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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부모님이 내신 세금으로 월급 받으시잖아요

부모님이 세금으로 얼마를 내시는지 물어봐도 될까?

by 지훈쌤TV

학생들이 가장 기다리는 시간은 아무래도 점심시간입니다.


가장 듣고 싶지 않은 질문이 “오늘 점심 뭐예요?”인데, 매일같이 듣습니다.


좋아하는 음식이 급식으로 나올 때마다 학생들은 상상의 나래를 펼칩니다.

요리왕 비룡에 나오는 심사위원들의 표정을 흉내 내기도 하고,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는 게 제 소소한 즐거움이었습니다.


점심시간이 되어 배식을 받으면, 선생님이라는 이유로 학생들보다 조금 더 챙겨주시곤 합니다.


그날도 평소보다 밥과 반찬을 조금 더 받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제 앞에 앉은 학생이 흐린 눈으로 제 식판을 바라보았습니다.

평소에도 무표정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기 어려웠기에,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무언가 결심한 듯한 눈빛으로 저에게 물었습니다.


“선생님은 돈 내고 급식 드시나요?”


황당하고 무례한 질문에 순간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내 표정을 풀고 차분히 대답했습니다.


“그럼, 선생님도 돈 내고 급식 먹지. 월급에서 매달 급식비가 빠져나간단다.”


너희는 무료로 먹지만 선생님은 돈을 내고 먹는다는 말, 그래서 반찬이 조금 많다고 그런 눈으로 바라보지 말아 달라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끝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한마디가 제 마음을 깊게 찔렀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저희 부모님이 내신 세금으로 선생님 월급 받으신다던데요. 맞나요?”


밥을 몇 숟가락 뜨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체할 것 같았습니다.

도대체 누가 이 학생에게 이런 말을 가르친 걸까, 원망스러웠습니다.

부모님이 세금을 얼마나 내시길래 이런 말을 쉽게 하는 걸까 하는 생각도 스쳤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말도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습니다.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천천히 설명했습니다.


“우리나라 국민이 낸 세금으로 한 해 예산을 정한단다. 그 예산은 도로를 고치거나, 병원을 운영하는 등 여러 곳에 쓰여. 그중 하나가 교사의 월급이지. 그러니까 부모님이 낸 세금이 선생님 월급으로 바로 오는 건 아니란다. 그리고, 선생님도 국민이니까, 세금을 낸단다.”


학생은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별다른 말 없이 조용히 밥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도저히 밥이 넘어가지 않아, 급식실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잔반을 처리했습니다.


초등학교에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납니다.

선생님께 무례한 말이나 행동을 하고도 사과 한마디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수많은 기억 속에서도, 유독 그날의 기억이 오래 남았습니다.


긴 연휴가 끝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는 이 시점에, 그때의 마음이 문득 떠오릅니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이런 말들로 인해, 너무 상처받지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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