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하는 사람들의 특징
‘집요함’이라는 단어가 책과 책을 오갈 때마다 단골처럼 등장한다. 공통점은 ‘집요함’이 성공(성장)이란 방정식의 필요 함수라는 사실. 그만큼 ‘집요함’은 끝까지 파헤친다는 독기와 함께, 실패의 허들을 넘는 인간승리의 무엇인가가 자리하고 있다. 대부분은 그러나 진득하게 무엇인가를 시도해도, 이 핑계, 저 핑계로 중도하차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때 ‘그릿(GRIT)’이라는 단어가 들불처럼 유행했던 적이 있다. 그릿(GRIT)은 심리학자 앤젤라 더크워스가 정의한 개념으로, TED에서 성공의 중요한 지표로 강조된 바가 있다. 즉 장기적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인내와 열정이 필요하고, 지능지수인 IQ보다 오히려 성공의 더 강력한 요소라고 강조한다.
‘집요함’도 같은 맥락에서 들여다볼 수 있다. 인내와 성실한 마인드로 위기의 파고를 넘어 안정기에 접어들 때까지 쉼 없이 어떤 행위를 지속한다는 것. 결국 집요하다는 것은 성장(성공)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필요조건이다.
생각컨대, 왕성한 학습력과 집중력 그리고 호기심과 관찰력이 뛰어나다는 방증이 바로 ‘집요함’이란 단어로 귀결할 수 있다. 다만 그 ‘집요’라는 단어에서 풍기는 부정적 뉘앙스는 있다. 왠지 끈적끈적하면서도, 타인을 지치게 만들고, 또 때론 재수 없는 느낌이랄까. 예컨대, 고지식하고 융통성 없는 사람에게 ‘집요함’은 껌딱지처럼 달라붙는다.
그럼에도 ‘집요함‘의 본성은 삶의 성실함에 천착한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뚝심과 결기로 요약할 수 있다. 때문에 ’집요함‘은 오늘날 무엇이든 즉흥적이고, 휘발되기 쉬운 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생존어‘가 아닐까. 그 ’집요함‘이 가져다주는 결과가 비록 아집과 똥고집으로 비칠 수 있지만, 배움을 바탕으로 둔다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마중물(트리거)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부끄럽지만, 나의 ‘집요함’을 꼽으라면 3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부족하지만, 그 부재를 알고 채워가는 것은 인생의 또 다른 재미다. 내게 집요함의 응축은 ‘기록과 루틴과 시간’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기록의 집요함이다. 현재 약 60권에 달하는 노트(감사일기, 업무 메모, 회의록, 인사이트 등)는 점점 인생의 보물 1호로 진화 중이다. 잡동사니로 가득한 텍스트지만, 향후 내 삶을 반추할 수 있는 상징이 되어주리라 믿는다. 해마다 받는 회사 다이어리는 나눔의 대상이 된 지 오래. 그만큼 효용성과 아카이브 측면에서 무용하다고 여긴 지 오래다. 그 역할을 이 노트들이 대신한다. 다이소에서 2천 원에 구매한 노트들이 연필과 볼펜 그리고 형광펜으로 도색된 채 나란히 도열된 모습을 보노라면, 입가에 미소가 머금는다. 회의실에 들어설 때마다 동료와 상사들이 회사 다이어리를 일제히 들고 들어갈 때, 나는 버젓이 이러한 낡은 노트가 미팅 기록을 채워간다.
둘째는 루틴의 집요함이다. 누구에게나 몸에 맞는 습관과 루틴을 들이고, 담금질을 통해 완성도를 키워간다. 나에게도 새벽에 일어나 매일매일 행하는 루틴들이 있다. 가벼운 운동부터 명상 그리고 감사일기와 영어공부까지. 이러한 루틴이 습관으로 정착해 내 삶의 허약한 체질을 보완해 나간다. 마치 헬스에서 근육량을 키우기 위한 단백질 보조제처럼, 루틴은 내 삶의 허기를 채우고 재미의 강도를 높이는 영양제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루틴이 잡힌 사람은 디폴트 값이 일정하며, 변수에 강하다고 믿는다. 바로 변수를 상숫값으로 치환할 수 있는 능력 때문이다.
마지막은 시간의 집요함이다. 시간이란 누구에게나 총량은 같지만, 그 속에 잠재된 느낌과 상황 그리고 감정에 따라 그 신축성이 제각각이다. 이를 혹자는 카이로스적 시간이라 명명하며, 시간의 질적인 측면을 강조한다. 나 역시 촘촘하게 시간을 쓰기 위해 나름 분주한 타임테이블을 일상에 불러들인다. 때론 분 단위로 시간을 꽉 차게 보내다 보면, 타인보다 2배 이상의 삶을 보너스로 얻는 기분이다. 물론 무료하면서도 하릴없이 보낸 시간도 많았지만, 시간이란 가치의 재원이 나이가 들수록 얼마나 큰 효용을 발휘하는지 깨닫는 요즘이다. 특히 아이가 하루가 다르게 자랄수록, 새로운 도전과 지적 호기심이 소멸될수록, 부모님의 주름과 흰머리가 늘수록, 줄어든 총량만큼 시간의 값어치는 갑절로 불어난다.
‘집요함’이든 ‘그릿’이든 무엇으로 불려도 좋지만, 누구에게나 그 가치를 알아보고 자신의 인생에 다운로드해서 실행하는 시도 정도는 해보면 좋지 않을까. 그것은 자신의 인생을 책임진다는 것이고, 의미를 직조한다는 것이며, 건강한 인생을 일궈나간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방임하지 않고, 결핍을 당연시하지 않는 삶, 자신의 삶이 아무리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집요함’만 갖춘다면 적어도 후회는 최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