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rehensive Exam
박사 논문을 쓰기 전에 자격시험을 본다. 이공계/인문계는 조금 다른 형태로 진행되고, 인문계도 학과마다 차이가 있다. 커뮤니케이션 학과는 1) Comprehensive exam (Comps) 종합시험, 2) Prospectus 연구제안서-박사논문 서론, 3) Dissertation 박사 논문의 단계로 치러진다.
학과마다 시험 스타일이 다르고 박사 과정 기간과 분위기도 다르다. 경영학과, 정치 외교학과의 경우 시험 형태가 정해져 있다면, 우리 학과는 비교적 유연한 편이다. 옵션이 10개 (10 Modules)가 있다. 오픈북으로 집에서 치를 수도 있고, 짧은 시간 안에 시험을 보거나 한 학기 동안 글을 쓸 수 도 있다. 커뮤니케이션 학과는 학생 개개인의 정체성과 성향을 고려하는 분위기를 만들어가다 보니 여러 개의 선택권을 주려고 한다. 개인별로 시험을 치르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나 긴장을 하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지도교수와 학생이 함께 결정할 수 있도록 바꿨다고 한다.
오랫동안 시험을 보는 것보다는 짧게 보는 걸 선호하는 나로서는 새로운 옵션 대신 기존의 시험 방법 (Traditional test)을 택했다. 기존 시험은 지난 2년간 배웠던 세미나 등 학과 과정과 논문 주제에 관련된 논문 리딩 리스트 (Compiling reading list)를 만들고, 이론(Theories)과 원리 (Priciples), 컨셉 (Concepts/key elements)을 이해하고 암기한 후, 내용을 기반으로 시험 문제에 대한 답을 에세이(In-house closed book short essay test)로 쓴다.
박사 과정 시험은 학부 때 시험을 보듯이 암기하는 형태이기보다는 기존 지식에 대한 활용 및 연장, 개인 연구에 적용하는 방법 등 창의적인 글쓰기를 원한다. 대학 졸업 후 14년 동안 업무와 육아하다가 다시 공부를 시작해서 박사 과정 전에는 학교 공부를 잘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을 품기도 했다. 지금껏 공부를 못하는 학생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한국의 대입 시스템에서 시험을 뛰어나게 잘 보는 학생도 아니었다. 그래도 지금 성인이 되어서 하는 공부는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목적이 명확하고 내가 선택한 길이며, 졸업해야 하는 과정이기에 능동적인 공부이다.
다행히 박사 과정은 암기, 객관식과 같은 지식을 받아들이는 수동적 공부 방법이 아닌, 연구를 통해 새로운 현상을 발견하고 논리적 의견(claim)을 만드는 능동적 공부 방법이 더 요구된다. 따라서 그동안의 업무 경험이 큰 힘이 되었고 연구 방향을 비교적 빠르게 정할 수 있었다. 회사를 창업하고 새로운 도전이자 어려움 중 하나가 직원을 채용하고 함께 조직을 키워나가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직원들을 이끄는 창업가의 리더십 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서 연구를 하고 있다.
박사논문자격시험은 그 연구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중간 점검 시험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커뮤니케이션 이론과 연구 방법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내가 하고자 하는 연구가 왜 필요한지를 소개하는 과정이라고 하겠다. 이틀은 학과 빌딩에 작은 방에 들어가서 4시간씩 질문에 대한 짧은 에세이를 써야 한다. 남은 하나의 시험은 72시간 동안 연구제안서를 쓰는 방법이다. 그러고 나서 이번 가을에 박사 논문 서론 챕터를 쓰고 발표(Oral defense)하는 두 번째 관문 Prospectus를 거친다.
내 인생 3대 암기 시험을 꼽으라면 고3 수능, 박사 과정 원서 지원을 위한 GRE, 그리고 마지막 이번에 준비한 Comps이다.
준비과정
우선 읽어야 할 양이 정말 많다. 5월 둘째 주 기말 기간이 끝난 후 본격적으로 시작을 해서 약 5-6주 정도의 시간을 준비했다. 중간에 학회를 가거나 일을 하는 시간이 있었지만, 나머지 시간은 계속 읽고 노트를 정리하는 나날이었다. 중요한 개념과 이론 정리를 하고, 암기를 시작했다. 리딩이 좀 더 필요한 챕터는 2 회독 정도를 하고, 노트 리뷰는 3 회독 정도, 그리고 나머지 개념에 대한 정리를 포스트잇 (혹은 카드 노트)에 적어서 기억하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시험 보기 마지막 주말에는 혼자 오픈북으로 모의고사를 만들어서 에세이를 미리 써보고 읽었다. 다행히 예상 문제와 유사한 문제들이 나와서 정해진 시간 안에 답안을 쓸 수 있었다.
그동안 준비한 내용을 이틀 동안 시험을 보고 나니, 잘 본 거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면서 아쉬운 부분이 크기도 하다. 아무래도 객관식으로 점수가 나오는 시험이 아니다 보니, 8월 디펜스 (Oral defense)를 하기까지는 결과를 알 수 없다. 그래도 대부분의 학생들이 거치는 과정이기에 많은 걱정이 되지는 않는다.
2학년이 끝나고 논문 자격시험까지 여정을 오면서, 그동안 "박사 학위를 따면 좋은가?"라는 질문을 인터넷에 검색해 보고 주변에 박사 과정을 마치고 학계에서 교수로 있는 친구들에게 물어보기도 했다. 다들 연구를 한다는 전문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아직 졸업을 하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매우 좋다고 하니 졸업까지 달리는 중이다. 다른건 몰라도 박사 과정은 아카데미아, 학자로서의 커리어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필수 과정이다. 만약 졸업 후 아카데미아나 연구를 하는 커리어를 가질 목표가 아니라면 굳이 필요한가에 대한 의문은 든다. 이 또한 하나의 학위를 따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내가 박사 과정을 통해서 얻고 싶은 것이라면.
학부 마케팅과 매니지먼트를 전공하고, 해외 마케팅 부서에 일을 시작한 후 방송으로 전향해서 프로그램과 국제 행사 등을 진행하고,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를 창업하고 운영하면서
그동안 몸 담아 온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범주 안에서 나만의 전문성을 높이고 싶은 마음이다.
내가 한 연구가 실용적으로 쓰이길 바라며 졸업 후에는 학계에서 일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