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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지호 Oct 24. 2020

사진은 추억을 남기는 것이었다

높은 곳에 올랐다. 엘리베이터를 타며 한국에서 제일 높고 세계에서  번째라는 광고를 읽었다. 이런  마저도 등수부터 확인하는 나를 발견했다. 타워 앞에는 대기업 이름이 위태롭게 붙어 있었다. 날씨가 그리 춥지 않았음에도 작은 몸이  작게 움츠러들었다.

보이지 않던 곳에 올라 모든 보이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는  밑에서 했던 걱정들이 이리도 작아 보인다며 허탈해했다. 당신은 이리도 높은 곳에 오르려면 얼마나 힘들게 일해야 할까 허탈해했다. 허탈함과는 별개로 야경은 찬란했다. 나의 고향은 잠이 들지 않는 도시임이 분명했다. 나는 고향에 지쳐버렸고 어딘가에  파묻혀 잠이나 자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몽롱하게 당신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사진을   찍었다. 사진은 추억을 남기는 것이었다. 추억은 단순한 기억이 아니라  위에   없는 무언가를 뿌려 덧칠하는 것이었다. 당신을 위해 잠이 오지 않는 날에 오늘의 기억들을 꺼내 놓고 색이 바래지 않게 달빛에 말려 놓아야 할 것 같았다. 보통  마른 추억은 두어  접어 마음  칸에 당신의 이름을 적어 넣어 두곤 했다. 그래야만 당신을 다시 만날   그림을 선명하게 보여   있을 터였다.


짧은 여행이 끝나고 당신은 음악을 들으러 발길을 옮겼다. 나는 당신과 헤어져 꽤 오래 걸었다. 늘 그렇듯이 밤은 생각을 짙게 만들었다. 할만한 큰 고민이 없어 당신을 고민했다. 오늘이 당신에게 위로가 되었을까 궁금했다. 알 수 없는 것을 알려하는 것은 퍽 어리석은 일이었다. 한숨을 몇 번 쉬고 핸드폰 사진첩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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