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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떼파파 Apr 02. 2021

기립박수의 순간

인정 욕구는삶의 활력소가 된다

"I think there should be a rule that everyone in the world should get a standing ovation at least once in their lives."


"누구나 인생에 한 번쯤은 기립박수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소설 '원더(Wonder)'의 주인공 어기(Auggie)의 대사. 누나 비아(Via)가 연극무대 주인공으로 출연해, 관중으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자 되뇐 독백이다.


내게 기립박수의 순간이 있었는지 인생의 궤적을 더듬어본다. 곱씹어봐도 결혼식 입장과 퇴장할 때를 제외하고는 딱히 기립박수를 받은 적이 없다. 정신없이 흘러간 결혼식이지만, 기립박수를 받았다는 건 팩트. 생애 그런 순간이 다시 찾아오지 않겠지만, 부부로선 감사한 생의 이벤트가 아닐 수 없다. 무탈한 결혼생활을 염원했던 박수들. 지지고 볶으며 인생의 맵고 짜고 시림을 응원하는 소리일 줄은 그때는 몰랐다. 그날 그 시간만큼은 무대의 주인공으로 분해 연신 쏟아지는 카메라 세례를 받으며 행복에 겨워했다.


또 다른 기립박수를 굳이 찾아보면 상장을 받을 때였다. 시골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나왔다. 적은 학생 수 덕분에 그곳에선 곧잘 공부를 잘하는 축에 속했다. 그러다 보니 조회시간마다 우등상 수여자를 호명하면 곧잘 연단 앞으로 달려 나갔다. 주뼛주뼛 거리며 교장으로부터 상장을 받았고, 등 뒤로 의무감에 포박된 채 희미하지만 박수소리가 들렸다. 시샘과 질투가 뒤섞인 진심과는 거리가 먼 박수였지만... 고등학교는 도시로 유학(?)을 떠났다. 제법 공부 좀 한다는 아이들을 모아놨더니, 상위권을 유지했던 중학교 성적은 온데간데없이 곤두박질쳤다. 충격과 모멸감 그리고 자존감이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누구는 동기부여로 삼았겠지만, 나는 지독한 사춘기 열병을 앓으며 내리 3년을 색깔 없는 아이로 지냈다.




기립박수는 매력적이다. 잠든 감각세포를 일일이 깨우며 온몸의 전율이 머리에서 발끝까지 도미노처럼 일어난다. 지릿지릿하는 순간의 연속. 대중의 관심을 꺼린다는 이들도 실제 이런 영광과 마주하면 위선의 그림자를 발견한다.


기립박수는 인정 욕구의 수확물이다. 진심을 다한 응원과 축하가 자신을 향할 때, 일순간 삶이 충만해지는 황홀한 기분을 느낀다. 자부심이 깃들 수도, 자만과 도취가 한몫할 수도, 때론 도전과 성취의 지난한 과정을 떠올리며 눈물을 쏟을 수도 있다. 기분 좋고 우쭐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때문에 우리는 인정 욕구를 향해 거침없는 항해를 주문할 필요가 있다. 기립박수가 일상화된 유명인은 차치하더라도, 범인들이 그런 찬사를 받는 경우는 매우 드물 수밖에 없다. 자신의 노력과 분투가 타인의 공감 속에 '인정'이라는 사회적 합의로 이어지는 것. 이 얼마나 근사하고 멋진 일인가! 그만큼 열심히 살았다는 삶의 증표이고, 오롯이 나의 힘으로 일군 생의 업적이기 때문이다.


남은 생에 기립박수의 순간을 그려본다. 상상이 현실이 되기까지, 매 순간 노력하며 살라는 명제가 된다. 그리고 허투루 시간을 보낼 수 없다는 다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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