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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se Nov 22. 2022

유학 중 두 번째 추수감사절

Friendsgiving Dinner

Thanksgiving day, 추수감사절은 미국의 추석이다. 한국처럼 이곳도 추석은 일 년 중 최대 명절이자 홀리데이 시즌이다. 가족이 함께 저녁을 먹는 미국 추석 시즌이 되면 연말이 다가왔고 한 해가 다 갔다는 느낌이 든다. 작년 이곳에서 첫 추수감사절을 맞았을 때는 함께 연구 프로젝트를 하는 캐나다 친구 초대로 집에서 같이 칠면조를 굽고 명절 요리를 해서 친구들과 함께 보냈던 기억이 난다. 추수감사절은 가족이 함께 하는 연휴라서 타지에 홀로 있는 사람들에게는 가족의 빈자리가 더욱 느껴질 수 있는 시기이다. 미국에 온 첫 해와 두 번째 해까지 마음이 통하는 친구들과 함께 축하할 수 있는 자리를 가진다는 것에 감사하다.

Celebrating Thanksgiving day together with Turkey

박사 과정의 1년이 지나고 2년째가 되면 마음이 맞는 친구 그룹이 생긴다. 문화가 다르고 언어가 달라도 어디든 마찬가지이다. 이곳도  동기라고 해서 모두가 친한 것도 아니고 서로의 진정성 있는 마음과 말과 행동으로 관계가 형성된다. 2학년이 되자 서로 이 과정을 버티고 나아갈 수 있는 친구이자 든든한 협력자, 응원단이 생긴 기분이다. Friendsgiving은 실제 Thanksgiving day를 가족들과 축하하러 각자 집으로 가기 전에 친한 친구들이 모여서 함께 음식을 먹고 나누는 시간이다. 


추수감사 저녁 메뉴는 미국 명절 음식인 칠면조 오븐 구이(Roast Turkey)와 햄구이 (Marinated Roast Ham), 매쉬포테이토 (Mashed Potato), 그라비 (Gravy), 크란 베리 소스 (Cranberry sause), 베이비 양배추 오븐구이 (Maple brussel sprouts w/ bacon), 스위트 포테이토(Sweet Potatoes), 맥엔치즈 (Mac’n’cheese), 그린빈 캐서롤 (Green Bean Casserole), 스터핑 (Sourdough stuffing), 비스킷 (Biscuits), 애플파이 (Apple pie), 애플 사이다 음료 (Apple Spiced Mead), 바나나 크림파이 (Banana Cream Pie), 초콜릿 케이크 (Chocolate cake) 등 홈메이드 음식이 준비됐다. 미리 각자 구글시트에 적어서 겹치지 않도록 메뉴를 정하고 집에서 요리하여 함께 나누는 저녁이었다. 


미국 친구들은 손이 커서 음식을 차려놓으면 거의 뷔페 수준이다. 이곳에 와서 나도 함께 손과 위가 커졌다. 명절 음식이다 보니 집에서 해오던 레시피로 직접 만들어서 가져오는데 파이 크러스트나 사워도우까지 집에서 만드는 수준이다. 정말 요리에 진심인 친구들이다. 한국 명절처럼 미국 명절 음식도 칼로리가 사악한데 먹는 와중에 땡스기빙 저녁 칼로리가 약 3000칼로리라고 하자 왜 칼로리 얘기하냐고 한다. 이 친구들은 개의치 않는다. 함께 하는 음식과 함께 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으면 행복하기 때문이다.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가 딱 맞는 표현이다.

Thanksgiving day / Christmas season

저녁을 먹고 나면 게임을 항상 한다. 저 트리 아래 놓인 포장된 선물들이 상품이다. 호스트 친구들 가족은 명절에 자기가 직접 만든 게임을 가져와서 함께 즐긴다고 한다. 친구들이 직접 만든 게임을 하다 보니 보드게임이랑 또 다르게 색다르고, '이렇게 가족이 함께 놀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이번에 한국에 가면 크리스마스에는 아들과 아들 친구들을 불러놓고 정성스럽게 상품을 준비해서 게임을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Friendsgiving day

저녁을 준비하고 함께 하기 전에 사진도 같이 찍고, 호스트 친구가 프렌즈 기빙에 와준 친구들에게 얘기를 했다. "힘든 하루를 보냈어도 함께 얘기를 하고 웃고 농담하는 시간으로 하루를 바꾸게 만들어준 친구들이 이 곳에 모인 너희구, 오늘 함께 땡스 축하할 수 있게 와줘서 고맙다. 땡쓰는 가족이 함께 하는 시즌인데 이곳에 오늘 온 친구들이야말로 말 그대로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진심으로." 언어의 차이가 있는데, 영어로는 한국어로 오글거릴만한 표현도 편하게 말할 수 있다는 점이다. 표현을 더 하는 문화의 차이인지도 모르겠다. 


'관계'라는 것은 소중하고, 소중한 만큼 지속적인 상호 노력이 필요하다. 소중한 것은 깨지기도 쉽기 때문이다 (fragile). 마음을 여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나도 모르게 축적된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마음이 닫히는 건 한 순간 일 수 있다. 관계의 근간은 서로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한다. 쉽게 말해, 내가 대접받고 싶은 만큼 남을 대접하면 된다. 미국 사회 특성상 이곳은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상황이 더 잘 생길 수 있다. 예를 들어, 갑자기 밤에 차가 고장 난 다든지, 공항에 픽업을 해야 한다든지 말이다. 이러한 배려나 도움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간혹 너무 가까워지면 그에 대한 표현이나 선이 불분명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주의 문화 (Individualism and low-context culture)에서는 한국과 같은 집단주의 문화 (Collectivism and high-context culture)보다 좀 더 고맙다는 표현이나 상대의 시간 나눔에 감사의 표현을 말이나 글로 자주 하는 편이다. 말을 안 하면 이곳은 잘 모르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눈치'라는 단어와 문화가 있지만, 이곳은 표현(explicit expression)을 해야 정확한 전달이 된다. 직접적인 '표현'이라는 것이 처음에는 익숙지 않을 수 있지만, 자주 하다 보면 말한 만큼 그렇게 느끼고 행동하게 된다. 


'시간'이라는 것도 상대가 가진 것이기 때문에 시간을 나눈다는 것 자체가 많은 의미가 있다. 아직도 팀 미팅할 때 한국과 많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은 미팅 시간이 넘어가면 다음 개인 일정이 있어서 다들 가야 한다는 말을 비교적 쉽게 한다. 또 미팅이 생각보다 길어지면, 팀장이 양해를 구하고 이어간다는 것이다. 팀워크 샵인데도 시간이 넘어가서 일정이 안되면 가도 좋다고 한다. 이곳 문화를 알고 나면, 이렇게 추수 감사절에 함께 음식을 먹고 축하하고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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