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공부를 미룰 이유는 없다

장벽이 있어 오히려 신난다?!

by 라떼파파

언어의 질감이 낯설다 보면 ‘포기’는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특히 영어의 허들은 높고 단단하면서 때론 거칠기까지 하다. 자존감을 후벼 파는가 하면, 타인과의 비교 대상이 되기도, 가족과의 유대관계를 좌우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요즘 영어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정규 교과과정으로 편성돼 본격적인 학업이 시작된다. 다만 대부분은 그 이전에 영어유치원, 어학원, 개인과외 등의 방식으로 밀월을 맺는다. 우리 아이도 초등학교 1학년부터 인근 학원에서 파닉스를 시작으로, 올해 3년 차에 접어들었다. 매월 30만 원이 넘는 비용이 주 3회라는 맹목적인 숫자와 맞물려 ‘합리적 가성비’라는 결론을 도출하지만, 아이의 숙제를 가끔씩 코칭하다 보면, 성에 차지 않는 실력에 꼰대끼를 드러낸다. “아니, 이 기본적인 단어를 모르면 어떡하냐? 학원에서 가르쳐주지 않니?”


아이의 학원은 원어민 선생님과 한국 선생님이 교대로 수업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단어부터 스피킹과 리스닝까지, 체계적인 학습시스템을 갖췄음을 자랑하지만 다른 학원과 비교해 차이점을 발견하진 못했다. 물론 학원의 문제가 아닌, 아이의 언어 흥미와 본인 노력에 그 이유를 갖다 대야 함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하지만 부모 마음이 그런가. 시간과 돈 등 투자한 인풋만큼 아웃풋을 내기를 바라는 것이 인지상정인 건 어쩔 수 없다.




내게 영어는 짝사랑과 같다. 다가가려 무던히 애를 써도 그 간격이 절대 좁혀지지 않는 대상. 흠모하지만 정작 마음을 내어주지 않는 대상. 어느덧 마음을 훔쳤다고 확신하지만, 이내 배신하고 마는 대상. 그럼에도 절대 포기할 수 없고, 포기하고 싶지 않은 대상이다.


영어가 그만큼 좋아하게 된 계기는 결국 ‘자신감’이다. 부족하지만, 50에 가까운 나이에도 ‘공부’라는 갈퀴를 물속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는 효능감도 한몫하고 있다. 요즘은 아이의 학원 숙제에 맞춰 가족과 공존하는 시간으로 자리매김하는 중이다. 모르는 단어와 표현을 아이와 함께 찾으며, 배움을 득하는 재미도 있다. 매번 티격태격하는 것은 부자간의 어쩔 수 없는 해프닝이지만, 유대감이라는 것이 이런 공존의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그 와중에 영어는 삶의 지혜와 기저에 깔린 인생철학을 소환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된다. 성실함이 삶의 중심에 자리하고, 겸손함을 배우는가 하면, 스트레스의 대상이 아닌 재미를 자아내는 유희의 장이 되기도 한다.


또한 국내파 숨은 고수를 만나면, 영어의 질감을 제대로 즐기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였는지 짐작하게 된다. ‘닦고 조이고 기름칠하자’는 자동차 정비의 상징적 표어가 영어에도 공통으로 적용된다. 조금만 느슨해져도 실력은 급전직하할 수밖에 없고, 기름칠이 부족하면 유명강사들이 즐겨 쓰는 ‘영어 정복’이란 말은 절대 통용될 수 없는 사실을 알고 있다. 때문에 숨은 고수는 겸손을 무기처럼 포켓에 넣고 다닌다. 또한 대부분의 그러한 사람은 살아온 삶의 결이 올바르고 성실하다. 무엇보다 본인 성장을 위해 꾸준히 노력한다.



나의 영어 공부는 루틴에 있다. 아침이 특히 바쁜 편이다. EBS 파워잉글리시 연간 구독으로 일일 챕터를 공부하고, 방송을 통해 다시 한번 리뷰 과정을 거친다. 영어 구독뉴스인 Morining brew를 포함해 여러 팟캐스트를 듣는다. 가끔 넷플릭스 영화를 영어자막으로 보기도 하고, 챗Gpt 보이스와 전화영어로 스피킹 감각을 꾸준히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다. 선형적인 공부보다 섹션별 방사형에 가까운 방법으로 영어와 친한 척한다. 매일매일 영어와 노는 중이고, 매일매일 그 시간을 즐기려고 한다.


다만 항상 새로운 단어와 숙어가 쏟아지고, 이미 안다고 생각한 구동사가 뜻밖의 의미를 보여줄 때, 이전엔 스트레스가 주된 감정이었다면, 지금은 오히려 신이 난다. 새로운 배움으로 인생의 각주를 계속해서 늘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영어를 싫어하고 멀리하는 사람들은 결국 꾸준함에서 비롯된 마찰과 저항계수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그 임계점을 넘기기 위해 노력하고, 그 성취를 조금씩 맛보면서 재미와 의미를 발견하는 지점이 확장된다면, 영어는 분명 인생의 소중한 죄표로 자리할 것이다.


투썸업(To sum up), 영어는 내게 글쓰기, 책 읽기와 더불어 인생의 동반자다. 성실함과 겸손함을 가르치는 삶의 선생님이다. 치매 예방에 탁월한 효능을 발휘하는 치료제다. 가족과 함께하는 삶의 유희다. 이 좋은 것을 미루고 안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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