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링
주변에 미라클 모닝(Miracle Morning)을 시작했다거나, 이미 하고 있거나, 앞으로 하려고 마음먹고 있다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 아침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긍정적이며 근원적인 자기 변화를 이루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미라클 모닝(Miracle Morning)』 작가 할 엘로드(Hal Elrod)에 따르면, 명상, 확언, 시각화, 운동, 독서, 쓰기 등 6가지 습관을 매일 아침 10분씩 실행하여 1시간 동안 진행하여야 한다. 만일 시간이 충분히 없다면 각 활동에 1분씩 총 6분을 해도 된다.
미라클 모닝(Miracle Morning)의 장점은 명확하다. 조금만 더 자려고 게으름을 피우던 아침 시간을, 조금 더 일찍 일어나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어제와는 다른 모습의 나를 적극적, 의도적으로 만들어 보는 활동이다. 특히, 일정한 시간에 끊임없는 미라클 모닝으로 루틴을 만들 수 있다면 지속적으로 상승의 계단을 밟고 올라가는 자기 자신을 확인하는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내 경험을 되짚어 보자. 어쩌면 할 엘로드(Hal Elrod)가 말한 『미라클 모닝(Miracle Morning)』의 기본 루틴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대략 5년 전부터 이른 아침에 일어나 부지런하게 자기 발전을 위한 무엇인가를 하는 활동을 지속해 왔다. 6가지 습관 중에서 확언, 시각화, 운동, 독서, 쓰기 정도는 시도 및 실제 실천을 했었다. 다만, 10분씩 이른 아침 1시간을 채우는 방식은 아니었고, 예를 들어 하루는 확언과 시각화를, 또 하루는 운동을, 또 하루는 독서를 이런 식으로 진행했었다.
시작은 영어 학습이었다. 그때까지 일정한 패턴에 의해 돌아가는 회사 업무에 치이다 보니, 또 위계질서 속에서 상위 포지션으로 자리잡지 못한 자신을 바라보며 의욕 상실 등을 겪었다. 이런 상태로 시간을 그냥 흘려보낼 수는 없다는 자각이 왔다. 피동적인 회사 업무 수행이 아닌 개인의 발전을 위한 목표가 필요했다. 필요성은 절감했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목표를 세워야 할지 막막했다. 그래서 앞으로 무엇을 하든지 도움이 될 만한 "거리"를 탐색했다. 그때 찾은 것이 "영어"였다. 오랫동안 손 놓고 있었던 "영어"를 다시 시작해 보기로 했다. "영어 능력"은 업무와 연관해서든 혹은 업무과 무관해서든, 미래의 오늘을 살아갈 때 어떤 방식으로든 상당한 활용도가 있을 거라는 판단이 들었다.
아침 이른 시간을 영어 학습에 투입했다. 영어 학습을 하면서, 확언과 시각화 및 독서와 쓰기 등에 영어를 적용해 보았다. 영어 문장 읽기, 영어로 쓰기, 영어로 나에게 긍정형 확언을 반복하여 들려주기, 영어로 청중들 앞에 발표하는 미래의 나 시각화하기 등.
온라인에서 영어 학습에 도움이 될 만한 콘텐츠들을 찾아서 사용해 보기 시작했다. 스몰 토크에 초점을 맞춘 영상, 비즈니스 영어 표현을 알려주는 영상, 실생활 영어 표현을 매주 업데이트해 주는 캐나다 교사, 영화 대사 모음 영상, 영어 섀도잉 영상, 아이엘츠 또는 토익 스피킹 모의 테스트 영상, 줌이나 밋업을 활용한 원어민과의 영어 화상 미팅, 영어 능력 향상이 절실히 필요한 한국인들과의 영어 회화 모임. 그동안 생산적으로 활용하지 않고 흘려보낸 수많은 시간들을 보상하기 위해서 일과 외 시간은 온통 영어 스터디에 투입했던 것 같다. 그리고 작년부터 대학원 진학이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거기에 추가적인 학습 시간을 투입했다.
미라클 모닝(Miracle Morning)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기에 미라클 위크엔즈(Miracle Weekends)로까지 확장시켰다. 토, 일요일 시간을 시간대별로 구분한 다음에 거기에 학습할 코너들을 구성해 놓았다. 예를 들어서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 8시에 줌이나 밋업을 활용해서 영어로 매주 주제를 정하여 토론하고 질문, 답변하는 회화 모임, 저녁 7시에는 원어민 강사와의 영어 온라인 화상 수업, 저녁 8시에는 매일 1시간씩 영어로 그날그날 랜덤 토픽으로 대화하는 모임 등에 참여했다. 나머지 오후 시간대는 대략 1시간 간격으로 다른 패턴의 영어 학습들로 채웠다. 예를 들어 1시간은 섀도잉, 1시간은 영화 대사 듣기, 1시간은 비즈니스 영어 표현 익히기 등등.
여기에 더하여 작년에는 다음 단계의 발전 방향으로 대학원 진학을 설정했기에 그에 대한 준비도 추가했다. 대략 오전 5시에 잠이 깨면 1시간 정도는 대학원 진학에 필요한 과목들 학습을 진행했다.
일과시간이나 저녁시간은 머릿속이 산만해지고 집중력이 흩어진다. 이른 아침 시간은 차분하게 가라앉은 분위기에서 외부의 방해 없이 특정한 관심사에 대하여 좀 더 집중해 볼 수 있다. 또한, 남들보다 이른 시간에 깨어나 무엇인가를 한다는 성취감과 우월감을 느낄 수 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끊임없는 비교와 무한정 경쟁,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학습해야 하는 시대이기에 해뜨기 전 아침을 적극 활용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기존 생활 패턴 대비하여 잠을 줄인 것은 아니었다. 아침 시간 루틴을 위하여,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앞당겼다. 전날 저녁에 대략 9시 혹은 늦어도 10시에 취침했으니까 8시간 또는 9시간 수면은 확보한 것이다.
이렇게 장점이 많은데, 미라클 모닝으로 잃을 것이 무엇이 있었을까?
건강이었다. 아마도 작년 초부터였던 것 같다. 몸이 느끼는 피로감이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조금만 과로하거나 먼 거리 출장을 갔다 오면 몸이 묵직하게 가라앉는 듯한 느낌이 들었더. 그럼에도 괜찮을 거라는 안이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일도 일이지만, 매일 아침의 미라클 모닝 루틴과 미라클 위크엔즈 루틴에 하루도 쉼 없이 몸과 정신을 갈아 넣고 있었다. 단순한 생각에 사로잡혔던 것 같다. 이렇게 매일 이른 아침과 매주 주말을 학습과 스터디에 전념하면 나의 미래는 분명 변화할 것이라는. 자기 삶을 성공적으로 변화시키고, 꿈을 성취한 사람들은 주어진 일분일초를 허투루 허비하지 않는 것 같았다. 나도 그런 사람들의 모델을 따라가 보고자 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으로 실제 나의 미래는 변했다. 문제는 내가 원하는 대로 변화한 것이 아니라, 내가 예측하지 못한 대로 변화한 것이다. 건강이 악화되었다.
작년 12월에 대학원 합격 통지를 받았다. 1월에는 대학원 새 학기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까지도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지금 좀 육체가 고달프고 힘들더라도, 나중에 내가 원하는 것들을 성취하면 다 잘될 것이라고. 생각해 보면 그때 내가 현실에서 성취하고자 했던 것들은 지나친 의욕 아니었나 싶다. 나의 변화를 통해 내가 일하고 있는 일터, 일터와 연관된 외부 환경, 더 크게는 사회까지도 변화시켜보고자 하는, 어떻게 보면 야심 또는 몽상에 가까운 의지였던 것 같기도 하다.
우측 옆구리 부근에 통증이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은 더 선명해지고 빈번해졌다. 결국 올해 1월 말에 대학원 진학을 포기하기로 결심했다. 대학원 진학을 포기하는 것과 동시에, 그동안 일상 루틴으로 구축해 왔던 미라클 모닝, 미라클 위크엔즈와 기타 각종 스터디 모임을 바로 중단했다. 몸이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었다. 내가 원하는 나의 미래 모습을 구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계획했던 모든 활동들을 접었다. 아쉬움과 아까움이 크게 다가왔지만 어쩔 수 없었다.
사실 건강이 훼손된 주된 원인이 미라클 모닝 때문은 아니다. 미라클 모닝을 적당한 수준에서 실행했어야 했다. 과도할 정도의 미라클 모닝, 미라클 위크엔즈, 그리고 자기 계발 노력과 집착, 과욕이 원인이었던 것 같다. 나를 변화시키겠다는 지나친 의욕이 정신과 육체에 스트레스와 고통을 끊임없이 가중시킨 것이었다. 미라클 모닝이든 삶의 긍정적 변화를 위한 루틴 만들기 든 간에 일, 생활, 휴식, 건강 사이에서 적당한 균형을 잡으면서 실천할 일이었다. 때마침 읽은 어떤 의학전문가의 신문 기고글도 미라클 모닝에 대한 생각을 다르게 가지게 해주었다. 기본적으로 우리의 몸은 새벽, 이른 아침에는 신체 장기와 두뇌가 아직 완전히 깨어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가급적 해가 떠있는 낮시간과 달리 적극적인 활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미라클 모닝, 미라클 위크엔즈, 각종 스터디를 중단하자마자 발생된, 더 정확하게는 미래 목표를 위한 질주를 멈추자마자 생겨난 텅 비어버린 상당한 시간을 감당하기 위해 뭔가 다른 것을 해보기로 했다. 다시 나의 정신과 육체가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할 수는 없었다. 이전과 달리 목표를 반드시 이루어보겠다거나, 단계별 발전에 대한 강박 없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이 필요했다. 하지만, 성격상 시간을 아무 의미 없이 흘려보내는 것은 잘못하는 편이어서, 나 자신에게 이것은 좀 괜찮은 시간 보내기라고 다독거릴 수 있는 것을 찾았다. 그래서, 저널링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