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earch Assistant Office
사무실 이사를 하고 전에 없던 유리창이 생겼다. 이곳에서는 사무실에 창이 있는지 없는지가 항상 주요 관심사이다. "Do you have window?"라는 질문을 자주 듣는다. 이사 오기 전 건물은 새로운 건물이어서 전반적인 시설은 좋았지만, 창문이 없는 단점이 있었다. 새로 온 사무실에는 개별 공간과 창이 있어서 좋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나무가 있어서 컴퓨터를 하다가 창밖을 보면 잠시 쉬어 가는 느낌이다. (특히 이곳은 사막이라 나무가 귀하다.) 미국 국방부 펀딩을 받고 있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고, 창 밖으로는 미국 국기도 있어서 이곳에 있으면 새삼 미국에 있는 느낌이다. 한국에서는 내 돈 내고 공부했지만, 이곳에서 미국인 세금으로 공부하고 일하는 환경에 감사한 마음이다. (그래도 굳이 둘 중 좋아하는 나라를 꼽으라면 우리나라가 더 좋다. 이 곳의 풍부한 자원이 좋고 부러울뿐…)
한국에서 미국 박사 유학을 시작하기 위해 GRE시험을 준비할 때만 해도 뭔가 넘사벽처럼 다가가기 어려운 과정처럼 보였다. 어떻게 다들 원서 지원해서 유학 가나,,,라는 생각을 했는데 막상 해보니 열심히 준비하면 할 수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유학 준비 과정부터 입학 후에 필요한 단계들을 하나하나 차곡차곡 만들어가다 보면 시간이 가면서 하나씩 만들어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사무실에 앉아서 일을 하기도 하고 곧 치를 논문 자격시험 (Comprehensive Exam)을 공부하기도 한다. 24시간 내내 돌아가는 시원한 에어컨도 있고 공간도 넓은데 이 기관 사람들은 대부분 재택근무를 하고 사무실 출근을 잘하지 않는다. 팀원들도 애리조나뿐만 아니라 독일, 뉴욕, 워싱턴 DC, 필리핀 등 미국 다른 지역이나 다른 국가에 있다 보니 이메일, 슬랙 (Slack), 줌, 구글 Doc, Drop box 등을 통한 업무가 더 익숙하다. 사실 사무실에 나오지 않아도 한 주에 할 일만 하면 된다. 정말 간섭 하나도 없는 이런 일을 '워라밸'이라고 하나 싶다.
연구 기관이다 보니 대부분 사람들이 박사 학위 소지자들인데 그러다 보니 일하던 사람들도 공부를 병행하게 되는 경우도 많이 보인다. 같은 팀 중에도 처음에는 학교를 다니지 않고 일만 하다가 수업을 듣기 시작하는 팀원들이 두 명이나 있다.
학기 시작과 함께 시작한 프로젝트가 벌써 3년 차에 진입한다. 이제 나도 가을부터는 박사 3년 차이다. F1비자 유학생들은 주 20시간 조교를 할 수 있는데, 돌아오는 가을 학기부터는 연구 조교(Resesarch Assistant, RA) 10시간, 수업 조교 (Teaching Assistant, TA) 10시간을 하기로 했다. 내 학비와 생활비를 책임져준 고마운 프로젝트이지만, 익숙함 (Comfort zone)을 벗어나서 졸업 후 미국에서 강의하기 위해 TA를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