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juvenating after the test
시험이 끝나면 재충전 시간을 갖는다. 잠시 멈추는 이 시간은 앞으로 또 나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준다. 나이를 한 살 한 살 먹으면서 속도보다 중요한 건 방향성이라는 생각이 든다. 재충전하는 방법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다. 나의 재충전 방법은 맛있는 음식 먹기, 운동하기, 여행하기이다.
첫날 시험이 끝나고 그동안 친구들이 항상 맛있다고 한 피닉스 다운타운에 있는 스시집을 갔다. 원래 스시를 좋아하지 않는 친구를 스시 입문 시켜주었다는 곳. 소문이 자자해 예약을 받지도 않는다는 곳. 두 번 정도 갔다가 웨이팅 시간이 너무 길어서 발길을 돌렸던 곳이었다. 방어구이 (Grilled yellowtail), 참다랑어 (Bluefin selection), 다이너마이트롤, 레이보우롤, 장어초밥 등을 시켰다. 레스토랑에서 실수로 오 마이갓 롤이라는 그 집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롤을 가져와서 추가로 서비스도 받게 되었다. 이곳은 딱 미국 초밥집이다. 왜 친구들이 맛있다고 했는지 알겠다. 한국 초밥보다 도톰하고, 부드럽고 생선 맛보다 소스맛이 강하다. 소스맛으로 스시를 먹는 느낌! 그래도 옐프 (Yelp, 미국맛집리뷰 어플)에는 좋은 리뷰로 남겨두었다. 마음속에는 "오리지널 스시보다 미국 스시롤 맛집"으로 남았다.
둘째 날 시험이 끝나고 프렌치 레스토랑 Zinque에 갔다. 점심으로 라자냐와 생선구이 (농어 흰살생선)을 시키고 미국은 happy hour가 있으니, 반 값인 와인도 주문했다. 프랑스를 마지막으로 간 지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음식량만큼은 미국이다. 풍족하게 주는 미국식 프랑스 레스토랑. 주문을 할 때 항상 양이 가늠이 안된다. 미국에서 보기 드물게 생선 구이가 통으로 나온다. 미국 사람들은 음식을 할 때 재료를 알 수 없는 걸 선호한다고 느껴진다. 가령 돼지고기도 Pig에서 Pork로, 소고기도 Cow에서 Beef로, 생선은 머리와 꼬리를 다 없애고 몸통만 스테이크처럼 먹기 때문이다. 그렇게 마음에 드는 점심을 먹고 시험이 끝난 걸 축하했다.
애리조나 장점은 덥고 건조하고 비가 잘 오지 않는 날씨 덕분에 어디든지 수영장이 대부분 있다는 점이다. 친구 집에 가서 수영장에서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낸다. 매일 읽고 쓰다가 이렇게 글을 안 보고 있는 시간이 얼마만인가 싶다.
그다음 날 이틀은 오후에 골프를 쳤다. 여름 골프는 가격이 대폭 할인되는데 18홀에 1인당 $25이다. 한낮 골프는 덥긴 정말 덥다. 다행히 미국은 골프 카트로 그린을 제외하고 공 바로 앞까지 가서 칠 수 있다. 골프를 시작한 20대 후반부터 했다 안 했다를 반복하다 보니 지금까지 100타 초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타수가 높으니 더 힘들다. 재밌게 치다가, 중간에 '이렇게 더운 곳에서 왜 돈내고 힘들게 있나' 싶기도 하다가 마지막 18홀이 끝나면 기분이 좋아서 다음에 또 치게 된다.
이제 한낮 기온 온도가 40도가 넘어간다. 이번 주말은 잠시 시원한 곳에 여행을 다녀오려고 한다. 다음 주부터 미팅도 많고 다시 시작하기 때문이다. 열심히 일한 후 갖는 휴식은 더욱 힐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