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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se Mar 09. 2023

경기도 한달살이

A month in Korea

[2022.12월 1년 반 만에 한국에 한 달 정도 머물렀던 후기]


한국에 온 지 벌써 한 달 정도 시간이 흘렀다. 2년 만에 맞이한 한국에서의 겨울은 많이 추웠지만, 미리 정해진 일정에 따라 영하 10도 남짓의 날씨에도 분주하게 걸어 다녔다. 부모님 댁에 머물면서 내 집도 없고 차도 없는 한국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집이지만 잠시 방문한 이방인의 느낌이다. 그러다 보니 2주가 지나자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1년 반이라는 시간만에 ‘집’이라고 느끼는 곳이 달라질 수 있다니 심적 변화가 신기하기도 하다. 혹은 부모님과 떨어져서 독립적으로 산 시간이 너무 길다 보니 부모님 집은 더 이상 내 집으로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집은 마음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자, 가족이 있다면 가족이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국에 혼자 있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개인적인 공간이 집처럼 느껴진다.


한국에 온 걸 주변 지인에게 많이 얘기하지도 않았지만, 미리 만나기로 한 지인들 외에도 우연히 연락이 온 친구들과도 만나게 되었다. 보고 싶은 이들을 모두 만나기에도 한 달이라는 시간은 부족한 시간이었다. 한국에 있는 동안 병원을 가거나 안경을 맞추는 등 한국에서 해야 하는 일들을 빼놓고는 지인들과의 약속이 있었다. 아침에 지하철 타고 나가서 지인들이 있는 서울에서 점심과 저녁을 하고 다시 지하철을 타고 경기도로 들어오면 하루가 금방 지나갔다. 


주말은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으로 별도로 빼놓았다. 나보다 키도 훌쩍 커버린 178cm 사춘기가 된 아들은 주말에 1박 2일 정도 있다가, 친구와의 약속이 있다고 가야 한다고 했다. 아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크리스마스나 연말에 호텔 예약을 했다가 취소하길 여러 번했다. 부모보다는 친구와 보내는 시간이 더 중요한 아들이 이해가 되면서도 멀리서 보러 왔는데 시간을 많이 보내지 않는 아들이 서운했다. 


올해 2 중학교 2학년이 되어가는 아들은 여전히 미국에 오는 것에 관심이 없었다. 그만큼 한국에서 친구들과의 생활에 만족하고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얘기기도 했다. 학업이 조금 더 어려워지고 시험을 치르다 보면 미국에서 공부하고 싶을지 모르겠다. 늦게 올 수록 언어나 문화의 적응이 어려울 수 있겠지만 유학 과정의 일부이기도 하다. 잘 지내는 아이를 보면서 과연 유학이 더 나은 선택인가에 대한 질문도 해봤다. 어느 순간이 되면 아이의 의견을 계속 존중하는 것보다 부모가 결단을 내려야 하는 시기가 오지 않을까? 지금으로서는 답을 알 수 없는 질문이기도 하다. 


한국은 집 앞에 걸어 나가기만 해도 할 수 있는 것도, 먹을 수 있는 것도, 놀 수 있는 것도 많다. 애리조나는 차를 타고 이동을 해야 하고 거대한 자연이 가장 볼거리이다. 사람에 치이고 복잡한 한국 사회에서 맑은 공기와 자연이 좋은 어른들은 미국 생활이 나름 괜찮을 수도 있지만, 마음껏 친구들과  놀러 다니던 사춘기 아이가 살기에는 너무나 지루한 곳일 수도 있겠다. 특히 밤이 되면 할 것도 없고 갈 곳도 없다. 언제나 안전에 대한 위험을 인식하고 살아야 하는 곳이 미국이기도 하다.


이번 한국에 한 달 살기를 하면서 느꼈지만, 한국은 맛있는 것도 많고 할 것도 많은 곳이다. 심심할 틈이 없는 만큼 내 시간을 내기도 어려운 곳이다. 학업을 집중하고 박사 과정 연구를 진행하기에는 어려운 곳일 수 있었겠다. 연구 조교 일도 간간히 했지만, 한국에 있는 동안 일에 집중하기에는 놀거리도 많고 만날 사람도 많다. 미국에서 생활하면 모두 박사과정을 하고 있는 학생들의 네트워크가 대부분이라서 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지만, 한국은 다들 다른 일을 하면서 지내고 있다. 미국에서 박사 과정을 지내면 학과 별로 차이가 있어도 대부분 공부나 연구, 강의를 하고 있기 때문에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가 있지만, 한국에서는 박사 과정이 어떤지, 얼마나 걸리는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친구들이나 지인들이 적어서 그런지 과정에 대한 얘기가 많다. 사실 4년 안에 졸업하면 나름 제일 빠른 프로그램인데, 길다고 한다. 다니고 있는 나도 4년이 길게 느껴지지만 필수 과목들과 연구를 진행하면 4년이 제일 빠른 기간이다.


한국에 가기 전에 항상 먹고 싶은 것들을 기록한다. 겨울이다 보니 겨울에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적었고, 가족 지인들과 함께 먹을 수 있어서 소중한 시간이었다. 

겨울에 가면 대게, 굴 등 제철 해산물을 리스트에 적어둔다.

회는 꼭 먹고 싶은 음식 중 하나이다. 특히 애리조나 사막에서 온 친구들이라면 한국에 가면 회를 먹고 온다는 친구들이 많다. 한국에 와서 대부분 한식이나 아시아 음식을 먹고, 파스타 피자, 샐러드, 샌드위치는 보통 쳐다보지도 않고 온다. 

한식은 사랑이다.

굴도 빠질 수 없는 겨울 제철음식

한국에서 먹는 일식과 중식은 미국 입맛에 맞춰진 일식 중식과 다르기 때문에 꼭 먹어야 하는 음식 리스트에 들어가 있다.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차린 집밥과 디저트 상차림 :) 한국에서의 분식은 소울푸드이다.

겨울 간식인 붕어빵은 지나갈 때마다 꼭 샀던 것 같다.

지인/친구/가족 집에 방문을 하면 같이 하는 집밥. 개인적으로 집밥이 참 좋다. 집밥을 함께 하는 시간은 정성과 따뜻함이 가득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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