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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se Oct 01. 2022

2학년 가을학기 W6.

PhD 2nd year, Fall semester, 6th Week

학기가 시작되고 정신 없이 흘러 돌아보니 9월 마지막주, 벌써 15주 중 6번째주가 끝났다. 8/22일에 시작한 2022 가을학기의 절반 이상이 지나간 것이다. 평일의 생활은 한 주의 시작과 함께 하루하루 할 일에 치여서 할 일을 하나씩 지워나가면서 나가다보면, 어느덧 한 주의 끝에 다다른다. 


매일 읽어야하는 논문들과 과제, 중간중간 해야하는 연구일들, 미팅과 이메일, 페이퍼 쓰는 일 등을 하다보면 시간이 흘러간다. 한국에서 업무를 했을 때는 이메일과 소통, 몸을 움직여 이동하여 협력자이자 조력자인 파트너들과의 만남과 교류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고, 내가 다 하지 않아도 담당할 사람이 있었지만, 미국에서의 학업은 오롯이 내가 하지 않으면 만들어지거나 해결되는 일이 없기 때문에 조금 더 할애되는 시간이 많고 집중이나 몰입도가 비교적 높다. 


온전히 전적으로 내가 일한다는 것은 컴퓨터 하나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무료하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학기 중에는 너무 많은 할 일과 마감에 치이다보면 번아웃이 오게 되기도 한다. 학부 과정에서는 무언가를 외워서 문제를 풀고 시험을 많이 보았다면, 박사 과정은 무언가를 많이 읽어서 문제를 분석하고 페이퍼를 써서 점수를 받는다. 박사 과정이 시험 점수를 높여야하는 과정이었다면 더욱 힘들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페이퍼도 언제나 평가를 받는다. 누군가에게 지속적인 평가를 받고 점수를 받는 것은 정신적으로 피로한 일이다. 마찬가지로 사회에 있을 때도 업무와 승진 평가를 받지만, 학교에 있으면 평가와 점수를 받는 일이 생활 속에 더욱 가까워진 기분이다. 


가끔 논문을 읽고 과제를 하고 페이퍼를 쓸 때, 영어가 모국어이면 어떤 기분일까 궁금할 때가 있다. 이렇게 한국어를 쓰는 것처럼 미묘한 어감도 잘 알거 같고, 단어도 바로바로 생각나고, 표현도 조금 더 자연스럽게 하지 않았을까. 특히나 읽고 쓰고 말하는 일이 많은 인문계다 보니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1년이 지나니, 처음 왔을때보다 읽고 쓰는 것은 아직 배우는 과정이지만 이전보다 늘었다. 이 곳에서 안경까지 쓰게 됐으니 그동안 글을 많이 읽지 않았던 눈이 놀랐지 않았을까 싶다. 말하는 것은 읽고 쓰는 것에 비해서는 조금 더디게 느는 것 같다.


페이퍼에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쓰고 나중에 Writing center에서 리뷰를 받을 수 있으면 받고, 과제는 한번 소리내어 읽어보고 내고, 논문은 초본을 써서 지도교수에게 넘긴다. 한국뿐만 아니라 이 곳에서도 많이 쓰는 Grammarly 문법 체크하거나 AI Paraphrasing 퀼봇을 써서 다른 표현을 보고 쓰기도 한다. 

 

Goldwater Lake at Prescott, AZ

아무리 일이 많아도 일만 하고 지낼 수는 없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 집중력의 한계도 있다. 이 곳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주말에는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편이다. 지난 주는 바이든도 코로나가 끝났다고 말하는 팬데믹의 끝자락에 친구와 나란히 코로나에 걸려서 격리를 했다. 그 와중에 줌으로 미팅도 수업도 했지만 (3시간 줌 수업은 너무 길다), 계속 졸리고 피곤해서 이 곳의 종합감기약 Dayquil 먹으면서 계속 잤던 한 주였다. 5일을 자가 격리했더니 좀이 쑤셔서 끝나자마자 1시간 40분을 운전해서 시원한 북쪽으로 왔다. 가을이지만 아직도 한낮 최고 기온이 35-36도인 이 곳이기에 26-28도 정도의 시원한 지역에 가서 시간을 보냈다.

1학년 때는 학교 이벤트에도 참가하고 사람들을 알아가는 시간이 많았다면, 2학년이 되니 점점 소셜 이벤트와 멀어진다. 나와 친한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함께 일하는 교수들도 정해지고 내 일과 방향이 좀 더 명확해져서 이지 않을까 싶다. 물론 학교에 지속적으로 적극 참여하는 동기들도 있는데, 이들을 통해서 소식을 접하는 편이다. 수업을 듣는 2학년까지의 과정이 지나면 3학년부터는 학교 갈 일도 현저히 줄어들고 자유로운 박사 과정에 들어간다 (몸은 자유롭지만 심리적 부담감은 더 높아진다고 한다). 아직 2학년 1학기 수업 과정을 듣는 나는 어서 이 교과 과정 (course work)을 끝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이번주 벌써 2023년 봄학기 수업 시간표가 나와서 내년에 들을 수업을 정했다.


다음주 끝에는 짧은 Fall Break가 있다. 주말을 끼고 평일 이틀 정도 더 쉬는데 너무 짧아서 가을 방학인지도 모르고 지나갈 수 있다. 이 시간을 이용해서 충전을 한다. 학기 중간 이후부터는 할 일이 더욱 휘몰아치기 때문이다.  그리고 12월 첫 주가 끝나면 학기가 마무리되면서 삶이 갑자기 조용해진다. 폭풍이 휘몰아친 다음에 잔잔해지는 느낌이랄까. 연구 조교 일은 계속 하기 때문에 일주일에 20시간 업무량은 있지만, 학기 중 리딩과 과제에 비하면 소소한 일이다. 이번 겨울에는 PI (Principle Investigator, 연구 과제 리더)와 미팅 후, 원격 업무 (Remote working)를 하기로 하고 한국에 잠시 들어가기로 했다. 겨울이 없는 이 곳에서 2년만에 경험할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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