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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se Dec 16. 2022

한국 예찬

Winter Break in Korea

마지막 기말고사가 끝나자마자 다음날 비행기를 타고 1년 반여만에 한국에 들어왔다. 출장길에는 공항에 마중 나오시는 일이 없던 부모님이 유학 중 들어가니 나오신다고 해서 놀라우면서 감사하기도 했다. 유학과 출장은 다른가보다. 아니면 오래간만에 들어가서 그런가 싶기도 했다. 더운 애리조나에 살다가 2년 만에 맞는 한국이 겨울이 약간 무섭기도 했지만, 막상 밖을 나가니 코 끝에 들어오는 겨울 공기가 꽤 신선했다 (Crispy air). 


봄 학기 시작 전까지 4주 정도 있는 기간이 벌써부터 짧게 느껴진다. 가족과 만날 친구들과 지인이 있는 곳이기에 한국은 좋다. 가족과 같은 공간에만 있어도 따뜻한 집이다. 오래간만에 만난 아들은 키가 나보다 훌쩍 커있었다. 다행히 부모님은 그동안 많이 연로 하시진 않으셨다. 대부분 혼자 식사를 하는 미국과 달리 가족과 함께 먹는 집밥이 어느 밥보다 맛있다. 한국 마트에서 사는 신 김치와 엄마표 김치의 맛은 비교될 수가 없다. 밑반찬은 또 얼마나 귀한가. 일상 속에 너무나 흔해서 미처 알지 못하는 것들이 오히려 밖에서는 더없이 소중하다.  


한국에 들어오면 해야 하는 필수 코스들은 병원, 헤어, 미용 등이 있다. 장기간 정지되어 있던 국민건강보험을 전화로 풀고, 병원을 예약하고 투어를 시작했다. 유학 가자마자 갑자기 잇몸을 뚫고 일부가 나온 매복 사랑니도 한국에서는 사랑니 전문 발치 치과에서 쉽고 간단하게 뽑는다. 미국에서도 매복 사랑니는 전문의 (specialist)에게 가야 하는데 치과는 보험이 대부분 되지 않기 때문에 보통 1개당 1천 불 정도의 비용이다. 그에 비해 한국은 2개를 발치하는데 20만 원도 채 안되었다. 


집 앞에만 걸어 나가도 온갖 편의 시설이 갖춰져 있고, 밤에 걸어 다녀도 안전한 도시가 서울이다. 대도시를 제외한 미국에서는 밤 9시 이후만 되면 할 것도 없다. 또 미국에서 어두울 때 거리를 걸어 다니는 것은 신변에 위험을 느낀다. 캠퍼스에 총기나 칼을 든 사람이 나온 경우에는 학생 안전 앱이나 메일로 알람이 온다. 한국은 치안이 정말 좋다. 밤에도 대중교통이 다니고 안전하게 다닐 수 있다. 길거리에 노숙자도 없고, 거리도 깨끗하다. 대중교통만으로 서울 구석구석을 다닐 수 있다. 오래간만에 타는 지하철은 한국에 오는 모든 외국인들이 찬사를 할 정도로 이미 해외에서도 소문이 자자하다. 그만큼 편리하고 깨끗하다.


겨울 길거리에서 파는 붕어빵과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찐빵도 너무 맛있다. 미국 친구들은 단팥(Redbean paste)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나는 그리운 게 또 단팥이다. 서비스도 정말 좋다. 카드 대신 현금으로 결제만 해도 만두를 하나 더 얹어주거나, 서비스를 하나 더 주신다. 미국처럼 15%-20%씩이나 하는 팁도 없다. 서비스를 받기가 미안할 정도다.  


집 앞에 있는 몰(Mall)들은 모두 연말 장식으로 분위기를 냈다. 애리조나 템피에 유일하게 괜찮은 몰은 Scottsdale fashion square하나인데 이곳은 집 앞에서 조금만 걸어 나가도 몰이 있다. 지인들을 만나러 판교, 여의도를 가면 1년 반 사이에 새로 오픈한 빌딩도 있고, 많은 것들이 변해있었다. 한국은 변화가 빠르다. 


가족이 있어서 좋고 만날 친구와 지인이 있어서 따뜻한 연말이다. 맛있는 음식이 곳곳에 있고 안전하게 갈 곳도 많다. 그래서 다들 한국이 좋고 편하다고 하나보다. 오래간만에 들어와서 그동안 익숙해서 당연하게 여겨졌던 것들이 소중하고 특별한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오래 살면 또 갑갑하지 않을까 싶다. 어느 곳이든 양면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쓰지 않던 마스크를 1년 반 만에 써보니 답답하지만, 이곳은 어디든 사람이 많아서 쓸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미세먼지도 많고 겨울 공기가 추우니 기관지 보호 차원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에 치이는 환경이다 보니, 경쟁적으로 지하철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 누군가를 치고 지나가는 것, 뒤에 바로 사람이 따라와도 문을 잡지 않는 소소한 매너 문화의 차이가 느껴진다. 좁은 공간에 모여 살고 있어서 그런지 개인 공간 확보에 대한 배려가 아쉽다. 줄을 서도 너무 가깝게 뒤에 붙거나 마트에서 계산을 하고 있는 와중에도 미리 들어와 있는 사람들이 너무 불편하다. 경쟁적이고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 한국이라서 누구보다 빠르게 발전하고 해외에서 들어오면 감탄하는 기술과 서비스가 있지만, 그만큼 경쟁하며 팍팍하게 살아야 하는 문화가 배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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