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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se Jun 29. 2023

박사과정은 몇 년이에요?

How long does it take to get PhD degree?

학부 4년, 석사 2년, 박사는? 학부와 석사 과정 기간에 대한 답은 비교적 명쾌하다. 물론 개인별 차이가 있을 수가 있지만 예상되는 기간이다. 그럼 박사과정은 몇 년 정도 걸릴까. 방학 기간 한국에 들어갔을 때, 박사 과정은 얼마나 걸려?라는 질문을 받는다. 4-5년 정도라고 대답을 하면 너무 길다고 한다. 4년이면 비교적 빠른 건데... 그보다 더 오래 걸릴 수도 있는 게 박사 과정이다. 그러면 왜 기간이 차이가 나는 걸까? 4가지 이유를 꼽자면, 1) 학과 프로그램 차이, 2) 지도교수, 3) 논문, 4) 저널 출간과 졸업 후 취업이 박사 기간을 정하는 주된 요인이다.


1) 학과 프로그램 차이

학과마다 박사 프로그램에 들어야 하는 학점이나 중간에 논문 자격시험과 같은 요구되는 과정이 다르다. 한국과 다르게 학부 졸업 후에도 박사 과정을 지원할 수 있지만, 석사과정이 포함되어 있어서 학점을 더 많이 들어야 한다. 미국에서 박사 과정을 시작하면 수업(course work)들을 듣고 마치는데 2년 정도가 걸린다. 그러고 나서 3학년부터 논문 자격시험부터 논문 쓰는 과정이 시작된다. 


2) 지도교수

지도교수를 잘 만나야 한다. 이 얘기를 박사 과정 시작부터 들었다. 이유는 지도교수에 따라서 논문이 빨리 마칠 수도 있고 느려질 수도 있다. 중간에 지도교수를 바꾸는 일도 있다. 그렇게 되면 시간이 더 오래 걸릴 수 있다. 개인마다 박사 논문 위원과 지도교수 선택의 기준이나 전략은 달라질 수 있다. 학계에서 저명한 교수님으로 정할 수도 있고 연구 분야와 가장 매칭되는 교수님으로 정할 수 도 있다. 나는 많은 이들의 조언을 담아서 결정이 빠르고 (decisive), 답변과 피드백이 빠르며(responsive), 비교적 유연한 지도교수님(flexible)들로 정했다. 박사 논문 위원 (Committee member)도 마찬가지이다. 개인적으로 함께 일할 때 효율성(efficiency)을 선호하기 때문에 그동안 같이 일하면서 업무 스타일도 파악하고 주변의 평판도 한번 더 확인했다. 2학년 1학기에 지도교수님들 (Co-Chairs)를 정하고, 2학년 2학기에 committee를 결정했다. 


3) 논문

논문 주제를 정하는 기간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논문 주제가 정해져야 논문 자격시험도 볼 수 있고 연구 제안서도 진행될 수 있다. 박사 과정 시작 전부터 주제가 있다면 굉장히 훌륭한 시작이다. 나는 2년 동안 수업을 들으면서 2년 차 3학기에 정하게 되었다.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가도 논문 진행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기업과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를 할 경우 장소를 선택하고 허가를 받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 지도 교수님들이 내 연구 주제- 창업가의 리더십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들었을 때 공통적으로 한 질문이 "Do you have accessibility?(데이터 수집 할 곳 있어?)"이다. 조직 커뮤니케이션등을 연구하는 학생 중에 데이터 수집이 어려워서 논문을 마치지 못했다는 사례도 말씀해 주셨다. 다행히 그간의 업무 경력에서 알게 된 지인들의 도움으로 데이터 수집 장소를 정할 수 있었다 (너무나 감사한 일이다). 데이터 수집 후 논문을 쓰는 과정에 지도교수와의 커뮤니케이션도 변수이다. 이때 지도교수의 업무 성향이 크게 영향을 미친다. 피드백이 너무 느리거나 정기적 미팅이 어려울 경우 진도가 느려질 수 있다.


4) 저널 출간 및 졸업 후 진로

박사과정에서 학점은 중요하지 않다. 취업에서 물어보는 건 논문과 출간된 저널이다. 학점은 펀딩을 받을 정도로 유지하면 되는데 (보통 B학점 정도), 워낙 수업 과정 중에 읽고 쓸게 많다 보니 많이 잘하려고 하지 않아도 시간이 많이 할애된다. 그러다 보니 수업을 듣는 2년간의 과정 중에는 저널을 쓸 수 있는 물리적 시간적 여유가 없다. 특히나 탑 저널의 경우 리뷰하고 고치고 출간되는 데까지 2년 정도 혹은 더 오래 걸린다. 따라서 졸업 전에 저널을 출간하는 일은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며 어렵기까지 하다. 출간 논문이 있어야 취업도 잘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러다 보면 박사 과정이 6년 또는 그 이상이 되기도 한다. 유학생의 경우 F-1 비자 상태라 취업이 되어야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다. 


졸업을 앞둔 박사 과정 유학생들은 진로를 고민한다. (남의 일이 아닌 곧 나의 일이다) 개인별로 진로에 대한 방향이나 전략은 다르다. 먼저, 크게 한국에 갈 것인가 미국에서 자리를 잡을 것인가, 아니면 세계로 기회를 열어놓을 것인가이다. 두 번째는 연구 중심 학교 (R-1)를 우선순위로 둘 것인지 아니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H1-B를 스폰해 줄 R-2 학교와 강의 중심의 업무까지 지원할 것인가의 여부이다. 첫 관문을 높게 두면 그만큼 출간 저널에 시간을 투자해야 해서 졸업까지의 기간이 오래 걸린다. 


개인적으로 학생 위치는 빨리 졸업하고 싶다 (학생 신분은 왠지 갑을병정 중 정의 느낌이다. 학교 안에서 지원도 많지만 업무에 대한 제약도 많다). 어느 게 옳은 건지는 알 수 없다. 개인마다 선호하는 것이 다르고, 어떤 선택을 하든 상황에 맞는 기회가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불확실성(uncertainty)이 높으면 불안하고 두려울 수 있지만, 생각해 보면 우리 삶은 불확실성의 연속이다. 따라서 너무 고민하는 것보다는 빨리 결정하고 행동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때로는 달려야 하는 구간이 있다. 당장 이번주 금요일에 시험을 또 보니깐 지금이 달려야 하는 구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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