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월 말에 알림이 하나 떴다. 최근에 글 쓴 것도 없는데 뭐지 싶었다. 사실 브런치에 글만 쓰지 다른 사람과 교류도 없어서 댓글도 라이킷도 없다시피 한다. 그림은 커녕 사진도 없다. 귀찮은 것도 귀찮은 건데 그런거엔 재능이 없다.
뭔가 와 있었다. 뭐더라 싶다가 기억이 났다. 술 진탕 먹고 주절 주절 쓴 글이 있었다. 글 내용은 어렴풋이 기억이 나고 안주로 먹은 편육은 확실히 기억이 났다. 퇴고는 커녕 써놓고 뭐 만 명 중에 오십 명인가 그렇다는데 읽기는 하겠냐며 던져뒀다. 뭐지. 근데 됐다.
60명 글을 묶어 책을 내 준단다. 지분이 1/60이면 소개는 어떻게 해야 하지. 안녕하세요 1/60 정도 작가입니다. 딱 괜찮다. 작가로 살기엔 부끄럽다. 뭔가 젠체해야 할 것 같고 아는게 많아야 할 것 같고. 귀찮다. 1/60 정도 작가면 대충 살아도 될 것 같다. 직업에 하나 추가해도 되나. 이런 식으로 직업 하나씩 추가하면 레오나르도 다 빈치도 되겠다.
하여튼 녹음을 하러 갔다. 대충 삼 천 자 되는 글인데 녹음실에서 읽으려니 꽤 길었다. 전에 누군가가 나는 헛소리를 할 때랑 진지할때랑 목소리 톤이 다르다고 했다. 그래서 진지하게 헛소리를 읽었다. 읽으면서 퇴고좀 할 걸 하고 생각했다. 생각만 했다. 내게 글 내리는 건 장난이자 놀이다. 수정하고 고민하고 스트레스 받는 것은 프로의 일이다. 난 아마추어라 괜찮다. 아. 앞으로는 1/60 작가라 괜찮다고 써야겠다.
괜히 EBS 꼭대기를 쳐다봤다. 좋아하는 구도다. 밥이나 먹고 가야지 싶었는데 어째 코로나 때문에 찝찝해서 지하철을 탔다. 모범시민이다. 원고료랑 녹음비를 받았는데 뭐 먹지 고민했다. 고민하다가 친구한테 전화를 걸어 자랑을 했다. 욕먹었다. 몇달만에 인스타그램 포스팅을 했다. 인스타 쓰는 게 시 쓰는 것보다 어렵다. 시보다 짧게 모든걸 함축해서 써야 한다. 마지막에는 이모지 하나도 붙여야 하고. 인스타가 사실 현대 문학이 아닐까 싶다. 현대 문학은 어렵다. 그래서 안 한다.
기분이 좋아서 초밥을 먹기로 했다. 술을 못 먹는게 흠이다. 수술해서 한달동안 금주다. 살이 엄청 쪘다. 이제 정말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 말로만 한다. 원래 말로만 하는게 제일 편하다. 정신 놓고 후기를 썼다. 영양가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