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편지
안녕하세요.
부다페스트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곳이 어딘지 알려드릴게요. 관광객도 미리 등록하고 갈 수 있으니 노트와 펜을 들고 잠시라도 가보시는 걸 추천드려요.
바로 국회의사당 도서관이랍니다. google map에서 Library of the Hungarian Parlament라고 치면 나올 거예요. Visitor 등록하면 입장가능! 여기는 사실 내부도 좋은데 들어가기까지의 길이 참 멋있어요.
원래 편지에 사진 잘 안 넣는데 이건 넣을 수밖에 없네요.
국회의사당 정면기준 왼쪽 편이 세체니다리와 주요 관광지 포토스팟인데요 거기는 사람이 워낙 많아요. 그런데 도서관 가는 길은 국회의사당 외곽을 돌면서도 사람이 별로 없어서 로맨스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성의 복도를 지나는 거 같고, 그런 성에서 산책하는 기분도 나고! 특히 이번엔 눈이 와서 그런지 추위도 모르고 가만히 서서 다뉴브 강을 보며 한참 서있었어요.
사실 전 한국에서도 도서관을 좋아하는 편이었어요. 단지 조용하고 책냄새도 좋지만 열린 공간인데도 각자가 프라이빗한 공간에 존재하는 것처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게 좋았어요. 유럽 도서관은 또 다른 느낌으로 좋아요. 대부분 옛 건물을 살린 디자인이 많고 목재로 된 계단 같은 게 제 취향을 저격하더라고요. 삐걱거리는 계단을 신경 써서 걸어야 한다는 사실조차 단순히 로판이 아니라 내 일상이 되었구나 싶어서 기분 좋아요.
ELTE 대학교 도서관이 내부가 예쁘다고 가장 유명한 거 같던데 사실 뭔가 하기에는 메인 공간이 꽤 좁고 책상이 몇 개 없어요. 구경하는 거라면 상관없지만 저는 이제 구경보다는 제 할 일을 같이 으쌰으쌰 해치워줄 공간이 필요해서요.
조금 치사하다고 느껴지는 건 연회비카드를 결제해야 와이파이를 쓸 수 있다는 거? 우리나라에서는 당연하게 제공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제 기억이 흐릿해진 걸까요. 처음 갔을 땐 그것도 모르고 가서는 노트북으로 메모장에 잡다한 것만 쓰고 나왔던 기억이 있어요.
다른 나라에 애착 가는 도서관이 있다는 건 좀 재밌어요. 이렇게 자주 가다가도 언젠간 영영 못 갈 수 있으니까 지금 열심히 다녀야겠죠? 따로 좋아하는 도서관이나 조용히 사색을 즐기는 공간, 일이 잘 되는 공간이 따로 있으신가요?
앞으로 월,수,금 밤에, 부다페스트에서 작은 편지를 보내드릴게요. 안녕!
Ps. 부다페스트 관련해서 궁금한 게 있다면 언제든 댓글 주세요.