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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험제이 Mar 23. 2019

100가지 꿈에 도전한
가슴 뛰는 청년의 이야기

에피소드 19. 내일 당장 보장된 삶은 없다

늘 승승장구할 줄 알았던 내 삶이 한풀 꺾였다. 


나는 농장 일을 위해 없는 돈을 끌어모아 200만 원짜리 15년이 지난 중고차를 구입했다. 주인한테 차량 점검을 다 끝내고 문제가 없다는 점검표를 받았고 나는 안심하며 살 수 있었다. 차량도 내구성이 좋고, 엔진 소리도 괜찮았기에 나름 잘 샀다고 만족했다. 그리고 나무 농장 일을 시작했다.


내가 일하는 농장은 시티에서 몇 킬로 떨어진 곳이었는데 고속도로를 타고 35분 정도 가야 하는 곳이었다. 아침 7시부터 일을 시작했기에 5시 30분에는 일어나야 했다. 어느 때와 똑같이 빵을 입에 물고 집 밖을 나섰는데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호주의 겨울은 우리나라와 정반대인데 기철이기도 하다. 우산이 없던 나는 쏜살같이 달려 차에 타서 농장으로 출발했다. 내가 자주 듣는 팝송 위대한 쇼맨을 들으며 고속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소나기는 갈수록 심해졌고 차 앞이 안 보이 정도로 거셌다. 오래된 와이퍼는 왜 이렇게 잘 안 닦이는지 삐꺽삐꺽 거리는 소리만 컸다.


그때 갑자기 차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핸들을 잡고 있는데 흔들리는 게 뭔가 잘못되다는 것을 깨달았던 찰나 나의 두 손은 핸들을 꼭 잡고 꼭 살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불과 1초 사이에 나의 일생이 지나갔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내가 울고 웃고 도전했던 그 수많은 추억들이 스쳤고 마지막에 사랑하는 아, 엄마, 우리 동생이 내 눈앞에 보였다. 나는 직감적으로 운명의 순간이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 가족들을 위해 내가 잘못되지 않도록, 살 수 있길 미치도록 간절했다. 이대로 죽을 수 없다는 생각이 미치도록 간절했다.

그 간절함은 핸들을 초인적으로 꽉 잡게 되었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고속도로 우측 가드레일을 긁으며 멈추었다. 그리고 놀란 가슴을 가라앉히고 주위를 보니 우측에 1m만 더 갔으면 가드레일 넘어 언덕으로 떨어질 뻔했다. 만약 떨어졌으면 이건 절대 목숨을 부지하기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차에 초등학교 6학년 때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나 타이어 2개가 날아가고 차가 180도 회전하면서 진행 방향과 반대로 서있었던 기억이 났다. 나는 차에 있으면 위험하다는 생각을 했고 황급히 손수건을 들고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지나가는 차량에 살려달라고 외쳤다.


그 시각 아침 6시였기에 바람도 매섭게 불고 폭우가 내려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젖었다. 안에 팬티, 작업화, 양말까지 다 젖고 추위에 얼굴과 손등이 발갛게 얼어가고 있었다. 아침 출근길이라 다들 급했던지 멈추는 차량이 없었고 한 시간을 그렇게 손 흔들며 살려달라고 외쳤다. 그리고 다행히 경찰차가 왔다. 누군가 내 차량을 보고 고맙게도 신고를 해준 것 같았다. 그 경찰의 도움으로 나는 예비용 타이어로 교체했고 그제야 다시 차 안으로 들어갔다. 온몸이 젖은 채 차 안에 앉아서 그 위험했던 순간을 생각했다. 위험하고 극한으로 힘들었던 경험은 많았지만 죽을뻔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제야 긴장이 풀리기 시작했다. 나는 차에 시동을 걸고 핸들을 잡으려 하는데 왼쪽 손목과 어깨가 찌릿찌릿했다.

핸들을 세게 잡고 브레이크를 밝은 순간 왼쪽 손목과 어깨에 충격이 가해진 것 같았다. 나는 왼팔을 내리고 오른손에 의지하여 운전했다. 

그때 경찰은 나에게 당장 병원에 가고 카센터로 가라고 했지만 나는 일단 나무 농장으로 향했다. 그 이유는 내가 월세 낼 돈도 없고 하루하루 라면을 먹으면서 절박했기 때문에 지금 무단결석으로 잘리면 끼니도 월세도 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온몸이 젖은 채 농장에 들어갔고 사고 나서 2시간 늦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바보같이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일을 했고 왼손은 움직일 힘이 없어서 슈퍼바이저 눈치를 보며 오른손으로만 했다. 그렇게 온몸이 젖은 상태에서 바람을 맞으며 일을 하니 집에 도착하자 작업복도 벗지 않고 바로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두통과 고열에 시달렸다. 힘든 몸을 끌고 일단 샤워부터 하고 따뜻한 차를 마셨는데도 몸이 으슬으슬 걸려서 벌벌 떨기 시작했다. 그 당시 장판 살 돈도 없어서 이불만 덮고 잤는데 고열에 시달렸다. 그날은 어찌나 추웠는지 청바지 두 겹을 껴입고 패딩을 입은 채 벌벌 떨며 잤던 기억이 난다.


다음날 일어나니 식은땀을 얼마나 많이 흘렸는지 청바지와 패딩이 다 젖어있었다. 병원비가 아까웠던 왼손을 붕대로 압박하고 진통제를 먹고 다시 일터로 나갔다. 


2주마다 내는 셰어 비를 한 달 넘게 못 내고 있었고 차 수리비를 내야 하는데 돈이 없어서 내 인생 처음으로 돈을 빌렸다. 나는 자존심이 강해서 남들에게 정말 도움을 잘 안 받는 편인데 자존심도 무릅쓰고 차를 수리해야 했기에 돈을 빌렸다. 내 인생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돈을 빌렸다. 그때 나는 돈이 없어 라면만 먹었지만 이제는 라면 사 먹을 돈도 식빵을 사 먹었다. 사 먹을 돈도 없으면서 쇼핑센터를 두리번 걸렸고 눈앞에 딸기잼, 무화과 잼, 사과잼 등이 보였는데 살 수가 없었다. 한 통에 3불이면 3천 원인데 이 3불이 부담돼서 그냥 식빵에 물을 삼켰다.

나는 앞으로 내 인생이 늘 승승장구할 줄 알았지만 최근 프로젝트 실패로 휘청거렸다. 물론 이해했다. 지금까지 늘 실패를 겪어왔기에 잘 안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렇게 수직 하락으로 꺾일 수도 있다는 것을 처음 깨닫게 되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하루아침에 100만 장자가 되었지만 다음날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할 수도 있는 거고, 50년 평생 노숙자가 복권에 당첨되어 100만 장자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당장 내일의 내가 잘 될지 안 될지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하루하루 후회 없는 삶을 살기 위에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해보기로 결심했다.


이전의 나는 무언가 하기 전에 늘 타인에게 조언을 구했다. 조언에서 끝내면 되지만 어느새 허락을 받는 사람이 되었고 한 명이 반대하면 조금 기울고 2,3명 이상 반대를 하면 나 스스로 포기하게 되었다.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타인의 조언으로 포기한 것이 너무나 많았다. 그래서 이제는 좋아하는 것은 일단 해보기로 했다. 


나는 더 이상 타인이 원하는 삶을 살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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