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가 날아왔다.
바로 그때, 시간이 멈췄다.
멈췄다기보다는 얼어붙었던 것 같다.
눈앞에 모든 것이 순간적으로 동결되었다.
그리고, 시야에 다른 이미지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그것은 메시지였다.
약 250만 광년 떨어져 있다고 알려져 있는 안드로메다 은하로부터 메시지가 날아왔다.
우주에서는 통상 여기서에서 250만 광년 떨어져 있는 경우, 빛이 오고 가는 거리와 시간 때문에 우리가 지금 보는 은하는 현재의 모습이 아닌 지금으로부터 과거 250만 년 전의 은하의 모습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그 메시지는 지금으로부터 약 250만 년 전 안드로메다 은하의 메시지였어야 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 메시지는 지금으로부터 250만 년 전의 메시지가 아니었다.
메시지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의 메시지였다.
그 점은 단 한 점 의심의 여지없이 명확했다.
현재까지 가장 빠르게 시공간을 이동하는 것은 빛이라고 알려져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빛의 이동으로만 250만 광년 떨어진 안드로메다 은하에서
바로 지금 현재, 순간의 메시지를 지구 한 귀퉁이를 걷고 있는 내게 보낼 수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어쨌든 그 현재의 메시지는 내 눈앞에서 이미지로 펼쳐졌다.
안드로메다 은하의 어느 행성.
지구와 매우 흡사한 환경이다.
거의 지구와 같다고 보면 되겠다.
그 행성에는 또 다른 내가 살고 있다.
콸콸 쏟아지는 폭포 소리에 간신히 눈을 뜬다.
나는 널브러져 있었고 몸을 움직이기 힘들다.
온몸이 흠뻑 젖어 있다.
고개를 돌려보니, 쓰러진 나의 바로 옆에는 호수가 있다.
호수의 물빛깔은 탁하다.
몸을 일으키려 했으나 불가능하다.
겨우 몸을 뒤척이는 수준이다.
밤새 누군가에게 두들겨 맞은 듯 온몸이 쑤신다.
어떻게든 몸을 뒤척여 일어보려고 하는데
뜻대로 되지 않고 맘과 달리 오히려 몸이 배배 꼬이는 것 같다.
그때, 갑자기 지진이 난 것처럼 쿵쾅쾅쾅~~~ 땅이 흔들린다.
호수가 요동친다.
내 몸까지 들썩거린다.
땅의 흔들림은 점점 거세지고 있다.
저 멀리서 어떤 거대한 물체가 지축을 박차며 거의 뜀박질하듯 걸어오는 모습이 보인다.
처음엔 마치 만화에서나 보던 대형 로봇처럼 보였는데,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니 거대한 물체는 진짜 거인이다!
키는 10미터 이상은 돼 보였다. 마치 산덩어리가 움직이는 듯하다.
남자인 것 같았고, 바지와 셔츠를 입고 있다.
거인은 나를 향해 땅바닥을 쿵쾅거리며 성큼성큼 걸어오고 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시선은 먼 곳을 향하고 있다.
땅바닥에 쓰러져있는 나의 존재는 안중에 없는 것 같다.
무시무시한 속도다.
곧 거인은 내게 도달할 것 같다.
그는 나를 향하여. 발을 길게 뻗는다.
내가 그의 발밑에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것 같다.
이상하게 나는 몸을 옴짝달싹할 수 조차 없다.
맙소사!
드디어 거인의 무지막지한 발바닥이 내가 바라보는 하늘 전체를 가린다!
경악에 찬, 나는 외마디 소리를 지른다!
거인은 나의 절규가 들리지 않는 것 같다.
그 순간 거인의 얼굴이 내 눈에 가득 들어온다.
낯익다.
이런! 거인의 얼굴은 바로 내 얼굴이다!
거인의, 내 얼굴을 한 거인의 신발 바닥이 하늘을 가득 메우고, 검정 먹구름이 되어 쏟아지기 시작한다.
나는 필사적으로 꿈틀댄다.
하지만 내 뜻대로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다.
옆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시뻘건 줄무늬가 감긴 어떤 짐승의 미끈거리는 점액질 꼬리가 곧추서서 요란하게 파닥거린다.
그제야 나는 자각했다.
그 꼬리는 나의 몸 일부였다.
이 안드로메다 행성에서 나는 지구에서와는 다른 존재로 존재한다.
나는 지구에서 내가 지금 막 밟아 죽일 뻔하고 있는 지렁이로 이 안드로메다 행성에서 존재한다.
안돼!
나는 혼신의 힘을 다하여 단말마의 비명을 지른다!
몸을 비튼다!
이 안드로메다 행성에서 이제 나의 몸은 내 얼굴을 한 거인의 발에 밟혀 으깨어져 산산조각이 날 판이다.
바로 그때,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던 이미지가 순식간에 한 점으로 수렴된다.
나는 거의 가까스로, 내 발 밑에서 몸부림치는 지렁이를 간신히 피해
내 발바닥을 물웅덩이에 바로 옆에 착지시킨다.
물이 튀면서 그를 흠뻑 적신다.
그는 엄청난 진동과 파도를 몸으로 감당해야 했을 것이다.
안도의 한숨,
식은땀이 몸을 적신다.
두어 발자국 앞으로 걸어가다가 뒤돌아본다.
아직 그는 거기에서 여전히 꿈틀거리며 있다.
나는 생각한다.
내 뒤에 오는 또 다른 누군가가 무심코 신발 바닥으로 그를 순식간에 으깨어버릴 수 있을 것 같다.
귀찮아지는 마음을 다독이며, 나는 뒤돌아가서 그의 몸을 웅덩이 옆 수풀로 조심스레 옮겨놓는다.
나는 나를 구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