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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hoon photogrphy Dec 27. 2016

어느 멋진 봄날의 대만산책. #1

가장완벽한날씨 4월

Camera : RX100mk4
Photographed by @JIHOON_SEO



올 4월에 휴식차, 여자친구의 퇴사여행 겸 대만에 여행을 다녀왔다.
마음의 무거운 짐을 덜어놓고 좀 더 따뜻한 곳에서 복잡한 생각없이 가볍게 걸으며 그 동안 바빠서 못했던 이야기를 하며 여유를 보내고 싶었다.

4월의 대만의 따뜻한 날씨와 싸고 풍부한 먹거리의 매력에 어디서든지 마구마구 먹고다니던 기억이 난다. 


김포공항 출발 해외는 인천공항 아니야?라는 착각이 여행의 위기로 다가오기 전에 몇번이고 

김포.김포.김포를 상기시키며 공항에 도착했다.
빨간 날개가 인상적인 이스타항공을 이용했다.



대만 송산공항 도착. 우리를 데려다 준 비행기. 작은 비행기인 탓에 착륙시 심하게 흔들렸다. 출장 차 많은 비행기를 겪어봤지만, 난기류나 착륙시에 비행기의 크고작은 요동침은. 미국드라마나 흔한 재난영화에 나올 법한 한장면을 상상하곤 한다. 

저때만 해도 아우터를 입었는데, 짐을 찾고 공항을 빠져나오자 습하고 더운 공기가 숨이 턱 막혔고. 4월에 한여름의 뜨거움을 기억하게 해주었다. 


모노레일을 타고 시내로 간다. 주변엔 좁은 골목을 끼고있는 빽빽한 빌딩들이 서있었지만, 그 모습이 첨단, 미래와는 거리가 먼 80,90년대 익숙했던 건물들의 모습을 하고있다. 그 아래로는 이국적인 야자수와 온통 초록물결인 열대나무들이 뜨거운태양을 받고 사람들에게 그늘을 나누어 주고 있었다. 
남의 나라에서 평일에 돌아다니다 보면 "전 세계인들 모두 열심히들 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든다. 출근하는 아저씨, 교복을 입고 등교하는 아이들을 보다, 배낭을 매고 캐리어를 끌고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다니는 우리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휴가를 다시 한번 느낀다.

대만 골목골목에 있던 커다란 반얀트리(?)가 퍽 멋져보였다. 이 이국적인 나무가 대만에 왔구나~ 라는 것을 상기 시켜주는 것 같았다. 줄기같은 것이 서로 얽혀있는 기둥과 무성한 잔 잎들이 빛을 받아 만들어내는 그늘이 뜨거운 거리를 돌아다니는데 쉼터가 되어주곤 했다. 


날씨가 좋아 다행이었다. 햇빛이 비추는 대만 골목은 너무 예뻤다. 4계절 내내 따뜻한 기후의 대만은 오토바이와 자전거를 참 많이 탄다. 대로변을 봐도 항상 스쿠터 부대가 신호등아래 맨 앞 라인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겨울이란 날씨에 어울리지 못한 경우도 있고. 오토바이의 이미지가 이상하게 불량하고 위험하다는 인식이 강해서 이처럼 경제적이고 편리한 이동수단이 많이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대만의 출퇴근길은 스쿠터부대가 대로를 꽉 채우고 있는데 그 모습이 중세시대 영드나 영화에서 나오는 기마병 같은 수준이다. 



대만에서 처음만난 괴수고양이. 내 백팩만하던 큰 녀석이 우리들을 노려보고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고 쓰다듬을 허락했다. 대만 사람들이 얼마나 고양이를 좋아하고 공존을 위해 보살펴주는지 알 수 있었고, 우리나라가 길냥이에게 얼마나 인색한지 두번째로 알 수 있었다. 집 근처 아파트단지 내에도 가끔 우는 새끼고양이들과 고양이들이 사람의 인기척을 피해 풀 숲으로 숨고 먹이를 주려해도 굉장히 경계하고 있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최근에는 많은 좋은 분들이 먹이도 주고 고양이들에게 손을 내미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머지 않은 미래엔 우리나라도 대만처럼 고양이들이 편안한 동네가 많이 보였으면 좋겠다. 



대만 시내 골목골목 예쁜 상점들을 돌아다니다 배가 고파져서 유명하다는 딘타이펑 본점에 들어갔다.



만두를 만드는 만두맨들.
명성만큼 식사 시간 때가 되면, 가게 밖에는 만두를 먹으러 긴 줄이 늘어져 있다. 좁은 입구를 들어가 보니 저렇게 창문으로 만두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한 눈에 우리를 한국인임을 알아보는 종업원은 유창한 한국어로 우리를 자리로 안내해 주었다. 



육즙이 느껴지는 만두. 샤오롱바오? 수요미식회에서 이연복아저씨가 설명해줬는데 기억이 안난다. 
음식을 보면 카메라보다 젓가락에 손이 먼저간다. 그래서 여행다녀오면 음식사진은 거의 없다. 우동 숟가락에 샤오롱바오를 얹어 생강과 초간장으로 된 양념에 적셔 한 입 베어문다. 육즙이 뜨겁기 때문에 한번에 삼키게 되면 화상의 위험이 있다. 적당한 기름기는 생강 양념으로 느끼함을 잡아주고 특유의 향과 육즙이 입 안을 즐겁게 한다. 하나하나 만두가 없어져 갈 때마다. 너무 안타까웠다. 


숙소에서 얼마 되지 않은 거리에 용산사라는 절이 있었다. 여행 준비를 철저히 하는 여자친구는 용산사는 밤에 봐야한다고 했다. 역시 남자는 여자 말을 잘 들어야 하나보다. '도심에 있는 절이 얼마나 멋지겠어' 딱히 불교도 아닌데 이 곳을 왜 갈까 했지만. 황금 빛으로 빛나고 수많은 용 장식들로 꾸며져 있는 용산사는 너무 멋있었다. 우리와 같은 관광객. 그리고 다들 무엇을 그렇게 기도를 올리시는지 각자 향초를 올리고 간절히 기도를 올리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별이 빛나는 밤아래 오래되어 보이는 회색빛 콘크리트 아파트.
회색빛 콘크리트색은 도시의 삭막함을 대표하는 색상인데. 어쩐지 나는 그 마저 낭만스럽게 보였다. 
의미없는 꽃무늬 페인트와 핑크색도 팥죽색도 아닌 붉은 색의 페인트를 칠하지 않아서, 루프탑에 네온색으로 레이저를 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홍콩영화의 주인공이 살 것만 같은 아파트였다.

그렇게 대만에서의 하루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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