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의 하루가 조금 더 행복해지길 바랍니다
학교는 작지만, 분명한 하나의 사회입니다.
서로 다른 생각과 감정을 가진 아이들이 모여 지내다 보면, 크고 작은 일들이 생기곤 합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들에게 자주 이야기합니다.
불편한 일이 있거나, 마음이 힘들 때는 언제든 이야기해 달라고요.
그래야 제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함께 해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학년 교실에서는 늘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일어납니다.
“왜 그랬니?”라고 물으면, 대부분의 대답은 비슷합니다.
“상대가 먼저 시비를 걸어서 그랬어요.”
그럴 때마다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상대가 욕을 했다고, 나도 욕을 하는 게 당연할까? 상대가 나를 때렸다고, 나도 때리는 게 괜찮을까?
두 행동은 별개의 사건이고, 결국 둘 다 가해자가 되는 거란다. 그러니 다음에 그런 일이 생기면, 바로 반응하지 말고 선생님께 알려주렴."
그중에서 가장 답답한 순간은, 저를 거치지 않고 학부모님께서 먼저 상황을 아시게 될 때입니다.
어느 날 오전 수업 중,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선생님, 어제 방과 후에 A랑 B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세요?”
저는 방과 후의 모든 일을 알 수 없지만, 화가 난 학부모님의 말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할머니께서 학교로 가신다는데, 제가 겨우 말리고 있어요.”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들이켰다 뱉은 후, 조용히 말씀드렸습니다.
“말리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할머니께서 오시면, 제가 직접 이야기를 듣고 차분히 살펴보겠습니다. 제가 A와 B의 담임이긴 하지만,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신은 아니잖아요. 학부모님 덕분에 이제 상황을 알게 되었으니, 두 학생의 이야기를 잘 들어보고 좋은 방향으로 풀어보겠습니다.”
그 후 두 학생과의 상담을 통해 서로 사과할 수 있도록 돕고, 그 과정을 학부모님께 다시 안내드렸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할머니께서는 학교에 오시지 않으셨고, 사건은 다행히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저는 이 일을 겪으며 한 가지를 다시 생각했습니다.
세상이 조금 더 ‘상식적으로’ 움직였으면 좋겠다고요.
교직 생활을 하다 보면, “학교로 찾아가겠다”는 협박처럼 들리는 말을 듣기도 합니다.
때로는 실제로 학교를 찾아와 큰 소리를 내는 분들도 계십니다.
저 역시 아들을 키우는 부모로서, 그 분노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 봐주셨으면 합니다.
학교에 찾아와 화를 내는 부모님의 모습을 본 아이가, 그 다음날 아무렇지 않게 학교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본 다른 아이들은, 그 친구와 다시 마음 편히 지낼 수 있을까요?
아마도, 쉽지 않을 겁니다.
화가 나시더라도, 잠시 멈춰 서서 바라봐 주셨으면 합니다.
학생의 학교생활이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도록, 담임인 저와 자주 이야기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는 언제나 학생이 더 많이 웃고, 더 편한 마음으로 학교에 다닐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 바람은 학부모님의 마음과 다르지 않습니다.
화가 나고 속상한 일이 생기더라도, 누군가를 탓하기보다 함께 해결하려는 마음으로 바라봐 주신다면 학생의 하루는 분명 조금 더 행복해질 것입니다.
저 역시 그 곁에서, 같은 마음으로 지켜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