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F1, OPT to H1-B
미국에서 유학을 하고 졸업을 할 때쯤이면 큰 결정을 해야 한다.
"미국에 계속 남을 것인가 아니면 한국으로 돌아갈 것인가"
학부와 박사 과정 두 번의 유학생 비자를 받아서 유학을 해본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하자면, 한국에 들어가는 것은 쉽다. 하지만 다시 미국에 나오는 것은 어렵다. 한국인으로서 한국은 고향(Hometown)이다. 미국은 외국이니깐 한국에 갔다가 미국에 다시 와서 살기에는 비자나 취업이 녹록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미국에 유학 나온 김에 취업을 할 수 있는 OPT ((Optional Practical Training for F1 students)를 이용하고, 워킹 비자인 H-1B까지 받는 것이 한국에 갔다가 나중에 미국에 다시 나오는 것보다는 수월하겠다.
유학생 신분으로 학부 학위를 가지고 취업을 하는 것은 석박사보다 조금 더 어렵다. 미국에서도 예전보다 늘어난 대학교 학위를 가진 자국민의 취업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시기에 외국인에게까지 비자를 스폰서 해가면서 채용을 할 이유가 많진 않다.
한국에서 고등학교 이후 대학 진학률이 74% (2023년 기준)에 비해 미국은 61%, 내가 현재 있는 인디애나는 50% 정도이다. 물론 진학률이 곧 졸업률로 이어지진 않는다. 미국 대학을 다니면서 일을 하고 학점을 유지하기가 어려우면 중간에 그만두는 학생들도 많다. 그렇더라도 학부를 졸업하고 외국인 학생 비자로 취업을 하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다.
대학원 졸업 후에는 조금 더 경쟁력을 갖는다. 미국 자국민보다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부분은 STEM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Math) 전공이다. 실제로 공대가 강한 대학교 (e.g., Arizona State University, Purdue University)에 가보면 인도 유학생들을 정말 많이 볼 수 있고, 그 뒤를 이어 중국인과 한국인이다. STEM을 전공하면 졸업 후 가질 수 있는 임시 업무 비자인 OPT 가 3년, 그 외의 인문계를 비롯한 전공은 1년이다. 즉, 미국에서 유학 후에 취업의 기회를 노린다면 Bachelors of Art가 아닌 of Science를 받는 STEM 전공이 유리하다.
그래도 취업 확률 따라 내가 흥미도 재능도 적성도 아닌 곳에 4년 이상의 시간을 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 대학교에서는 전공을 2-3학년때도 정할 수 있으니 필수 교양 과목을 1학년때 들으면서 흥미 있는 과목을 듣고 세부 전공을 정해도 좋겠다.
박사 대학원까지 공부한다면 나의 흥미가 중요하다. 내가 흥미를 갖고 있는 분야를 연구해야 하는데 좋아하지도, 잘 알고 싶지도 않은 분야에 박사 과정을 진행한다면 안 그래도 괴로운 시간이 더 괴로울 것이다. 박사를 졸업하고 나면 취업 방향이 회사 (industry)와 대학교 (academia)의 두 가지 옵션이다. 회사는 말 그대로 연봉이 대학교에 있는 것보다 2-3배 정도 더 높다. 대신 외국인으로서 직업 안정성 (job security)는 낮다.
회사에서 스폰을 해주는 워킹 비자 H1-B는 신청을 해준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추첨제여서 운이 좋으면 받고 아니면 못 받는다. 못 받으면 회사를 나와서 다시 F-1 유학생비자를 받아서 OPT를 받아 인턴을 하거나 다시 H1-B를 받을 수 있게 신청을 해야 한다. H1-B 기한은 처음에 3년, 그리고 연장 3년으로 총 6년이다. 혹은 개인적으로 영주권을 신청해서 진행하기도 한다. 회사로 가려는 유학생들은 이민 변호사를 통해 석사 졸업 후 혹은 박사 기간 중에 신청하기도 한다.
대학에서 H1-B스폰은 추첨제가 아닌 100% 확정제이다. 대학 교수 직업은 연봉이 회사보다는 낮아도 취업 비자를 운에 따라 받을 필요는 없다. 학교에서 스폰을 해주면 100% 나온다고 보면 된다. 그 후에 앞으로 내가 미국에 살고 싶은가 아닌가에 따라 영주권을 진행하면 된다. (영주권 관련 이야기는 다음에 좀 더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미국에서 거주 비자를 신청할 때는 자료가 많이 필요하다. F-1 유학생 비자보다 H-1B신청할 때 서류가 많고, 영주권 신청할 때는 더 많다. 본인 서류는 대학 인사과에 제출하고 가족이나 자녀의 경우에는 직접 이민국 웹사이트에 신청을 하고 비용을 결제한다. 대학에서 비자 신청 후 급행이 아니면 보통 4-5개월 정도가 걸린다. 미국에 살면서 참 자본주의 국가라고 느껴질 때가 많은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돈을 더 지불하면 서비스의 급이 확실히 달라지는 것이다. 비자도 급행은 약 3천 불 ($2,950)을 더 내는데 그러면 H-1B결정이 2주 내로 나오고 한 달 안에는 마무리가 된다. 급행이 필요가 없으면 안 해도 된다.
외국인으로서 미국에서 일할 때 꼭 거쳐야하는 것이 비자 현실이다. 유학생으로서 졸업 전에는 OPT를 확인하고, 취업 전에는 H-1B를 고용 기관/회사와 꼭 사전에 합의를 하고 계약서에 적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