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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 논문 자격시험 (작문 파트, written part)이 끝났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내 박사 논문 주제가 뭐가 될지 정하지 못했었는데, 지난 1년여간의 시간 동안 정할 수 있게 되었다. 30대 후반 학업을 비교적 늦게 시작한 장점은 지난 많은 인생 경험이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It needs to hold your interest over a long period of time.
It must be manageable in size.
It must have the potential to make an original and significant contribution to knowledge.
It should be based on obtainable data.
It should be of interest to an advisor or committee." (Venkateshi, 2011)
스타트업 창업가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
1) 논문 주제를 정하게 된 나의 경험
어떻게 이 논문 주제를 정하게 됐는가. 먼저 창업을 했던 경험이 도움이 되었다. 창업 전에 회사도 다니고 방송도 해보고 프리랜서도 해보았지만, 나에게 가장 큰 영감을 주고 지금 여기까지 오게 된 큰 영향을 준 경험은 창업이다.
나에게 창업은 육아 후 경력 단절로 냉담한 채용 현실(job market)에서 좌절되지 않는 기회를 주었다. 창업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다양한 일을 해볼 수 있어서 나를 성장시킬 수 있었다. 창업은 나에게 (다행히도) 이혼 후 막막했던 재정적인 흐름을 만들 수 있게 해 줬고, 정말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뭐든 시작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과 용기도 덤으로 주었다. 창업이 없었다면 몇 년 사이에 스스로 일어 서기 어려웠을 수 있었기에 나에게는 애착이 많이 가는 주제이다.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다. 일과 휴식의 경계가 흐릿해진다는 점, 불확실한 환경에서 끊임없이 스스로 결정을 하고 나아가야 한다는 점, 기회를 끊임없이 만들어야 한다는 점, 다양한 사람과 일의 기회만큼 좋지 않은 사람과 일을 걸러 낼 수 있는 필터가 장착되야 한다. 나에게 어려웠던 일 중 하나는 사람을 채용하고 나 혼자 일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하면서 조직을 확장시켜야 하는 부분이었다. 유학 오기 전 같이 일했던 지인분이 회사를 운영하기로 했다 (내 지분도 모두 처리했다). 지금은 훨씬 더 운영을 잘하고 있기에 감사한 일이다.
2) 논문 주제에 도움이 되는 과거의 경험들
내 연구 주제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나에게 어려웠던 창업가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이다. 내 연구가 창업을 한 사람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사 과정에서 사람 간의 커뮤니케이션 (interpersonal comm)과 전략 커뮤니케이션 (Strategic comm)을 배우면서 좀 더 구체화시킬 수 있었다. 인공지능과 같은 기술이 발전하고 많은 일자리가 대체된다고 하지만, 결국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결정도 사람이 한다. 또 혼자 힘으로만 멀리 나아가는 건 한계가 있다.
생각해 보면 이 주제를 정하는 데 있어서 창업 외에도 지난 일들의 경험들이 바탕이 되었다. 우선 학부생 때 부전공을 했던 창업 경영 (Entrepreneurial management)도 영감이 되었다. 또 처음으로 취업했던 IT회사에서 휴대폰 부분 상품기획을 하면서 기술을 배우고 엔지니어와 디자이너 등 각자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일해야 했던 것도 도움이 되었다.
당시 20대 어렸을 때는 '경영학을 나왔는데 왜 Qualcomm chipset과 PCB 보드와 같은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와 CDMA/GSM과 같은 통신까지 다 알아야 하나, 패션과 디자인같이 눈이 즐거운 산업 분야로 갈걸 그랬나'라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당시 친숙해져야만 했던 IT분야가 지금까지 기술 분야의 스타트업을 보고 이야기하는 데 있어서 큰 도움이 되었다.
3) 주변 지인들의 도움
함께 일했던 지인분들이 창업을 하고 잘 된 사례가 많았다. 기업의 확장이나 투자 유치, M&A까지 지인들의 성장을 볼 수 있었던 건 참으로 운이 좋은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네트워크가 형성되었고 결국 이번 논문에 주제와 관련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게 흔쾌히 도와주신다고 하셨다. (박사과정 학생일 때는 이런 도움을 한 번 정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Empathy ticket).
박사 논문 주제가 평생 연구가 되는 건 아니다. 앞으로 변할 수 있지만 최소한 앞으로의 방향에 나침반이 될 수 있다. 지난 주말 동안 내 주제에 대한 서론을 쓰는 시험을 보았다. 7월에는 실리콘밸리에 가서 데이터도 수집할 계획이다. 어떤 결과가 있을지는 아직 모르지만, 주제를 정한 만큼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