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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아이들을 사랑할 자신이 없습니다

이해할 수 없었던 그 날의 기억

by 지훈쌤TV

6학급의 작은 학교에서는 한 분의 선생님이 짊어져야 하는 일이 참 많습니다.

모두가 동등하게 짐을 나누어도 벅찰 때가 있고, 그 속에서 누군가를 미워하게 되는 날도 있었습니다.


저는 선생님마다 가진 능력과 상황이 다르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며 체력적으로 어려움을 느낄 수도 있고, 새로운 업무가 두려울 수도 있지요.

저 또한 신규 교사 시절엔, 업무와 관련된 단어만 들어도 마음이 조여오곤 했습니다.


그래도 함께라면, 어떤 고난도 버텨낼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서로의 빈자리를 채워주고, 어려움을 나누면 결국 봄은 찾아올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 믿음이 현실이 된 듯한 순간이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제가 조금 더 맡을게요.” 하며 손을 들었고, 따뜻한 분위기가 학교에 가득했습니다.

그해 저는, 저의 교사 생활에 드디어 봄이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두가 협력하는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업무가 한결 가벼워진 선생님 중 한 분이 수업이 어렵다고 알려진 학년을 맡아주신다면 정말 완벽한 한 해가 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일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내부 인사 규정대로 진행하자고 제안했지만, 그분은 교장실을 찾아가 단호하게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그 학년은 절대 맡을 수 없습니다. 만약 그 학년을 맡게 된다면 명퇴를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오랜 시간 함께하고 싶었던 존경하는 선생님 한 분이 학교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1년 뒤, 다시 학년을 정하는 회의가 열렸습니다.

모두가 말을 아끼는 가운데, 저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습니다.


“다른 선생님들께서 과중한 업무로 많이 힘드시니까, 혹시 이번에는 그 학년을 맡아주실 수 있을까요?”


잠시의 정적 끝에, 그분은 담담하게 말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전 그 아이들을 사랑할 자신이 없습니다.”


그 말에 숨이 막혔습니다.

누구도 쉽게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그 당시의 저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사랑할 자신이 없다’는 이유로 한 해의 아이들을 피한다는 건, 너무 잔인하다고 느꼈습니다.


그날 이후로 몇 해가 지났지만, 그 장면은 여전히 제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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