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그이 할 곳이 없어 한참을 달렸다. 이리저리 뛰다가 포기하고 빨래마냥 젖어 걸었다. 감기가 걸릴 것 같다고 생각하던 즈음 포장마차 하나가 반짝였고 불빛에 달려드는 날벌레처럼 몸을 밀어 넣었다. 좁은 공간은 따스한 음식 냄새로 가득 차 있었다. 음식 앞에서 나는 의무적으로 주머니를 뒤졌고 다행히 오백 원짜리 동전 하나를 건져낼 수 있었다. 다만 오뎅 하나라는 주문에 값은 칠백 원이라는 슬픈 답변을 들었다.
동전 두 어 개가 없어 다시 빗속으로 들어가려 할 때쯤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작은 종이컵에 오뎅 국물이 담겨 있었다. 뜨거웠다. 이 추운 세상에서 유일하게 내게 온기를 주는 뜨거움이었다. 그날은 흐르는 것이 참 많았다. 오뎅 국물은 식도를 타고 흘렀다. 포장마차 기둥을 타고 비가 흘러갔다. 아마 볼 위로도 무언가 흘러간 것 같았다. 그때 나는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비 오는 날의 오뎅 국물이라고 대답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