼셀에서 몽 생 미셸 까지 가는 버스가 있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누라는 곗돈이라도 들어왔는지 자신이 쏜다며 몽 생 미셸에 있는 호텔을 1박으로 예약했다. 그리고 몇일이 지난 후, 난 버스를 예약하기 위해 사이트를 뒤적거리다 그대로 굳어버렸다. 내가 봤던 버스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봤다며? 버스 있다며?"

"응... 있었지. 꿈에서 봤나 봐. 미안"


망했다. 호텔 취소 수수료는 100유로가 넘는다. 어떻게든 가야 했다. 당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불행인지 다행인지 3가지나 있었다.


첫번째, 브뤼셀에서 차를 렌트하고 파리에서 반납하기. 가장 그럴듯한 방법이었다. 우린 바로 렌터카업체로 호기롭게 향했다. 그리고 다른 나라에서 반납할 경우 300유로가 추가된다는 말에 바로 도망쳤다.


두번째, *블라블라카(blablacar) 이용하기! 좋다! 저렴하고 재미있겠다! 했지만... 우리의 많은 짐을 실어줄 차량은 존재하지 않았다.


마지막 세번째, 수많은 환승이 있더라도 기차 타고 버스 타고 가보자! 교통편을 최대한 찾아보았지만 시간적으로 무리였다. 근처까지 간다고 해도 몽 생 미셸로 들어가는 버스가 없었다. 있더라도 시간상 돈 낭비가 분명했다.


그래서 우린 취소했다. 110유로를 호텔에 기부하며...


그래서 지금 우린 파리에 있다. 원래는 하루 붕 뜬 만큼 아무 호스텔이나 들어가 자려고 했었다. 하지만 평소 화이트 에펠탑을 보는 것이 버킷리스트였던 누라가 에펠탑 근처 호텔을 또 쐈다. 곗돈 들어온 게 확실한 것 같다. 덕분에 황송하게 쉬면서 좀 있으면 시작할 화이트 에펠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이 12시니까 이제 슬슬 나가면 될 것 같다. 다녀와서 일기를 이어 써야지.


다녀왔다. 12시 반부터 1시 반 까지 정확히 한 시간을 기다렸지만 에펠탑은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았다. 도도한 에펠탑은 내일이면 파리 외각으로 떠나야 하는 우리 따윈 신경 도 안 쓰는 듯했다. 우리가 본 것은 무리 지어 다니는 쥐들과 팔다 남은 와인을 떨이로 팔고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전부였다. 이거 오기로 라도 다시 보러 와야 하나 그냥 포기해야 하나 고민이다. 피곤한지 눈에 다래끼까지 났다. 이상하게 억울한 오늘이다.


Day91_DSC00923.jpg 끝까지 도도했던 에펠탑. 그나마 근처 행사장에서 간간히 쏘는 핀조명 덕분에 보라색 에펠탑을 볼 순 있었다.
*블라블라카(blablacar) : 유럽의 카쉐어링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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