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글씨 저널링의 효과 - 되돌아보기

손글씨 저널링

by 지훈

고작, 올해 2월에 시작해서 이제 겨우 3개월을 넘긴 상태에서 감히 손글씨 저널링의 효과를 운운하기는 민망한 감이 있지만 3개월 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정리해 보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다른 것은 둘째치고 나를 되돌아보게 된 점을 꼽을 수 있다. 자기 성찰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꼭 손글씨 저널링이 아니더라도 자신을 돌아보고 되짚어보는 행위는 여러 가지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다만, 좀 더 차분하고 진지하게 들여다보게 해주는 것이 손글씨 저널링만의 차별점이 아닌가 싶다.


아직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은 텅 빈 종이 노트를 펼치며, 볼펜을 손가락에 쥐고 지금 무엇을 쓸지 골똘히 생각해 보는 특별한 시간과 공간을 갖게 된다. 평일 오전과 낮은 사무실에서 주어진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조직체의 일원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다면, 퇴근 후 저녁 시간 또는 주말은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만들 수 있었다.




그리고 숨 가쁘게 무엇인가를 성취하고 자기 계발을 위해 부단하게 노력해 왔던 나를 다시 점검하게 되었다. 찬찬히 나를 돌아보면서, 내가 지난 수년간 했던 활동들이 나에게 끼친 영향들을 정리해 나갔다. 어떤 목표 도달을 위해 내가 의도적으로 만들고 설계한 매일의, 일주일의, 한 달의, 일 년의 시간표에 맞추어 나를 움직였왔었다. 심각할 정도로 거세게 훈련시켰다. 나 자신이 교관이고, 나 자신이 교육생이었다. 이 정도로 체계적이며 거의 빈틈없이 자기 발전을 위한 시간 관리를 하면 내가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결론적으로는 건강만 훼손되었고 내가 생각했던 성취를 가지지 못했다. 이로 인해 알게 된 것은 지나치게 목표지향적인 생활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목표나 목적, 방향도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더 낫다는 뜻은 아니다. 삶에 어느 정도 목표는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좀 더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해 숨쉴틈도 없이 나를 몰아붙이는 일은 자칫 내가 살고 있는 의미를 잃어버리게 될 수 있다.


자기 발전의 목표를 과도하게 높게 설정한 것은 아닐까. 그것에 맞추기 위해 현재 노력해야 할 의무사항들을 몸과 마음이 감당할 수 없을 수준으로 설계한 것은 아닐까. 결국은 간절한 바람이라기보다 지나친 과욕이었던 것은 아닐까. 내가 가치 있다고 설정하고 추진한 것이 진정으로 가치 있던 것일까 하는 물음까지도 던져보게 되었다. 내가 했던 모든 노력이 의미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내가 나의 삶에 대해서 어떤 부분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설정한 것이었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노트에 글을 써 내려가면서 깨닫게 된 것은 내가 진정으로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에 우선 가중치를 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가치관을 내 것으로 받아들여 그에 맞춘 가치가 더 의미 있다고 오인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내가 목표로 삼았던 삶이나 위치도 진짜 내가 진심으로 바라는, 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우러러 보이는 것을 목표로 삼았던 것 아니었던가 하는 성찰을 하게 되었다.




회사 내에서 상위 직위로 올라가는 것, 또는 회사에서 벗어나서 더 나은 회사로 이직하는 것. 대학원에 진학하여 대외적으로 내보일 수 있는 학위를 갖는 것. 그것들을 발판으로 좀 더 대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일을 해보는 것. 이것들이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었을까. 깊은 자기 진단을 하게 되었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라기보다는 내가 명함을 내밀었을 때,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여줄 만한 문구들이 필요했던 것 아닐까. 그것으로 인정받고 싶고, 존경받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노트에 한 문장씩 생각들을 적어 내려가다 보니 기존에 내가 잘못 판단한 부분, 잘못 생각했던 부분들을 선명하게 알아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인생이란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하니까, 어쩌면 지금까지의 시행착오들이 미래를 위한 귀중한 밑거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역긍정의 발상까지도 해본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시행착오만 계속하며 살아가다가 시행착오 속에 생을 마감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다음으로는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에 좀 더 깊은 질문을 던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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