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spectus Defense & PhD Candidate
박사 후보자가 되다.
박사 과정에서는 논문을 쓰기 전에 여러 단계를 거친다. 먼저 수업 과정 (course work)을 2년-3년 안에 듣는다. 수업 과정을 마치는 마지막 해에 박사 논문 자격시험 (Comprehensive exam)을 보고, 시험을 통과하고 나면 비로소 박사 논문 제안서 (Prospectus)를 쓰는 단계에 이른다. 제안서 시험 (Prospectus defense)를 통과하면 박사 후보자 (PhD Candidate)이 된다. 보통 논문만 쓰면 졸업하는 단계 ABD (All but dissertation)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 단계를 모두 거치고 나면 본격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서 논문을 마칠 수 있다.
박사 과정은 학교 프로그램마다 다르기도 하고 지도 교수와 논문 심사 위원 (committee)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지만 큰 마일스톤 (milestone)은 일반적으로 같다. 여름에 시험을 보고 나서 연구 제안서를 쓰기 시작했다. 지도교수 스티브는 박사 논문은 보통 양이 방대하니 아웃라인을 먼저 제시하고 거기서 수정을 하고 살을 붙여 나가는 식으로 진행을 했다. 구글 문서를 공유하고 목차와 함께 내용을 적어서 보내면, 피드백을 한가득 받는다. 그러면 관련 문서를 더 읽고 보완하고 구성을 바꾸기도 한다. 제안서라고 해서 금방 쓸 줄 알았는데 사실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 단계였다.
초기부터 지도 교수님들 세 분의 코멘트를 모두 적용하면서 쓰기로 했기에 뭔가 피드백이 더 많은 듯했다. 그렇게 아웃라인 요약본 수정을 세 번 정도 거치고 워드에 살을 붙여서 페이퍼를 만들고 두 번 정도의 피드백을 받고 보완을 했다. 커버부터 참고 문헌, 부록까지 60장이 된 페이퍼가 “이 정도면 준비가 됐겠다”는 생각이 들 때쯤 이미 10월 말이 되어 있었다. 11월은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큰 학회도 있고 추수감사절도 있기 때문에 보름밖에 시간이 없었다. 미팅 날짜 최소 10일 전에는 논문 위원회에게 문서를 전달해야 읽고 질문을 할 시간이 주어진다. 10월 마지막 주 페이퍼를 내고 학회를 가기 바로 전 주에 회의 날짜를 11/9일로 정했다.
드디어 연구제안서 발표날.
이미 피드백을 받으면서 만들어진 제안서이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통과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 가지만, 그래도 특별한 날이다. 제안서 이후 논문을 쓰는 단계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일정도 같이 논의가 되고 모두가 동의해야 한다. 욕심을 낸다면 연구 데이터도 모으고 시간을 더 들여서 논문을 쓸 수도 있다. 하지만 내년에 40살이 되는 나에게 졸업이라는 선물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다. 내년 졸업을 위해 진행 일정을 스크린에 띄었다. 안다. 굉장히 빠듯한 일정이다. 그래도 난 졸업하고 싶다. 박사 과정을 3년 안에 졸업한다는 것은 일정이 빠듯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지도교수님들이 동의해 주셨다. 미팅을 마치고 밖에 잠시 대기해 있다가 들어와서 합격 소식을 들었다.
Congratulation!
처음에는 기쁘지만 열심히 일한 이후라서 좋지만 뭔가 멍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지도교수님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끝나고 나니 점점 더 기분이 좋다. 큰 목표를 하나 달성하고 난 성취감이랄까. 그날 하루는 뭔가에 집중할 수가 없을 정도로 좋았다. 친구들을 만나서 합격 소식을 전하고 같이 커피를 마시고 수업 후에는 저녁도 함께 했다. 특별한 날을 기억하기 위해서 캠퍼스 마켓플레이스에 가서 이번 겨울 한국에 갔을 때 아들과 가족에게 줄 학교 로고가 있는 옷도 샀다. 이제 한국 갈 일이 한 달 남짓밖에 남지 않았다. 올 한 해 동안 한 단계씩 올라가면서 작년보다 한국에 가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Celebrations
보통 큰 시험을 마친 후에는 기쁘고 흥분된 마음 그리고 긴장이 풀린 안도감에 집중이 잘 되진 않는다. 아침에 데이터 수집을 위한 미팅과 필요한 업무를 짧게 마치고 주말에 컴퓨터를 켜지 않고 축하하는 시간을 가졌다. 금요일에 잠시 연구실에 다녀오니 칼슨이 집에 예쁜 꽃다발을 놓고 갔다. 애리조나에서 재밌는 일은 다양한 맛집 찾아다니기, 코스트코 가기, 그리고 골프 정도이다. 금요일은 피터와 영국 음식인 빵 안에 고기나 야채를 넣고 구운 Cornish pastry를 가서 윙과 함께 저녁을 먹고 골프 연습장에서 공을 쳤다. 토요일 오후에는 미리 예약해 둔 피닉스 골프 토너먼트를 구경 갔다. 시니어 경기라서 최경주 선수와 양용은 선수의 경기를 볼 수 있었다. 경기를 보고 나서 이란중동지중해 음식점 (Mediterranean) 페르시안 다이닝에서 이른 저녁을 먹었다. 그동안 미국화된 중동 음식을 먹었다면 이곳은 정말 현지인이 하는 음식점 (authentic)이라서 그런지 같은 케밥이라도 새롭다. 피타 브레드에 버터를 바르고 바질과 고수, 양파를 싸서 먹는 것이 식전 빵이라고 했다. 웨이터가 하나하나 설명도 잘해주고 가기 전에 피타 빵도 듬뿍 싸줬다. 이럴 때는 정말 기분 좋게 팁을 추가로 낸다. 좋은 서비스에 대한 감사의 표시이다. 그리고 코스트코에 가서 함께 장을 보고 난 후 영화를 봤다. 그렇게 주말에 재 충전을 하고 맘껏 축하하는 시간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