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에서 여기서 나고 자란 학생들에게 수업을 한다고 하면 뭔가 영어가 대단히 유창하고 편안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적어도 나는 아니다. 아직도 언어의 장벽은 있다. 한국어가 제일 편하다. 영어를 쓰면 대화를 하는 도중에도 머리가 쓰이는 기분이다.
가르치는 과목도 커뮤니케이션이라서 뭔가 수업 시간에 발표도 많고 토론도 많은 수업이다. 뭔가 커뮤니케이션을 박사 학위로 받았다고 하면 영어 실력이 더 신경 쓰인다. 학생들에게 이메일 보낼 때 문법이 틀리면 안 될 거 같아서 이메일 보내기 전에 꼭 확인을 하고 보낸다. 전치사 on, for, with의 쓰임이 헷갈릴 때가 있고 챗지피티의 검열을 받는다.
내가 있던 곳들은 백인 비율이 높고, 특히나 지금 있는 인디애나는 미국에서도 인종의 다양성이 적은 편이라 대부분 백인 학생들이다. 시골에는 더욱이 유학생도 적고, 주로 이 근방 학생들이 학교를 온다. 학생들에 비해 교수진들은 다양하다. 특히 우리 과는 중국, 인도 사람이 많아서 다양성이 학생들보다 높다. 그러다 보니 이곳 학생들은 미국 밖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나라들에서 온 교수들에게 수업을 받는 것이다. 의외로 학생들이 이 점에 익숙하다. 그래서 꼭 원어민 같은 영어를 쓰지 않아도, 나만의 한국어 악센트가 있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처음 강의 조교를 하면서 수업을 가르쳤을 때는 미국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신경이 많이 쓰였다. 한국어로 강의하면 조금 더 재밌게 해 줄 수 있고, 편하게 준비할 수 있을 거 같았다. 처음 가르치기 전에는 학생들의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잘 전달하고 있는지 학생들이 잘 알아듣는지 걱정도 된다. 강의를 시작한 지 1년이 돼 보니 학생들은 영어보다는 사실 강의 내용과 과제, 점수에 더 신경을 많이 쓴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악센트가 있던 원어민이 아니던 상관이 없는 것이다.
주마다 학생들 성향도 다르다. 서부 애리조나나 캘리포니아 있는 학생들보다는 중부 인디애나 학생들이 순하고 착하다. 뭔가 이메일을 보낼 때도 조심스러워하는 경향이 있다. 강의 평가도 긍정적인 편이다. 원어민이든 아니든 그렇게 상관없다는 말이다.
강의를 하루하루 해나가면서 느끼는 것은 영어 실력보다 콘텐츠이다. 그리고 콘텐츠보다는 전달 능력이다. 75분 강의 시간 중에 학생들이 얼마나 집중을 잘할 수 있을까? 실상 집중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강의 시간을 줄이고 학생들에게 그룹 활동 (In-class activities)을 주거나 참여도를 높일 수 있게 구성해 주는 것이 좋은 전달 방법이다. 강의 시간이 짧아도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방법 (Active learning)이 더 많이 배우는 방법이다. 이제는 과제를 설명해 주기보다 학생들한테 안내서 (instructions)를 읽고 직접 발표하게 한다. 그리고 추가 설명을 해주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뭔가 강의 부담도 덜고, 학생들 참여도도 높아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