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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지호 May 17. 2020

사람은 살아가며 이름을 잃는다

사람은 살아가며 이름을 잃는다. 점점 이름은 사라지고 직함이 그 자리를 차지해 기껏해야 성 정도만 비참하게 매달려 있게 된다. 김 대리라거나, 이 부장이라거나.


또는 누군가의 이름에 덮여 자신의 이름이 희미해지곤 한다. 영민이 아빠라거나, 지수 엄마라거나. 어렸을 적 늘 당연하게 불려 왔던 이름들은 형이라거나, 할머니라거나, 선생님이라거나, 사장님이라거나 하는 묘하게 텁텁한 것들에 의해 빛을 잃고 만다.

​그러니 적어도 당신만은 내 이름을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그 수많은 대명사 사이에서 너절한 시간을 보내고 마침내 당신을 보았을 때. 당신이 불러준 나의 이름으로 하루를 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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