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닌데?

20년 지기 친구가 건넨 일갈, "니 변했데이!"

by 라떼파파

이런 말하기 그렇지만, 니 많이 변했다“

“그래 좀 변한 것 같데이“


2차 술자리를 옮긴 자리에서 대학 동창 K는 불콰하진 얼굴로 내게 말을 건넸다. 꽤나 고심한 흔적이었다. 옆자리에 앉은 P 역시 고개를 주억거리며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무언의 동조를 보냈다.


일순간, 정적이 지난 후 나는 입을 뗐다.

“거기 무슨 말이고? 난 그대론데..”


“솔직히 재미가 없어졌다 아이가. 추임새도 그렇고, 예전 끝판대장다운 모습이 하나도 없다“

“뭐 그거야 나이 먹으면 자연스럽게 변하는기 아이가?”


K의 뾰루뚱한 표정과 P의 무언의 동조는 내가 어떻게 변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학창시절만 하더라도 술자리를 가지면 끝까지 남았다고 해서, 붙여진 ‘끝판대장’이란 별칭. 이제는 끝판은 고사하고, 2차까지만 하더라도 몸이 견디질 못하는 격세지감을 체감하는 중이다.


그리하여 나는 어느새 '변한 남자'가 되었다?!





설 연휴 모처럼 만난 대학 동기들 2명과 가진 술자리. 학창시절 이야기가 오르내리다, K의 소원해진 서운함의 일갈에 잽을 맞았고, 무엇이든 진지모드로 변한(?) 나의 모습이 낯설다는 P의 면박에 두 번째 어퍼컷을 맞았다.


웃고 넘기는 휘발되기 쉬운 에피소드를 글로 남기는 이유는, 스스로 ‘자랑스럽기 때문’이다. '변한다는 것'이 친구들에겐 노잼으로 다가갈 수 있지만, 꽤나 진지한 삶으로 ‘진화’했다는 증거다. 그게 은연중에 비쳤을 정도면 꽤 이런 모습이 낯설게 보이리라 싶다.


“학교 때, 니는 정말 재밌었는데…”


나는 의도치 않게 그들에게 재밌는 친구로 묘사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재미가 반감된 심심하고 따분한 친구로 완전히 바뀌었다.




개인, 가정 회사로 촘촘하게 연결된 ‘라이프맵(Life Map)을 통해 매일매일 성찰하는 삶이 어쩌면 친구들에게 어색하게 비칠지도 모른다. 다만 그들이 아쉬워하는 건, 자기들과 만날 때는 옛날 모습의 허당끼 가득한 '끝판대장'으로 돌아오주길 바란다는 것이다. 시간을 거슬러 그런 모습의 귀환은 의도하지 않는 한 다시는 보여주기 힘들 것 같다. (미안하네 친구들…)


그리고 10년 후에는 과연 어떤 사람으로 비칠지 궁금하다. 여전히 심심한 사람으로 묘사될지, 아니면 또 다른 반전의 서사를 남길지. 확실한 것은, 타인의 시선에 휘둘릴 필요는 없다는 사실이다. 스스로의 삶에 당당하고, 당차고, 당돌하게 살아간다면, 그것만으로 넉넉한 삶 속으로 유영하는 것이 아닐까.


“I AM GROUND, 자기 소개하기. 아싸 수아 씨!”
이렇게 학창시절 유행시킨 말을 K와 P에게 날리고, 나는 잽싸게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 옛날이 참 재밌긴 했나 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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