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루에서 집으로
Camera : Sony A7RII
Lens : Sel 24-70gm, Sel 70-300g, Sel 90m28g
Photographed by @JIHOON_SEO
4박5일, 3월의 홋카이도 여행에서 마지막 5일차 아침이 밝았다.
여행에서의 아쉬움이 이렇게 큰 적도 처음이었다. 그만큼 3월의 홋카이도는 좋았던 것 같다.
도시처럼 시끄럽지도, 복잡하지도 않았고 확트인 맑은 자연에서 우리는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추운것을 싫어하고 휴양지에서 누워있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였지만, 이상하리만치 홋카이도의 조용히 내려 소복히 쌓인 눈은 솜털이불처럼 가볍고 따뜻했던 것 같다.
한 시가 아쉬워 피곤한 몸을 이끌고 체크아웃 전에 오전시간을 활용해서 다시 오타루로 향했다. 이번 여행으로 충분히 힐링은 되었지만, 여운이 남았다. '러브레터'의 주인공의 마지막 장면처럼 멋있는 인사를 하기 위해서
히라가나 카타카나를 어설프게나마 읽을 순 있지만 한자와 해석에 있어서는 젬병이기에 새끼 고양이를 물고가는 CI를 보고 추리해본다. (택배회사로 내맘대로 결정) 무엇인지 알 수 없었지만 고양이 로고라니. 참 일본답다.
다시 오타루 오르골 전당과 르타오 본점이 있는 이곳이 오타루의 시작이다. 아침 8시. 문을 열은 가게가 없다. 아쉬우니 눈내리는 오타루의 거리를 걸어본다. 아침이라 관광객도 없고 한산한 오타루가 좋았다.
걷다 걷다 조금 추워질때 쯤. 8:45분 남들보다 15분 일찍 문을 여는 가게는 키타이치 글라스라 불리는 곳이다. 그중에서도 키타이치 홀에는 오직 석유램프로만 불을 밝힌다. 그 분위기가 멋져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늦은 2시 ~ 2시 30분 / 늦은 3시 ~ 3시 30분 / 늦은 4시 ~ 4시 30분 에는 분위기 좋은 홀에서 피아노 연주도 들을 수 있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시간과 겹친 우리는 아쉽게도 듣지 못햇다.
대신 8:45분 땡! 하자마자 들어가니 석유램프 점등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석유 샹들리에는 모두 내려와 종업원이 직접 점등을하고 도르레를 이용해 위로 올린다. 우리는 홀을 전세 낸 듯 넓은 홀에 모닝 커피를 시키고 석유냄새에 섞인 커피향을 맡으며 불빛들을 바라봤다. 해가 쨍쨍한 아침이지만, 분위기에 취할 정도이다.
종이 삿갓을 쓴 그모습이 황금빛이로 빛나 더욱 아름다웠다.
솔직하게 말하면 커피맛은 별로였다. ㅎㅎ
키타이치 홀 내부는 굉장히 클래식한 멋이 있다. 석유램프를 다루는 홀임에도 나무로 천장부터 벽재까지 장식되어있고 벽면에는 글라스들로 장식되어 석유램프와 함께 빛나고 있었다.
커피를 마시며 홀을 구경하다보니 어느덧 9:00 분위기 좋은 홀을 빠져나와 햇살을 받으러 나갔다. 9시가 되니 오르골 전당과 르타오 본점이 문을 열었다. 되돌아 가는 길 3월의 오타루의 태양은 기울어져 아침의 매직아워를 이루고 있었다. 거리에 쌓인눈과 오래된 벽돌로 된 건물들은 황금 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오겡끼 데스까?!~
황금 빛으로 배웅해주니 왠지 기분이 좋다.
가장 먼저 르 타오 본점을 찾았다. 입구에 들어서자 웰컴 초콜렛인가? 시식용인가? 알 수 없지만 달달한 초콜렛을 입에 넣어준다.
르타오 본점의 1층은 샵으로 이루어져있다. 치즈케익과 초콜렛 여러 베이커리들을 판매하고 있다. 유제품으로 유명한 홋카이도에서 오타루에서 가장 유명한 가게라면 맛은 보장되어있다.
2층은 카페. 커피는 마시고 왔으니 3층 전망대로 향했다. 올라가는 엘레베이터에 1,2층에 비해 3층은 좀 버튼이 높이 있는게 인상적이었다. 관광객들은 대부분 직원용으로 아는 것인지.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뷰를 볼 수 있는데.. 이 곳에서 꽤 오랫동안 머물렀지만 한 사람도 올라오지 않았다. 물론 아침이라 그럴 수도 있다. (창문을 좀 닦았으면 더 좋았을텐데..) 사진찍는 사람은 대부분 알겠지만. 태양이 기울어져 그림자가 길어지고 모든 피조물들이 가장 입체적으로 보이는 시간 하늘은 붉게 혹은 황금빛. 골든아워라 불리고 노을 시간때 태양이 넘어간 후 핑크 혹은 자줏빛으로 빛나는 시간을 매직아워라고들 한다. 두 시간대를 합쳐 부르시는 분들도 있고, 태양의 위치에 따라 약간 동네마다 다른? 느낌이지만 여튼 그시간 때가 사진이 가장 예쁘다고들 한다.
노을보다 아침햇살이 좋은건 사람이 별로 없는 것.
시간이 지나니 패키지 광광팀이 온다.
이날도 광각이 없는 아쉬움이 있었다. 홋카이도에서 돌아오자마자 광각렌즈를 질러버렸다.
르타오 전망대투어를 끝내고 관광객이 더 많아 지기 전에 오르골 전당으로 갔다.
짐도 많은 내가 오르골들을 떨어뜨릴까 무서웠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사람 없을 때 가기로 했다.
누구나 오타루전당에 들어가면 요녀석과 인증샷을 남긴다.
입구를 지키는 이녀석이 지나치게 큐트한 캐릭터나 모에화가 되지 않아 다행이다.
다행히 아직 사람이 많지 않았다. 한국에선 내내 게으른데 돈주고 오는 여행에서는 괜히 더 부지런해져서 다행이다.
오르골 전당은 총 3층으로 되어있다. 각양 각색의 오르골이 많이 있다. 지나치게 큐트한 것부터 고급스러운 것 까지. 하지만 가난한 여행자인 나에게 사치이며 집에 가져가봐야 예쁜 쓰레기다. 나는 이쁜사진만 찍으면 그것이 기념품 ㅋ
벽돌로 이루어진 외벽에 내부는 천장부터 벽 바닥까지 목재로 되어있다. 빈티지한 멋이 있다. 한국은 목재를 끼워 맞춰 목재가 숨을 쉬는 것 까지 계산하여, 온도에 변화하는 목재를 다루는데, 이곳은 못과 철재로 나무의 이음새를 잇고 있었다. 그 모습도 나름 빈티지 하고 멋스러웠다.
오르골의 종류는 정말 많았다. 하지만 지나치게 큐트한 것은 나의 취향이 아니다. 매크로 렌즈를 조심스레 꺼내들어 유리구 안에 장식된 것들만 골라 찾아 찍었다.
각종 별자리로 장식된 오르골도 판매하고 있었다.
내 별자리도 찾아본다.
여행내내 무겁기만 하고 짜증났던 매크로렌즈가 기특하다. 마지막날은 참 반짝반짝 빛나는 것을 많이 보게 된다.
오르골 전당까지 마치고 이제 진짜 집에가야 할 시간이다.
다시 호텔로 향하여 짐을 찾고 체크아웃을 한 후에 치토세 공항으로 향해야 한다.
돌아가는길 미나미오타루로 향하는 길위에 까마귀 발자국이 나있다. 배웅해주는 기분이 든다.
그러더니 갑자기 하늘에서 펑펑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스트로보를 가져오지 않았는데도 이만큼이나 많은 눈이 왔다. 3월의 홋카이도에서는 모든 날씨를 경험해 본 것 같다.
눈이 펑펑오니 역시 오타루의 마지막날답다.
집으로 가는 열차를 기다리는 시간.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소나기 같은 눈은 그쳤다. 빨간 제설열차가 멋스러워 보였다.
3월의 홋카이도 여행의 여운은 한국에 돌아와서도 계속되었다. 우리는 그 이후로 자주 홋카이도를 입에 오르내렸고 홋카이도의 이야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해외여행을 하다보면 다시 찾고 싶은 지역이 있다.
그 이유가 멋진경관을 다시 보거나, 다른 계절을 느끼고 싶거나, 그 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 등이 있겠지만 나에게 홋카이도는 좋은사람과 함께 여행한 좋은기억 때문이 아닐까싶다..
홋카이도는 여름엔 라벤더 밭과 푸르른 목장 맑은 호수 푸른 들판이 펼쳐진 멋진 곳이다. 게다가 한국처럼 덥지도 않고, 유제품이 유명하여 아이스크림은 누구나 인스타그램에서 인증샷을 남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홋카이도를 다시 찾는다면 그것은 역시 겨울이 될 것 같다.
3월의 홋카이도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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