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2. 희망의 마중물
[이 글은 제가 네팔 고아원에 크라우드펀딩으로 250만 원을 기부하기 위해 쓴 글입니다.]
네팔에 ‘소망의 집’이라는 고아원 한 켠에는 작은 펌프가 하나 있습니다.
이 곳에서 저는 펌프라는 것을 처음으로 사용하면서 흥미로운 점 한 가지를 발견했습니다. 날씨가 더울 때는 펌프의 물이 종종 마를 때가 있습니다. 말라버린 펌프에서 물을 기를 방법이 과연 무엇일까 궁금하지 않으세요?
그 방법은 바로 펌프질 하기 전에 아주 적은 양의 물 한 바가지를 펌프에 부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물 한 바가지를 붓고 펌프 손잡이를 위아래로 움직여 펌프질 하면, 그제야 비로소 물이 벌컥벌컥 하며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게 됩니다.
펌프를 끊임없이 샘솟게 하는 첫 바가지, 순 우리말로는 '마중물'이라고 합니다.
약 400명의 아이들의 하루를 시작하게 해주는 마르지 않는 펌프,
그 시작이 바로 한 바가지의 물에 있었던 것입니다.
매우 적은 양의 물이지만 이 마중물이 없으면 펌프에 물이 제대로 차오르지 않습니다.
여러분, 여러분이 우리 소망이들의 마중물이 될 수 있습니다.
소망이들의 꿈과 희망이 마르지 않고 샘솟을 수 있도록 그 길을 터주는 첫 물 한 바가지, 바로 여러분의 작은 손길입니다.
희망의 마중물이 되어 소망이들의 마음의 펌프를 사랑으로 가득 채우고 무럭무럭 자라 날 수 있게 해 주세요!
저는 2016년 2월 23일에 세계일주를 시작하여 2번째 여행지인 네팔 남쪽에 있는 치트완, 서 우라하에 위치한 ‘소망의 집’에서 3월 18일부터 3월 29일까지 2주 동안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2년 전 이해덕 목사님, 조현경 사모님께서는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에 무일푼으로 오셔서 영화 같은 기적의 기적을 거듭하며 현재 400명이 넘는 아이들이 자라는 ‘소망의 집’을 만드셨습니다.
이곳에서의 시간은 제가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주기보다 오히려 아이들로부터 더 많은 것을 받고 배우게 된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저 자신을 스스로 돌아보고 반성하게 된 소중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고아원이라고 하면 어딘가 우울한 분위기가 감돌 것이라 생각했었고, 고아원에 있는 아이들은 늘 힘도 없고 불행하기만 하진 않을까 생각했던 저였기에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 다소 긴장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저의 이런 편견 어린 생각은 소망의 집에 도착한 첫날 180도 바뀌었습니다.
환한 웃음을 머금고 저를 반겨준 아이들은 저에게 큰 웃음을 선물해주었고 먼저 다가와 네팔 이름도 지어주었습니다.
아이들은 저를 ‘수바스 다이' (좋은 향기 나는 형 또는 오빠)라고 불러 주었고 저 또한 사랑을 담아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주며 웃음이 끊이지 않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이들의 작은 손으로 제 손을 꼭 잡아주던 순간, 아이들이 진심으로 나를 대해주는구나... 지금도 잊지 못할 감동의 순간이었습니다.
제가 본 소망이 들은 대한민국의 아이들보다 훨씬 더 행복해 보였습니다.
매일 음악 활동과 운동을 하며, 육체적·정신적으로 정말 건강했습니다. 모두 운동신경이 굉장히 좋았고 노래도 잘 부르고 악기도 잘 다루는 만능 재주꾼들이었습니다. 한 번은 소망의 집 내에서 해야 했던 작은 공사가 있었는데 아이들이 작업을 얼마나 잘하던지 제가 군 시절 함께 했던 병사들 못지않아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학업 성적에 매달리는 과도한 경쟁 속에서, 삶의 목적이나 방향에 대해 고민할 기회도 없이 밤늦게까지 학원과 독서실을 전전하는 우리나라 아이들과 비교되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런 환경의 차이 때문인지, 소망이 들은 우리나라 아이들과 사고방식이 많이 달랐습니다.
아침 식사 시간을 예로 들자면, 식사 당번인 아이들이 아침을 준비하기 위해 새벽 5시에 일어나 나무를 구하고 하나하나 장작을 팹니다. 그다음 뜨거운 아궁이 앞에서 밥 한 끼를 짓는데 가마솥에 밥이 눌어붙지 않게 하기 위해 3시간 동안 쉬지 않고 밥을 저어야 합니다. 이 아이들은 이렇게 매일 아침 땀을 뻘뻘 흘리며 밥을 짓습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아이들은 밥 한 숟가락, 빵 한 조각, 물 한 모금이 얼마나 소중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무엇보다도 함께 나누는 마음, 서로를 진심으로 아껴주는 가족애가 정말 끈끈합니다.
저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이런 소망이 들을 생각할 때면 휴지 한 장조차 아까워 편하게 쓸 수 없었고, 물 한 방울 함부로 낭비할 수 없었습니다. 부모님이 해주시던 음식을 배가 부르면 대수롭지 않게 남기기도 하고… 물을 계속 틀어놓고 샤워하고, 친구들과의 술 값을 흥청망청 썼던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됐습니다.
소망의 집에 다녀온 이후로 저는 여행을 하면서 맛있는 음식, 편히 잘 수 있는 집, 다양한 것을 보고 느낄 기회, 제가 누리고 있는 모든 것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힘들 텐데 그게 가능하니? 아마 안 될 거야...
하지만 진심을 다하면 이루어지지 않을까요?
그래서 지금 이곳에서 여러분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고아원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없애고, 소망의 집에 머물면서 제가 느낀 아름다운 마음을 조금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눔과 동시에 여러분들과 함께 소망이 들을 위한 사랑의 마중물이 되고 싶습니다!
네팔 소망의 집 크라우드펀딩은 제 인생의 첫 프로젝트이자 큰 도전입니다. 주위에서는 ‘힘들다’, ‘그게 될까’, ‘안될 거야’라고 말합니다. 저 또한 걱정도 많이 되고 불안하기도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저는 더욱더 도전하고 싶습니다. 많은 사람과 우리 소망이 들에 게 저의 좌우명인 ‘진심을 다하면 이루어진다’라는 믿음을 멋지게 보여 드리겠습니다.
여러분! 네팔 소망의 집 아이들의 마중물이 되어 함께 사랑을 나누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