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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se May 17. 2023

취미 vs. 소셜 vs. 생존 운동

박사  과정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스포츠

하루 중 많은 시간을 모니터 앞에 앉아서 읽고 쓰는 박사 과정 중 운동은 건강과 체력, 생존을 위한 필수 시간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차를 타고 다니고 한국에서 보다 걷는 시간이 적다 보니 유산소 운동은 꼭 하려고 하지만 매일 시간을 내서 운동을 하는 것이 어려울 때도 많다. 하루 1시간 저강도로 트레이드밀에서 매일 뛰라는 스포츠의과대 교수 친구의 조언을 매일 지켰으면 바디프로필 찍었던 시절의 몸을 유지할 수 있었겠지만, 말처럼 쉽진 않다. 


프로그램에도 일터에도 한국 사람이 없고 매일 영어를 읽고 쓰다 보니 한국말이 너무 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때는 다른 전공에 있는 한국인 유학생 친구들을 만나서 테니스를 치기도 한다. 미국 오기 전 테니스, 등산, 골프와 같은 야외 스포츠 붐이 일었던 코로나 시기에 테린이 중 하나로 배웠지만, 만년 테린이다. 한국에서 가지고 왔던 라켓과 테니스 복장은 아직도 새것 같다. 그래도 가끔 테니스 공을 던져 주시는 감사한 한국 커뮤니티에 가서 테니스를 치기도 한다. 기말 기간이 다가오면서 바쁜 시기 중에는 일주일에 한 번 가던 테니스도 쉬게 되었다. 이래서 항상 늘지 않는 실력이지만, 실력을 늘려야겠다는 큰 동기 부여가 없는 것이 원인인 거 같다. 테니스는 나에게 아마도 소셜 운동인가 보다.


학기 중에는 요가나 웨이트를 한다. 이건 생존 운동이다. 하루 긴 일과와 3시간 세미나 수업을 마치고 저녁에 가는 요가 프로그램은 작은 상자 안에 구겨져있던 내 몸을 길게 펴주는 시간이다. 구겨졌던 종이장을 이리저리 펴주고 다림질해 주는 시간 후에는 온 몸의 뻐근함이 사라지는 느낌이다. 마치 마사지를 받는 느낌이랄까. 웨이트도 마찬가지다. 모니터 앞에서 장시간 있다 보니 뻐근한 목과 어깨는 파스나 크림에 의존하곤 한다. 가끔 너무 심할 땐 근육이완제와 소염제를 처방받기도 한다. 통증이 없는 기간에 등운동 (렛풀다운)과 오랜 시간 앉아 있어서 기운 없는 엉덩이를 자극시켜 주는 힙운동 (스쿼트, 데드리프트, 힙 어브덕션) 은 앞으로도 계속 앉아 있어야 하는 나를 위한 생존 운동이다. 그러다 보니 학기 중 요가와 웨이트, 유산소는 가장 자주 하는 운동이다. 


사실 애리조나는 골프 치기 좋은 곳으로 유명하다. 겨울에도 골프를 칠 수 있을 만큼 날도 좋고, 비도 별로 오지 않기 때문이다. 여름에는 너무 더워서 저렴한 가격에 필드에서 골프를 칠 수 있다. (정말 더운 오후 시간대에는 $10-20에 18홀을 돌 수도 있다. 하지만 40도가 넘는 사막 한낮 더위에 간다는 건 정말 골프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한국에서 가져온 골프 클럽은 이런 좋은 환경에서도 많이 쉬고 있지만, 주변 지인들이 애리조나 있는 동안에 골프를 많이 연습해 오라고 한다. 이 또한 많은 동기 부여가 없었지만, 골프 버디가 생겨서 최근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 연습장에 가서 중간 바구니 (Medium bucket) 정도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치고 온다.


미국에서 골프는 한국보다 좀 더 자유롭다. 우선 복장. 보는 사람도 신경 쓰는 사람도 없어서 아무거나 입어도 된다. 물론, 좋은 리조트에 가면 카라티를 입어야 하는 등 복장 규율이 있는 곳도 있지만 보통 애리조나 골프 코스에서 레깅스 입고 쳐도 뭐라 할 사람 없는 곳이다. (레깅스를 입고 친 적은 없지만 젊은 친구들 중 종종 보인다. 나이드신 분들일 수록 복장을 갖춰 입고 온다.) 둘째, 캐디가 없다. 캐디가 없는 대신 앱을 깔아서 거리를 보거나 내가 카트 운전하고 그린만 빼고 코스에는 다 들어갈 수 있어서 편하고 재밌다. 셋째, 여유롭다. 사람이 적다 보니 뒤에서 쫓기는 듯이 가야 할 것도 없고 꼭 네 명이서 치지 않아도 예약이 별로 없으면 두세 명이서 쳐도 된다. 그러다 보니 마음 맞는 친구들이 같이 치면 재밌는 놀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에서 취미가 될 수 있는 운동이다. 

한국에서 테니스 코트
한국에서의 테니스
자주 가는 연습장
Peter와 마지막 홀에서 나란히 그린에 올리고 재밌어서 찍은 기념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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