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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지호 Sep 06. 2020

새벽을 맡으며 몇 가지 단어를 골랐다

벌써    같은 상황에 반복되고 있었다. 나는 아직도 당신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지  하고 있었다. 시답지 않은 하루들을 나누는 것은 자신이 있었지만  안에 마음을 섞어 보내지는 못했다. 사랑을 말하기엔 나는 너무나도 작았다. 키는 물론이거니와 마음이  작았다.  쓸데없이 높았던 자신감은 당신 앞에서 퐁퐁 흔들려 사라졌다.

어제도 밤을 보내고 새벽을 맡으며  가지 단어를 골랐다. 단어를 엮어 문장을 만들었고  문장에 맞는 다른 문장들을  가지  준비했다. 굳이 아무도 없는 방에서 단어 하나하나에 힘을 주어 문장을 읽었다. 영화를 보러 가자거나 오랜만에 치킨을 먹자거나 하는 그런 사소한 문장을 마치 어려운 수식을 대하는 것처럼 읽고 외웠다. 그러면서도 머리  구석에는 어차피 말하지 못할 것이 뻔한데 대체 무슨 바보 같은 짓을 하고 있는지 고민했다.

답답함을 잘게 썰어   잔을 넣고 갈았다. 입으로 왕창 넘기고는 한숨을 짙게 뱉어냈다.  제안에 대해 거절할 말을 생각하는 당신의 표정을 떠올리는 것은 조금 슬픈 일이었다. 수많은 책들과 영화는 내게 성공만을 보여주었지  숨 막히는 침묵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았다. 바보 같은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주변을 감쌌다. 뺨을 손으로 치며 정신을 차리려 애썼다. 몇 분 후면 다시 당신을 보는 시간이었다. 숨기지 못할 설렘이 따스하게 복부에서부터 차올랐다. 그리고 나는 다시 어린아이보다 작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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