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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se Aug 06. 2022

연구 조교 계약서

GRA Offer letter

We are pleased to offer you an appointment as a 0.5 Grad Research Assistant (20 per week) for the 2022-23 fall semester.


매 학기 연구 조교 계약서에 사인을 한다. 올해는 첫여름학기까지 일을 했기 때문에 봄, 여름, 그리고 어제 가을학기 사인을 했다.  


미국이 포스트 코로나 인플레이션 여파로 렌트 값, 주유값,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학생들 사이에서 생활비에 비해 턱없이 낮은 TA/RA 조교 봉급에 대해 불만을 토로해 왔다. STEM (이공계,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nd mathematics) 전공자들은 사회과학 인문계보다 조금 더 높은 임금을 받지만, 이들 조차 사실 대학원을 다니면서 받는 월급(Stipend)으로는 생활비를 채우기는 어렵다. 아껴서 맞춰 생활하는 방법에는 룸메이트(들)와 살고, 차를 사지 않고 캠퍼스 근처에서 다니며, 외식을 일절 하지 않고 마트에서 생활비에 맞춰 장을 보는 방법이다. 하지만 4년의 생활도 나의 인생인데, 개인적 의견으로 정신적 육체적 고문(?)과 희생(?)을 하며 살고 싶지 않다. 그동안 일해 왔으니, 이곳의 유학은 투자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다. 한국에서보다 더 많은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지만 말이다 (박사 과정이 이렇게 할게 많은지 들어와서 알았다).


학생들마다 개인별로 생활비를 충당하는 수단이 다른데, 미국 친구들은 학교에서의 20시간 외에도 외부에서의 일이 허락되기 때문에 추가적인 일을 하는 경우들이 있다. 혹은 여름을 이용해서 인턴을 하면 박사 과정 학생들은 약 시급$25불 정도의 업무를 구하기 때문에 여름 3개월 동안 약 2만 불 정도의 임금을 모아 나머지 기간의 생활비를 충당한다. 유럽 네덜란드 국가에서는 유학생 대출 이자가 0%라서 이를 이용해 생활한다고 하기도 했다. 나처럼 유학 오기 전에 일을 한 사람들은 그동안의 소득에서 '투자'라는 명목으로 유학을 하고, 학생으로 계속 공부를 해왔다면 집에서 가족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그 외에도 미국에 온 적이 없고, 처음으로 유학을 오는 경우 한국에서 풀브라이트(Fulbright) 장학금을 신청해서 올 수도 있겠고, 단체나 기관의 장학금으로 생활비를 충당할 수도 있다. 


(여담으로 사우디와 같은 오일머니 아랍 국가에서 생활비와 유학비를 다 주는 국가 복지가 신기했다. 하지만 박사 과정에서 이들을 찾아보긴 어렵고 대개 학부 생 혹은 ESL 학생이 많은 편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유학생들은 풀브라이트와 같이 재정적 도움이 뒷받침이 되어 오는데, 보통 고국에서 교편과 직업이 있는 와중에 박사과정만 오는 케이스라 졸업 후 대부분이 돌아간다. 이공계에 제일 많은 인도 유학생들은 집에도 잘 가지 않고, 졸업 후에도 미국에 정착하는 케이스가 제일 많은 것 같다.) 


미국 주립대에서 일하면 교수의 월급은 Salary Database에 올라온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상세 정보 오픈이라고 생각했지만, 이곳은 교직원이 국가 정부에서 일하는 직업 (Government worker)으로 간주되어 공개되나 보다. 구글에서 현재 나를 가르치는 교수의 월급이 궁금하다면, 해당 대학의 월급 데이터 사이트에 가서 사람 이름 검색하면 개개인의 연봉을 알 수 있다. 매해 친절하게 업데이트까지 해준다. 그렇다면 TA/RA는 얼마를 받는가. 이건 검색해서 나오진 않는다. 대학과 학과마다 다르고, Offer letter 계약서에 쓰여있다 (아마 이것도 구글에 검색하면 어디선가 알 수 있는 정보일 수 있다. 없는 게 없는 구글 검색).


Appointment start/end date: 내가 일하는 기간에 맞춰 월급 계산하며 업무 시간 주 20시간으로 제한된다.

Stipend and payment of stipend:  가을 학기에 받는 금액. 격주 간격으로 받으며 학교를 통해 입금된다. 

Tuition Award: 학비 전액 면제. 사실 이 부분이 유학생으로서는 제일 큰 부분이다. 대학마다 학비가 천차만별이지만, 현재 다니는 학교는 연간 $26,460 (유학생 기준)으로 비싸지만, 그나마 비교적 낮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학부 주립대가 학비가 더 높았다. 환율을 고려해도 학비 전액 면제 (현재 한화 약 3,500만 원)는 크나큰 혜택이다. 비거주 학생 (Non-resident)은 연간 $24,498, 일반 학생 (resident)는 연간 $12,014이다.  

Health Insurance: 이곳은 건강 보험이 필수 이기 때문에 이 또한 큰 혜택이다. 연간 $2,765.

사회과학분야 계약서는 가을학기 4개월 계약해서 약 $25K의 혜택을 받는다 (이 중 현금은 약 $11K 정도)


RA업무의 장점 중 하나는 프로젝트 펀딩 상황이 좋다는 가정 하에 방학 없이 계속해서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계약서는 3번 사인을 하지만, 공백 없이 일할 수 있다. 여름 방학에도 쉬지 않고 일하고 월급을 받을 수 있는데, 원격 근무를 허용하다 보니 자유롭게 일한다. TA (Teaching Assistant)를 한다면 여름 학기 세션이 나눠져 있어서 가르치는 기간만 월급이 산정된다. 온라인으로 녹화하여 가르치면, 금액이 줄어든다. 그래서 TA를 하는 친구들 중에는 여름 동안 한국에 들어간 친구들도 볼 수 있다. RA는 담당 교수의 성향에 따라 미국에 있어야만 월급을 주는 사람도 있고, 한국에 가도 일만 한다면 월급을 주는 교수도 있다. 


주 20시간으로 시간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TA를 하는 친구들이 RA의 경험을 쌓고 출간하기 위해 무료로 일을 하는 경우도 있다. 혹은 반대의 경우도 있다. 업무의 강도는 TA가 일이 더 많다. TA시작 전에 오리엔테이션도 들어야 하고, 강의 자료도 만들어야 하고, 학생들 과제와 시험 점수 내야 하고, 시스템에 올려야 하고, 학생들 개별 상담을 해야 한다. 나도 경험을 쌓기 위해 언젠가 해보겠지만 지금 RA의 상황에 감사한 마음이다.  개인별로 TA를 선호하는 친구들도 있다. 보통 강의를 좋아하고 연구보다 티칭을 좋아하는 케이스다. 


이 전 글에도 썼지만, 이곳에 입학할 때 펀딩 받지 못했다 (지금 생각하면, 마음이 아픈 사실. 학과 측에서 올 테면 와봐라라는 식이니깐). 작년에 미국에 와서 해결해야겠다는 마음, 그리고 아이 F2비자로 가는 공립교육의 학비 면제 (고등학교까지 가능하다), 함께 공부하는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시간과 경험이면 본전이다라는 마음이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펀딩 없이 박사 과정을 유학하기는 부담이 컸을 것이다. 또 아이가 오기 싫어하는 건 시나리오에 없었던 일이다 (펀딩 받는 일보다 더 어려운 일). 예측할 수 없는 일의 연속이지만, 마음먹기에 따라 기회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RA펀딩 계약서에 사인을 할 때마다 만감이 교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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