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lf-Care
일찍 졸업하자. 학교를 다니면서 3년 정도가 되면 학생을 졸업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진다. 터널에 들어와서 걷다가 어느 정도 되면 빨리 빠져나가고 싶은 마음이랄까.
박사 과정 3년 차, 5번째 학기. 이번 학기는 수업을 듣는 마지막 학기지만 수업도 많고, 새로운 강의 조교도 시작한 바쁜 학기다. 가장 중요한 건 박사 과정을 1년 줄이기로 했다. 졸업 논문을 쓰기 시작하고 취업 준비를 시작한 것이다.
많이 바쁜 학기를 앞두고 장거리 마라톤을 위해 선택한 건 Therapy 상담이다. 미국 대학교 건강보험 적용되는 Health service 중에는 학생들에게 심리상담 서비스가 있다. 미국에서 학부를 다닐 때 졸업을 앞두고 취업상담으로 처음 심리 상담을 받아봤었다. 미국에서 학부 때 20대 첫 진지한 연애 하다 헤어지고 상담을 받고 심리적 안정감을 찾았던 기억이 있다. 박사 과정 동기들 중에는 "My therapist" 얘기를 많이 한다. 뭔가 일상 속에서도 필요하면 상담을 받는 것이 우리가 네일샵이나 헤어샵을 가는 것처럼 들린다.
한국은 아직 상담치료가 건강 보험 적용이 안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정신적으로나 기댈 곳이 없는 느낌이나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말하기 힘든 것을 털어놓을 수 있는 곳을 찾기에는 비용적으로 부담이 많이 들 수 있다. 한국에서 무료로 제공했던 상담은 이혼을 할 때 조정 절차에서 부부 심리 상담이었다. 기간이 꽤 길었지만 상대에 대한 화를 가라앉히고 아이의 부모로서 관계를 정립하는데 도움이 되었던 기억이 있다.
상담을 통해서 상대의 행동이나 기분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기도 하고, 나에 대해서 더 깊게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살면서 큰 이벤트가 있던 시기에 상담을 받으면서 도움을 받았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학기에도 번아웃이 오기 전에 상담을 시작하기로 했다. 학기가 반 이상이 지난 지금, 이번 학기 상담을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바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번아웃이 올 수 있다. 몸이 지치는 것처럼 마음도 지쳐버릴 수 있으니깐. 그래서 미리 마음을 관리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었다고 할까. 가까운 사람한테 이야기한다고 모두가 공감할 수도 없고, 또 힘든 얘기를 하는 건 다른 사람에게 마음의 짐을 주고 시간과 감정을 소모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간혹 힘든 얘기만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에너지 뱀파이어 옆에 있으면 같이 힘들 수 있다 (Emotional draining). 힘든 과정 속에 있을 때는 내 이야기 들어주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상담을 하면서 좋은 일은 "괜찮다"라는 말을 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도 있다. 집에 오면 누워서 유튜브만 보는 그런 날. "과제, 일, 글 써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말하기보다는 나에게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만으로도 약간의 죄책감을 내려놓을 수 있다.
또 불확실성 속에서 내가 느끼는 감정을 같이 들여다본다.
"그 감정이 어디서 왔을까. 어떤 게 제일 걱정인 거고 왜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
대화를 하면서 내 감정에 대해서 알게 된다. 같이 다음에 할 일을 찾아보기도 한다. 내 머릿속에 들어있는 갖가지 뭉쳐진 실중에서 세 가지 가장 중요한 목표를 같이 정하고 풀어나가기도 한다.
무언가 정말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생각이 들 때 "지금 이 시각, 나"에게 집중하는 순간인 Grounding Technique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 불안감이 엄습할 때 내 호흡에 집중한다던지 아니면 내가 보고 있는 것 5개, 느끼고 있는 것 4개, 듣는 것 3개, 맡고 있는 냄새 2개, 지금 느끼는 맛 1개를 생각하면서 현재의 환경에 집중해 보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졸업 논문까지 많은 글과 작업을 하면서 "Pomodoro"포모도로 방법이 도움이 되고 있다. 30분과 5분 모래시계로 30분 집중하고 5분 리셋/휴식하고를 반복하면서 글을 쓰는 것이다. 알람을 맞춰놓을 수도 있지만 눈으로 시간이 흘러가는 걸 볼 수도 있고, 모레가 다 떨어졌을 때 성취감도 더 있었다. 이렇게 내년 4월 졸업 논문 defense를 하는 날까지 잘 이용해 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