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석지호 May 21. 2020

삼천 원으로 꽃 한 송이를 샀다

버스가 멈추었고 많은 사람들이 버스에 올랐다. 같이 올라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타고 싶지 않았다.


버스 정류장 맞은편에 있는 꽃집이 눈길을 끌었다. 꽃집이 그곳에 있었다는 사실도 몰랐었던 과거에 반성하며 꽃집 문을 열었다. 왕복 차비인 이천 육백 원에 여윳돈으로 사백 원 정도를 더한 삼천 원으로 꽃 한 송이를 샀다. 꽃의 이름을 알고 싶었지만 물어볼 용기가 별로 나지 않아 그저 꽃과 함께 가게를 나왔다.


건너편 버스 정류장에는 아직도 많은 버스가 오가고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버스에 몸을 싣고 있었다. 나는 버스와 꽃을 번갈아 보다가 근처 벤치에 주저앉았다. 어째 기분은 조금 울적했고 떠나버린 버스의 뒷모습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사회나 성공이나 근면함같은 모든 위대한 것에서 나는 아무래도 탈락한 모양이었다. 그래도 향기는 퍽 괜찮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사람은 살아가며 이름을 잃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