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ause Jan 22. 2023

주말

Weekend During Spring Semester

애리조나 1월과 2월은 가장 푸르다. 이 시기에는 스포츠 선수들도 피닉스에 많이 오고 골프를 즐기러 오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올해는 미국의 가장 큰 스포츠 경기인 슈퍼볼도 애리조나 (Glendale)에서 한다고 한다. 


학교에 다니고 있는 우리도 이 시즌이 좋다. 작년에는 하이킹을 많이 갔었는데 이번 학기는 작년과 다르게 아직 가보지 못했다. 새벽엔 일교차가 커서 1-2도 정도로 떨어지기도 한다. 그래도 봄학기 1-2월 이맘때쯤이면 오렌지, 레몬, 자몽 나무에 열매가 주렁주렁 열린다. 학교나 학교 근처 오렌지 나무에 달린 열매는 시기만 하고 맛이 없기 때문에 조금 떨어진 곳, 메사 (Mesa)에 가서 오렌지를 따기로 했다.

토요일 아침은 친구들이 간혹 커피숍에 가자고 연락이 온다. 학교 주변에 스타벅스가 아닌 로컬 카페 중 커피가 괜찮은 곳으로 주로 간다. 학교 친구와 커피숍에서 일을 하던 중, 오렌지 따러 갈래?라고 물어봤다가 바로 가자고 한다. 가기 전에 집에 들러서 간단히 점심을 먹자고 한다. 


요리를 좋아하는 친구는 메뉴도 잘 정해놓는데 (meal plan) 점심 메뉴는 피타브레드 샌드위치라고 한다. (이곳에 오면 집에서 먹는 음식 빼고는 대부분이 양식이라서 한국에서 양식은 손도 대지 않고 한식만 먹고 왔다.) 미리 요리해 놓은 시즈닝 된 닭안심 고기를 데우고 피타 브레드 안쪽에 채 썰어 절인 오이를 넣은 그릭 요구르트를 안쪽에 스프레드로 바르고 토마토와 양상추, 페타치즈를 넣어 고기를 넣으면 피타 치킨 샌드위치다. 한식에 비하면 양식은 재료만 있으면 참 쉬워 보인다. 이번 방학에 네덜란드 집에 다녀온 친구는 우리가 김치, 김, 장아찌류를 싸 오듯이 치즈와 초콜릿 등을 가방 가득히 싸왔다. 유럽 치즈는 미국 치즈보다 더 풍미가 깊고 같은 밀크 초콜릿도 미국 초콜릿보다 덜 달다.  


간단히 점심을 먹고, 작년에 오렌지를 땄던 곳으로 갔다. 작년에 땄던 공공장소에 있던 나무를 잘 찾지 못해서 나무가 많이 있는 동네로 갔다. 울타리를 경계로 울타리 안쪽에 있는 열매는 사유지에 있는 열매라 따면 안 되고, 거리로 나와 있는 열매는 딸 수 있다. 맥가이버 칼도 챙겨 온 친구는 오렌지를 따기 전에 맛을 보고 괜찮으면 따서 그곳에서 몇 개를 따서 넣었다. 자리를 이동해 가면서 몇 개씩 따다 보니 가방이 한가득 찼다. 오렌지도 종류가 다양하고, 자몽, 레몬, 귤 (tangerine) 등을 같이 따다 보니 금방 찼다. 

집에 와서 가방에 담긴 걸 대충 반정도 나눠서 들고 오니 꽤 많다. 2월말까지는 오렌지가 맛있는 시즌이라 한번 정도 더 가지 않을까. 이 곳의 주말은 한적한 가운데 소소한 재미를 찾는 나날들이다.

작가의 이전글 박사과정 2학년, 4학기 시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