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웹툰학원
나의 상상이 아닌 실제 웹툰 학원 풍경은 다음과 같았다. 위의 그림과 같다고 봐야겠다. 학생(수강생)들은 각자 자신들의 모니터 앞에 앉아 있다. 수강생의 수는 대략 10명 내외이다. 시간대별로 다른 것 같다. 어떨 때는 10명이 넘을 때도 있고, 또 다른 때는 5명 정도일 때도 있다. 왜냐하면 내가 항상 퇴근 후 저녁시간에 가는 것은 아니어서 그럴지 모른다. 가끔 주말 시간을 이용하기도 하는데 그럴 경우에 조금 수강생 수가 적어지는 것 같다. 내가 상상한 것처럼 웹툰작가 준비반과 취미반이 따로 구분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10여 명의 수강생들이 한 공간에 모여있다.
개중에는 전문적으로 웹툰작가를 준비하는 학생들도 있고 또는 나처럼 취미처럼 웹툰을 배우러 온 어른들도 있는 것 같다. 서로 섞여있다. 대부분은 10대 혹은 20대 청년 또는 청소년들로 보인다. 대략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그리고 20대 초반의 청년 등으로 비교적 10대 청소년의 비중이 훨씬 많은 것 같다. 아무래도 요즘은 웹툰에 대한 관심이 높고 그 방향으로 진로를 택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어서 그런 것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래서, 내가 학원에 가기 전에 상상했던 것처럼 무슨 강의식으로 수업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강의식 수업은 아마도 대학 교과 과정에서나 이루어지지 않을까 싶다. 내가 다니는 웹툰학원에서는 예를 들어 7시 타임 혹은 8시 타임 등 내가 가능한 시간대별로 학원으로 가서 그 시간대에 비어있는 자리에 앉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대개는 컴퓨터 모니터가 설치되어 있다. 그것은 학원 비품이다. 거기서 자기 진도에 맞게 웹툰 그리기 연습, 또 연습을 하는 것이다. 또 어떤 수강생들은 태블릿을 쓰기도 한다. 태블릿은 수강생 개인이 구입한 개인 소유의 물품으로 본인들이 지참하여 가져와서 사용한다. 이렇게 각자 자신들의 앞에 있는 모니터를 보면서 오른손 혹은 왼손을, 또는 가끔 두 손을 다 활용하여 꼼지락거린다. 두 눈의 시선은 모니터에 꼭 붙들려있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팽팽한 끈으로 모니터와 두 눈이 묶여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할 정도다.
그래서 매우, 아주 조용하다. 아무도 아무 말을 하지 않는다. 서로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 어떤 때는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것 같다. 오로지 자기 앞의 모니터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계속 손가락을 꼼지락거리기만 할 뿐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모니터에 각자 자신들의 작업, 캐릭터 그리기 드로잉에 열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황은 대략 이해했지만, 기본적으로 주위가 아주 산만한 편에 속하는 나로서는 아주 숨 막힐 것 같은 분위기에 쉽사리 적응하기 어려웠다. 내 경우는 어느 곳에서나 한자리에 20분 이상 앉아있으면 도저히 그 상태를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서성거리거나 또는 그 자리에서 전혀 엉뚱한 상상의 세계로 빠져버리는 경향이 있다. 한마디로 집중력이 길게 가지 못하는 성향의 인간인 것이다. 그래서 더구나 이런 식의 면학스러운 열공 분위기에는 영 익숙하지가 않았다. 더구나, 내 짧은 상상으로는 웹툰이나 만화 세상 속에서는 항상 요란한 일들이 벌어지니까, 그것이 로맨스든 액션이든 판타지든 간에, 단 한순간도 잠잠할 틈 없이 사건, 사고, 스캔들, 서스펜스, 이벤트가 숨 쉴 틈 없이 연달아 웹툰과 만화 월드 속에서는 벌어지고 있으니까, 웹툰을 그리는 이들도 그러할지 모른다는 상상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웹툰 화면에 벌어지는 온갖 잡다한 우당탕한 상황들과 비교하여, 웹툰 학원에서의 수강생들이 웹툰을 그리는 풍경은 너무나 단조롭고 고요하고 평화롭고 그래서 따분하고 지루해 보였다. 나야 처음 왔다고 치고, 오래전부터 이 학원을 다니고 있던 수강생들끼리도, 서로 그동안 안면도 트였을 테니 간단한 대화라도 할 것 같은데 전혀 그런 낌새는 없었다. 여기서는 자칫 큰 소리로 말을 하는 것은 그야말로 분위기 깰 일인 것 같았다. 각자 오로지 자기 작업에만 조용히 몰두한다. 그것이 이 학원 공간에 들어올 때의 대전제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