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한 달도 되지 않은 날이었다. 당신은 덤덤하게 남자 친구가 생겼다고 말했다. 내 입에선 축하한다는 말이 섣부르게 뛰쳐나왔다. 나는 당신의 안색을 살폈다. 우울이 얼굴에 조각되어 있었다. 무언가 어긋난 상황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말을 하지는 않았다. 부정적인 단어들을 솎아내고 굳이 긍정적인 단어들을 뿌려 당신에게 먹였다. 그래야만 할 것 같은 얼굴이었다.
그 날부터 한동안 당신은 당신의 행복을 광고했다. 새 연인과 보낸 모든 일들의 사진을 올렸고 글을 몇 가지의 이모티콘으로 장식했다. 나는 사진 속 당신의 웃음을 보며 작은 괴리를 느꼈다. 당신이 당신의 오래된 연인과 이별한 그 날에 지었던 표정이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신은 언제나 충분히 슬퍼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나는 완전하게 슬픔을 지새는 것은 꽤 중요한 일이라고 되뇌었다. 그래야만 다음 날이 왔다.
슬픈 기억을 지워내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지우개는 보통 슬픔과 함께 자신의 이름을 지워버렸다. 아픈 날들과 좋았던 날들을 함께 지우는 것은 모든 추억을 포기하는 것이었다. 따스했던 시간은 지우개 똥으로 흩어져 버려지기엔 너무 귀했다. 그 날들의 기억을 일기로 남기고 다음 장으로 넘어가야 했다. 그런 생각을 당신에게 말하지는 않았다. 진심을 말하는 것은 언제나 전부를 걸고 피할 구석을 만들지 않아야 하는 일이었다. 그러기엔 당신은 어느 정도 타인의 범주에 속했다. 그래서 그저 당신이 올린 사진에 좋아요를 눌러 주었다. 별 다른 댓글은 적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