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하우스 도치
4일 차. 한가위다. 태풍이 온단다. 여기서 며칠간 체류하기로 하자.
운이 몹시 좋았다!
머물기로 한 게스트하우스 도치 주인장의 덕분으로 근처 제주 이웃분 초대 자리에 동행하게 되었다.
( 도치 주인장, 도치 스탭, 음악인, 나 )
기대 이상의 정성이 듬뿍 담긴 건강한 제주식 명절 상차림을 접하게 되었다.
지역마다 명절 음식의 종류가 틀리듯이 제주도 그러하다.
제주에서는 한가위 때 전 종류는 하지 않는다고 이모님이 말씀해 주신다.
메뉴 : 갯돔 국, 잡채, 옥돔, 소고기 and 돼지고기 수육, 고사리, 양하
특이 메뉴 : 갯돔 국 - 조미료 일체 없이 돔을 넣고 푹~~~ 끓인 국. 국물이 무척 찐~하고 담백합니다.
양하 - 보랏빛과 향이 매우 강한 제주 가을꽃이라고 합니다. 입에 들어가기 전분터 향 입안을 감쌉니다.
꽃이 피기 전 봉오리라 그런지 식감은 매우 질깁니다. 꼭~꼭~ 씹어야 합니다.
저토록 정성스럽고 건강한 음식을 맛보게 된 나는 정말 운이 좋았다.
허기진 배를 맛난 음식으로 채우곤 우리 일행에게 술을 권하신다. 마다할 수 없다. 마시자.
'아 거기~ 숲 속.. 이리와' ( 음악인은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내려온다. 그래서 삼촌이 숲 속이란다. )
'아 거기~ 까까도... 이리와'( 난 머리가 없어서 까까란다. )
어르신들과 주거니 받거니 시원한 바람이 곁에 함께 하고, 맛난 음식이 입을 즐겁게 해주니 당연히 술은 달콤하게 목을 넘어간다. 다만, 간간히 제주분들만의 대화가 있을 때면 난 도통 알아듣질 못하겠다. 아마 말씀하시는 것의 30% 정도만 이해한다. 다행히 옆에서 도치 주인장이 통역해 준다. ㅋㅋㅋ
그렇게 극진한 대우를 받으며 한가위 낮을 보낸다.
일행은 한껏 기분 좋게 마시고 자리를 일어난다.
게스트하우스 도치는 오늘 하루 휴무란다. 주인장은 도치를 찾는 자신의 지인들 and스텝 함께 조촐한 파티를 계획하고 있다.
게스트하우스 도치에서 장기 체류하는 쫄랑이~~ 사진상으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다리가 무척 짧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쫄랑이만의 매력을 발산한다.
주인장 애기로는 도치에서 기르는 개는 아니라고 매번 부인하는 브론디다. 단, 난 아직도 궁금한 게 왜? 제는 이름이 저리 고급 질까? 떠나기 전에 한번 물어보자
저녁의 조촐한 파티는 결론부터 얘기하고자 한다.
맛난 음식+술+음악+바다+사람=행복
이런 공식으로 풀이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입 : 게스트가 만든 순대볶음과 전날 우려낸 육수로 만든 어묵탕, 불고기와 잡채...
요런 음식에 제주 토속주인 허벅주가 한층 더 맛을 더해주었다.
귀 : 음악인 두 분의 방문으로 리얼~ 쌩~ 음악이 자리를 흥겹게 해주었다.
못내 아쉬운 나머지, 항구로 자리를 옮긴 우리는 아름다운 추억을 좀 더 머리에 새기고자 했다. 그렇게 난 제주에서 한가위를 보낸다.
역시나 관계란 것은 무질서한 점들이 서로 만나 선을 잇고, 다시 면으로 확장하는 것에 틀림없다.
그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는 하루였다.
머물기를 잘했다. 도치 주인장을 비롯하여 스텝분들 그리고 두 음악인...
오늘 하루 난 로또에 당첨됐던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